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날, 나는 정원에서 뱀을 보았다. 무척 따사롭고멋진 날씨여서 부엌일을 끝내고 정원 잔디밭에 등의자를 내놓고 뜨개질을 할 생각으로 의자를 들고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징검돌 옆 조릿대에 뱀이 있었다. 아이, 징그러워! 나는 그저 그렇게만 여기고 더 이상 깊이 생각지도 않고 등의자를 들고 되돌아 툇마루로 올라 거기에다 의자를 놓고 앉아 뜨개질을 했다. 오후에 나는 정원 귀퉁이의 불당에 보관해 둔 장서가운데 로랑생의 화집을 꺼내 오려고 정원으로 내려갔다. 잔디밭 위에 뱀이 어슬렁어슬렁 기어가고 있었다. 아침에 본 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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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교장 선생님은 우리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주워왔을까?
교장 선생님이 아이 때의 일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겨있을 때꼭지연필이 말했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아이들도 우리를 쓰다가 버렸는데 말이야."
빨강연필이 맞장구를 쳤습니다.
"아마도 옛날 일을 잊지 않는 분이라서 그럴 거야."
"아니야.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분이라서 그럴 거야."
노랑연필과 파랑연필이 조그만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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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상에는 여러 가지 불쾌한 일 마음에 들지 않는 일들이 있겠지만, 나는 얼굴사진을 찍히는 일만큼 싫은게 없다. 옛날부터 사진 속의 내 얼굴은 도저히 좋아지지가 않았다(사진이 아니라 실물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특히 더 그렇다는 뜻이다. 그래서 얼굴촬영을 요구하는 일은 되도록 거절하지만, 폴 매카트니가 노래했듯이 그래도 인생이란 길고 구불구불한 길이다보니 거절할 수 없는경우도 생기게 마련이다.
어째서 사진에 찍힌 내 얼굴을 좋아하지 않는가 하면, 나는 카메라를 향하는 순간 거의 반사적으로 표정이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카메라맨이 "예, 힘을 빼고 웃어주세요"라고 하면, 나는 긴장해서어깨에 힘이 더 들어가는 데다 웃는다는 것이 사후경직 예행연습같이 되어버린다.
트루먼 카포티가 작가로 데뷔했을 때, 책 뒤표지에 썼던 얼굴 사진이 굉장히(병적일 만큼) 아름다워서 그것이 세상의 시선을 주목시켰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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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의 맛 ㅣ 문학동네 청소년 48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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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먹으니까."
이번에는 다윤이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기대하지 않아서. 예상하지 않아서. 계획하지 않아서."
은지가 고개를 저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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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의 맛 ㅣ 문학동네 청소년 48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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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회의 시간보다 10분이나 늦게 왔는데 영화부실에는 어쩌자고 해인밖에 없었다.
"왔어?"
한 번도 먼저 말을 건 적 없던 해인이 인사를 건넸다. 소란은짧게 응. 하고는 해인의 옆자리를 비워 놓고 그 옆에 자리를 잡고앉았다. 해인은 소란을 한번 흘끔 보고는 말했다.
"너 그만둘까 봐 걱정했어."
"왜? 애들이 너 때문이라고 할까 봐?"
"네가 그만둔다면 나 때문인 건 맞잖아."
소란은 웃음과 한숨이 동시에 나왔다.
"이럴 거면서 나한테 왜 그러냐?"
"네가 싫은 게 아니야. 내가 단순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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