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하우스
전지영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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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게 정답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전지영 소설집, 타운 하우스(창비)

 

여덟 편이 실려 있는 이 소설집이 타운 하우스로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온 건 이 소설집에 잘 어울린 선택이다. 말의 눈을 시작으로 남은 아이까지 여덟 편 모두 읽는 동안 달달한 고구마를 한입에 우겨 넣고 시원하고 톡 쏘는 사이다를 마시는 느낌보다 뭔가 찝찝하고 약간의 불쾌감이 들었다. 읽고 나서도 소설집을 다 읽기보다 읽다가 중간에 멈춘 기분이 들었다. 내가 소설을 잘못 읽었다는 느낌이 들 때 전기화 선생님의 해설을 읽고 내가 느낀 부분들이 진짜였구나.’라고 깨달았다. 오랜만에 읽고 나서 찝찝함과 불쾌감을 느꼈던 책이라서 의미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불쾌감은 긍정의 불쾌감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여덟 편의 소설은 닮은 듯 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같은 것을 말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게 답이 아니며, 눈에 보이는 대로 봐야 한다.’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게 답이 아닌데, 눈에 보이는 대로 봐야 한다는 말이 모순적이고 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소설들을 읽고 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은 소리 소문 없이이다. 영화 기생충이 떠올랐다. 청한동 고 박사 부부 집 1층에서 자취하게 된 나, 말이 자취지만 실제 고 박사 부부 집에 기생하는 것이다. 고 박사 부부 집은 실제 2, 3층이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주 공간이고, ‘가 머무는 1층은 유령 같은 공간-반지하보다 더 어둡고 습하지 않을까-이다. 1층에 유령처럼 살던 는 끔찍한 굴욕감-굴욕감 앞에 끔찍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건 처음 봤다. ‘굴욕이라는 표현 자체가 이미 끔찍한데 말이다.-을 경험하게 된다. 마치 성 박사가 자신을 들어 담장 너머로 던져버린 것 같은. 성 박사가 손님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여니 1층에는 사람이 안 사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 는 자신을 파티에 초대한다고 생각했다. 끔찍한 굴욕감과 수치심을 동시에 느낄 만한 순간이 아닐까.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밖에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파티의 분위기를 알고 느끼면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숨죽여 시간을 보내야 한다니 잔인하고 모욕적인 부탁 아닌 부탁이 아닌가. 하지만 그 말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 부분에서 가 되어 좌절하고 말았다. 이불속에서 파티의 모든 순간을 느껴야 했을 의 초라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 외면했다.

죄책감과 수치심, 불안함과 두려움에 빠진 인물들이 현실적이라서 오히려 소설 같다. 불안에 빠진 인물들은 불안이 소거되지 않은 채 도시, 즉 본인의 생활 공간을 배회하며 불안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자신을 불쾌 혹은 불편하게 만드는 불안한 상태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게 아이러니하다.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본인들을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편안한 상태를 느낄 수 있는 것인가? 솔직히 불안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우리도 매일 불안을 안은 채 살면서 불안을 잊고 살아갈 때가 있으니 말이다.

타운 하우스오늘날 가장 첨예한 이슈인 계급적 불안과 그것이 어떻게 공포가 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지영 작가는 우리 시대 마크 로스코라고 했다. 계급적 불안은 오랜 과거부터 시작하여 현재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첨예한 이슈로 주목될 것이다.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시공간은 존재할 수 없으니까. 계급적 불안을 보여준 작품들은 수도 없이 넘쳐났다. 독자들은 그 작품들을 읽으면서 계급적 불안을 이해하고,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전지영 작가는 계급적 불안이 어떻게 공포가 되는지 능란한 필치로 보여준다. 계급적 불안이 공포가 되어 인간을, 삶을 삼켜 버리는 것을 모든 걸 태워버릴 것처럼 무섭게 번지는 불이 아닌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만큼 약하게, 그리고 서서히 태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에 보이는 것믿으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들춰낸 누군가는 뭔가를 잃거나 사라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들추지 않은 다른 누군가는 갖고 있는 것을 잃지 않는다. 이게 맞을까? 진실 위에 쌓인 악취를 풍기는 거짓이 권력에 의해 진실이 되는 것을 보고있는 게, 그렇게 진실이 된 게 얼마나 많을까. 답을 알고 있는데 까막눈이 되기로 자처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을 살고 있는 나는 과연 진실에 가까운 사람일까, 거짓에 가까운 사람일까? 나조차도 간단한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하지 못하는 걸 보니 소설 속 인물들과 다르지 않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본인과 상관없다고 생각한 계급으로부터 나오는 불안과 그것이 어떻게 공포가 되는지 알게 되면 찝찝함과 불쾌감으로부터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에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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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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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사노 요코 지음, 시즈코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아름드리미디어)

