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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 - 40년 동안 숲우듬지에 오른 여성 과학자 이야기
마거릿 D. 로우먼 지음, 김주희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길, 제주 비자림로,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인제 자작나무 숲길. 국내여행 할 때 자주 찾게 되는 장소다. 동네에서 산책할 때, 출근길에, 여행길 고속도로 너머 보이는 풍경들, 나는 나무들 쳐다보는 걸 정말 좋아한다. 자신을 '나무탐험가'라고 부르는 마거릿 D. 로우먼의 책 '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를 읽고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장소가 생겼다. 바로 미국 삼나무 원시림, 레드우드 국립공원이다. 그곳은 아주 높이가 큰 나무들이 모여있는데, 발견된 나무 중엔 뉴욕의 자유여신상 높이를 훌쩍 넘는 높이, 우리나라 아파트로 봤을 때 30층 정도 고층 아파트 높이의 나무가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졌다. 키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고개를 들었을 때 끝이 안 보이는 숲에 들어가 보기! 새로운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생명과학 #우리가_초록을_내일이라_부를_때
* 우듬지 : 나무의 맨 꼭대기 줄기. 우죽의 꼭대기 끝.
40년 동안 숲 우듬지에 오른 여성 과학자, 마거릿 D. 로우먼. 그는 자신을 '나무탐험가'라고 말한다고 한다. 오래 전에는 사람 높이의 위치, 땅과 가까운 곳의 나무 줄기를 보고 나무의 건강유무를 살폈지만, 그건 마치 사람이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환자의 발만을 보고 '건강에 이상 없네요, 건강하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격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과학자는 동료들과 함께 나무 꼭대기에 오르기 시작했다. 나무의 꼭대기에 밧줄과 우듬지 통로를 만들고 그곳을 주기적으로 관찰하면서 높은 곳에 사는 생물들을 연구했다고. 그는 이전과 달리 나무에 오르면서 알게된 우듬지의 세상을 '여덟 번째 대륙'이라 부른다고 했는데, 그렇게 불릴만한 듣도보도못한 새로운 생태계를 발견해낸다. 그야말로 멋진 여성 과학자다.
지금은 중견이 훌쩍 넘은 나이, 저자 마거릿 D. 로우먼이 처음 과학에 발을 디딜때는 '여성'이라는 성별 때문에 고생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책에는 엄마이자, 아내이자, 연구자로 성별 때문에 차별받았던 젠더이슈들도 많이 나온다. 나는 몰랐지만 호주가 꽤 가부장적인 나라였나 보다. (아님 저자의 남편 집안만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여자는 결혼해서 애 낳고 키워야지 바깥일은 안된다며, 결혼 전부터 과학계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었던 저자를 계속 압박했다고 한다. 처음 호주에서 자신의 지도교수를 만났을 때 첫 질문도 '왜 결혼 안 하고 우리 학교에 왔냐'는 거였다고 한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하긴 지금보다도 훨씬 심했겠지) 나무를 사랑한 여자 과학자. 과학자는 아니지만 같은 성별인지라, 과학계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충에 대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사실 중에, 몇년 전 호주 대형산불로 유칼립투스가 많이 사라져서 현재 코알라가 세계 자연보전연맹에서 취약종으로 명시되었다고 했다. 20대에 호주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봤던 동물 중에 코알라가 인상 깊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지구가 지속하려면 건강한 숲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나무가 가득한 초록숲은 탄소 저장, 물 저장, 토양 보존,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 등 없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호주 대형 산불 이후 어느 인터뷰에서 '만약 지구에 숲이 다 사라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라는 물음에 단호하게 인류가 멸망할 거라고 딱 한마디 대답했다고 한다. 이제 이건, 초등생도 알고 있는 명제다.

나무를 더 많이 살리는 한 가지 방법은 더 많은 사람에게 나무의 경이로움을 소개하는 것이다.
생태학자는 생태계가 어떻게 기능하고 얼마나 많은 생물이 공존하는지 알아내는 데 너무 몰두한 나머지 개별 사건들을 서로 연결해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징후로 해석하지 못했다. 맞다, 우리는 나무를 보다가 숲을 놓쳤다. ... 본래 이 숲에 무엇이 살았는지 모른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생물이 멸종했는지 알 수 없다.
우리 인간은 아주 오래된 거인 나무에게서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이 나무는 인류에게 적응과 생존을 가르쳐준다. 삼나무는 저항력과 회복력을 모두 갖췄는데, 이 둘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속성이다.
'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는 유년 시절 자연 속에서 놀던 것에서 시작해 여자 현장 생물학자로 성장해서 생물의 다양성을 연구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비교적 젊은 시절에는 '조사하고, 연구하고, 정리하고, 논문 내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가, 중견의 과학자로 들어서는 방향을 바꿔 어린이들에게 숲을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처럼 유년에 나무에 오르고, 숲을 경험하면 자연스럽게 숲을 사랑할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미국 태평양 북서부에는 다 자란 서부 침엽수의 높이가 아주 높은 멋진 숲이 있는데, 미국삼나무를 보러 가는 사람보다 에베레스트산에 오른 사람이 더 많다고 저자는 꼭찝었다. 이것은 미국인의 10퍼센트만이 삼나무 숲을 방문했다고 것이고.. 아마 이 책도 미국인들이 조금 더 숲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쓰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무에 관한 이야기도, 여자 과학자로서의 경험도 꽤 인상적인 책이었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