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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도시를 생각해 - 우리가 먹고 자고 일하고 노는 도시의 안녕을 고민하다
최성용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7월
평점 :
때론 불편하고, 때론 뭉클하고. 도시의 차가우면서 따뜻한 면을 모두 발견할 수 있는 책 '내일의 도시를 생각해'
이 책은 도시에 쭉 살고 있는 내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아니면 알고는 있었지만 그동안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도시의 양면성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다. "피하려고만 하지 말자" 내가 이 도시에 살면서 잊지 말아야 할 마인드를 다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첫 번째 파트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불편한 진실'이었다. '도로, 아파트, 쓰레기처리장, 송전탑, 24시간 편의시설'에 관한 애써 외면하고 있던 도시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자동차 중심으로 도로를 만들었더니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유모차를 끌고 가는 사람들의 통행이 어려웠고, 대단지 아파트 단지 고급화를 위해 담장을 높게 쌓아 올렸더니 철저히 고립된 그들만의 세계가 만들어졌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저 편하게만 쓰는 전기와 거림낌 없이 버리는 쓰레기는 도시 밖 외곽에서 처리되며, 그곳 사람들이 대신 불편을 겪고 있고, 언제부턴가 늘어난 24시 서비스를 위해 누군가는 근무시간이 더 연장되었고, 야간에 근무해야 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사실 그런 줄은 알았지만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사실들을 하나둘씩 살펴보며, '그동안 내가 편한지는만큼 누군가는 더 힘들어졌겠구나'하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그들만의 세계' 아파트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단지별로 울타리도 높게 쳐있어 그곳에 사는 사람만의 성 같다. 차를 타고 도심을 지날 때 가득 찬 회색 아파트 벽을 보며 '완전 닭장 같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면 멋지지만 크게 동네로 봤을 땐 고립된 것 같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 밖에서 본 회색 벽과 내부의 인공 정원 사진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나 또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새삼스럽게도 아파트 단지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다 가지고 있는 동전 양면 같은 느낌이 든다.
"자신의 문제가 될 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나타납니다"
몇 년 전 쓰레기 대란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당시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분리수거장에 쌓여가던 분리수거 품질이 기억이 난다. 나는 그전에도 항상 분리수거는 열심히 했지만 어릴 때부터 그냥 부모님이 하던 모습을 봐온 대로 똑같이 했을 뿐 왜 하는지 대해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쓰레기 대란 때 처음으로 왜 쓰레기를 줄여야 되는지 확실히 배운셈이다.
어딜 가나 혐오시설이 동네에 들어온다고 하면 온 동네가 들끓는다. 쓰레기 처리장, 발전소 등 여러 혐오시설들이 있지만, 책에 소개된 밀양 송전탑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송전탑을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 주변 마을 사람들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목숨 바쳐 싸우던 밀양 주민들이 있었다고. 도시로 들어가는 전기를 위한 송전탑이 저 멀리 밀양에 세워지는 것인데, 비극적인 사건이 있기전까지 아무도 관심갖지 않았다고 한다. 눈에 안 보인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문제를 치워버리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생각조차 안 할 것이다. 치워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보다 다 내일이라고 마인드를 바꿔야겠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책 '정의론'에 '무지의 장막'에 놓인 상태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고 나와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혐오시설'을 새로 짓는다고 할 때 그것이 어디에 생길지 모르고 어쩌면 내 집 앞에 생길 수도 있다는 '무지'의 상태에 있을 때에만 더 결정을 잘한다는 말이다. 아마 내 집 앞에 생길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더 친환경적인 방법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혹시 지금, 우리의 사소한 취향이나 취미, 습관이 동물들의 삶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장애인, 이주민, 반려동물을 대하는 우리들의 현시점과 도시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식물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었는데 도시가 생기면서 인간이 땅길, 물길 이제는 하늘길도 막고 있다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도시 간에 도로를 연결하느라고 동물의 이동경로가 막히고, 댐 건설 등으로 물고기들의 길이 막히고, 이제는 소음방지를 위해 투명 방음벽으로 새들의 하늘길이 막혔다고 한다. 한강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으로 등장한 투명 방음벽에 매년 많은 새들이 부딪쳐 죽었다. 새 모양 스티커를 거쳐서 지금은 새들이 볼 수 있는 격자무늬 스티커라는 해결책이 나왔다는데 많은 지자체들이 다 재정비하길 바라본다. 우리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도시를 꿈꾸지만 자연을 통제하려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정원은 좋지만 애벌레는 싫고, 새소리는 좋지만 새 배설물은 싫고. 도시는 사람만의 도시가 아니다. 다양한 새와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자연은 인간의 통제에 완벽히 들어오지 않는다!
"길에서 풀과 나무, 곤충과 새를 자주 볼 수 있다면, 시민들이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말해 줍니다"
도시개발에 대한 고찰도 담겨있다. 그린벨트를 풀어서 신도시를 짓는 것, 간척지를 만들어서 아파트를 짓는 것. 개인적으로 광화문광장이 생기고 빗물이 땅을 통해 흡수되는 것이 많이 없어져서 물난리가 났었다는 사례는 꽤 충격적이었다. 또 예전에는 도심 곳곳에 흐르는 하천을 다 콘크리트로 덮어서 도로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지금도 길 아래에 하천이 흐르고 있는 도로가 있다는데.. 상상이 안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텃밭농사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도시에 살다 보면 자연의 중요성을 잊곤 한다. 가뭄이 심어서 농사가 망했다든지, 꿀벌이 멸종할 수 있다는 경고도 크게 와닿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작은 생태계인 텃밭 농사를 지으면 자연을 몸소 느낄 수 있게 된다고, 저자는 귀띔해 준다. 몇 년 전부터 도시텃밭이 유행처럼 커진 것을 봤는데, 나도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시작해보고 싶다.

도시에 살아가면서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만한 소재들이 가득 담겨있는 '내일의 도시를 생각해'. 책 제목대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일'을 걱정했고 생각했다. 우리가 바뀌면 좀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도시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서 다 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