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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미술관 - 그림과 연애하듯 살아가다, 감상X데이트코스X아트테크
김용임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6년 5월
평점 :
《썸 타는 미술관》 여행의 추억을 다시 꺼내보게 만든 책
요즘은 여행을 가더라도 꼭 미술관 한 곳쯤은 들르게 된다. 작품을 보는 것도 좋지만, 그 공간이 주는 분위기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바로 《썸 타는 미술관》이었다. 제목의 느낌처럼 미술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을 편안하게 풀어낸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건 올해 2월에 다녀온 유럽 여행이었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레 궁전 미술관은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실제로 미술관에서 작품을 마주했을 때는 ˝와, 멋지다˝ 정도의 감상이 먼저였는데, 이 책을 읽으며 작품 뒤에 있는 이야기와 화가들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여행 당시에는 그냥 지나쳤던 작품들도 새로운 시선으로 떠오르는 게 신기했다.
체코의 체스키크룸로프도 생각났다. 사실 그곳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다.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붉은 지붕들, 동화 같은 풍경을 걷다 보면 굳이 미술관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예술을 느낄 수 있다. 《썸 타는 미술관》을 읽으면서 미술은 꼭 액자 속 그림만이 아니라 공간과 건축, 그리고 그 시대의 이야기를 함께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종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가곤 하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김환기 미술관이다. 김환기의 작품은 볼 때마다 묘하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특히 점으로 가득 채워진 화면을 보고 있으면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하나의 우주를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김창렬 화백의 물방울 그림도 정말 좋아한다. 처음에는 ˝물방울을 정말 잘 그렸다˝는 생각이었는데, 볼수록 단순한 재현을 넘어선 깊이가 느껴진다. 그래서 전시를 볼 때마다 한참을 서서 바라보게 된다.
《썸 타는 미술관》의 좋은 점은 이런 개인적인 미술 경험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작품 정보를 외우게 하기보다 ˝왜 이 그림이 좋았을까?˝, ˝나는 어떤 작품에 끌리는 사람일까?˝를 생각하게 만든다.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다녀왔던 미술관들과 좋아하는 작가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읽을 수 있었다.
미술서적이라고 하면 어렵고 지루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담이 거의 없다. 미술관에 자주 가는 사람은 물론이고, 미술을 잘 몰라도 가볍게 읽기 좋다. 나에게는 벨베데레 궁전의 기억, 체스키크룸로프의 풍경, 그리고 김환기와 김창렬의 작품들을 다시 만나게 해준 책이었다.
만약에 이 책이 좀더 일찍 발간 되었다면 여행가기 전에 읽어봤으면 더 좋았을 것같고, 여행 후에 회상하며 읽어본 소감도 나쁘지 않았다.
책을 덮고 나니 괜히 또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다. 아마 좋은 미술책이란, 당장 다음 전시를 찾아보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