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것들 속에서-우트렉나는 지금, 인도(人道) 위에 오도카니 서 있다.
굵다란 나무들 사이로굵직하게 튀어나온 나뭇가지를 본다.
조금씩 벗겨진 전선(電線)으로 둘둘 감싸져 있는 가지들.
‘어후, 내가 다 찌릿하네.‘
그 아래에 있는 노인 세명.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할머니와 양복을 입은 할아버지 둘이줄을 서서 각자의 자전거를 챙긴다.
그들의 구불거리는 주름을 보며시간의 생김새를 가늠해 본다.
과거-현재-미래로 구성된 세 겹이 고불고불하다.
이것은 모두에게 동일하며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굳어 있는 것들이 유연히 흐르는 순간.
그것이 시간이며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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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98씁쓸해질 찰나.
또 다른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그러나 벌써부터 헛헛해질 필요는 없지,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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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인간은 이렇게 슬픈데 바다가 너무 푸릅니다.
-엔도 슈사쿠, <침묵> 중에서엔도 슈사쿠가 소설에서 끝없이 반복하는 질문이다. "주님, 당•신이 언제나 침묵하시는 것을 원망합니다"라는 신부의 독백에 "나•는 침묵한 것이 아니라 함께 괴로워하고 있었다"라는 응답이 환영•처럼 겹쳐 들리는 순간이었다. 십자가에 묶여 밀물과 썰물 끝에 죽어간 영혼들이 그 주변을 떠다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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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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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그녀와 나는 같은 부류의, 똥 같은 사람들이었으니까.
집에 도착하자, 집 앞에 구급차가 있었다. 나는 정말 끝장이라고생각했고, 내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는 걸 실감했다. 그러나 구급차는 로자 아줌마 때문에 온게 아니었다. 이미 죽은 다른 사람 때문에 왔던 것이다. 나는 너무나 기뻐서 눈물이 나올 뻔했지만, 네 살이나 더 먹었기 때문에 참았다. 나는 벌써부터 내게아무도 남지 않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구급차는 부아파 씨의 시신을 위한 것이었다. 부아파 씨는 아직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는데, 사실 할말이 별로 없어서이다. 그 사람은 별로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심장이 나빴다고 했다. 밖에 서 있던 자움 씨네맏형이 내게 말하기를, 그 사람에게는 우편물 하나 오지 않았기 때군에 아무도 그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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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골치를 썩인 또 한 가지는 나의 출생 연월일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나이에 비해 너무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았을 때는 무척이나 괴로웠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나의 합법적인 출생을 증명해주는 서류 자체가 가짜였으니까. 이미 말했듯이, 로자 아줌마는 그런 가짜 증명서를 여럿 가지고 있었다. 설혹 경찰이 가택수색을 하러 들이닥친다 해도, 그녀는자신의 조상 대대로 절대 유태인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었다. 그녀는 독일 점령군에 배속된 프랑스 경찰에게 불시에 잡혀서 유태인을 감금해두는 경륜장에 끌려갔던 이래로 철저한 자기 방어태세를 갖춰놓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독일의 유태인 수용소까지 갔었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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