 

세상 모든 모녀가 이 책을 만났으면 좋겠다. 만나게 된다면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끝내 말 못하고 마음 깊-숙이, 넣어뒀던 엄마한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천천히 꺼내보길 바란다. 이런 시간을 갖는 것도 때가 있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연히 그리고 다행히 사노 요코 작가의 에세이를 읽게 되었다. 이 시간을 특별하고도 귀하게 생각한다. 다시 한번 말한다. 세상 모든 모녀에게 사노 요코의 이야기가 잘 닿길 바란다.

누군가의 삶을 들을 수 있다는 건 감사하면서도 부담될 수밖에 없다. 모녀 이야기라면 더더욱. 사노 요코의 모녀 이야기는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 듦과 동시에 ? 내 이야기인 줄.’하고 쓴웃음이 났다. 책장을 넘길수록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긴장이 되었고, 나였다면 전혀 용서할 수 없는 엄마와 어떻게 극적인 화해를 할 수 있었던 건지, 드라마틱한 화해의 과정이 궁금했다. 솔직히 화해가 아니라, 사노 요코가 엄마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보니 엄마를 어느 정도 이해했고,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용서하기에는 사노 요코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엄마가 되어주지 못했으니까(책장을 덮고 알았다. 엄마의 방식이 달랐을 뿐이라는 걸). 엄마의 학대가 시작되고, 언제 히스테리를 부릴지 몰라 불안에 떨었던 사노 요코의 어린 날은-물을 긷고 얼음이 언 강에서 기저귀를 빠는 등-얼어버린 강보다 더 추웠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때의 사노 요코에게 아무도 묻거나 손을 내밀지 않았다. ‘괜찮아? 아프지 않아?’라든가 아니면 아무 말 없이 안아주거나 등을 토닥여준다거나.

사노 요코를 향한 엄마의 말과 행동은 사랑이었을까? 다양한 사랑의 유형과 모녀의 유형이 존재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사랑한다면 상대가 덜 아프길 바란다. 사노 요코의 엄마가 딸을 사랑하는 방식이었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사랑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노 요코가 엄마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다(어째서). 엄마는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고,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다. 사노 요코에게 행복한 순간을 많이 만들어주지 않았다. 아니, 평범하게 누릴 수 있는 시간을 빼앗았다. 그런데 딸이 엄마를 향해 죄책감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고 지난날 모질게 엄마를 대했던 순간을 후회한다. 읽으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사노 요코의 모습에 억울했다. 후회는 할 수 있지만 죄책감까지 느낄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사노 요코의 감정은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으나, 마음은 전혀 추측할 수 없으니 여기서 내가 더 말은 하는 건 실례인 것 같다.

사노 요코가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라는 걸 인정했다. 엄마가 싫었지만 사랑했다.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 만들어진 거대한 덩어리에 짓눌린 듯한 딸 사노 요코를 느낄 수 있는 문장들에서 여러 번 멈칫-, 했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멀고, 가장 사랑하지만 가장 싫어하는 관계가 엄마와 딸이라는 걸 끝내 인정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 책으로 사노 요코가 엄마에 대한 원망을 마음껏-해도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응어리가 사라질 거라는 기대는 안 한다.-하길 바랐다. 읽고 나면 통쾌할 줄 알았다(화해대신 복수를 기대했던 건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 나쁜 딸 아닌가). 나는 사노 요코도 그러길 바랐지만, 그녀는 엄마를 모질게 대하고 냉정했던 지난날 자신을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꼈다. 그리고, 살림살이를 잘하고 힘든 조건에서도 자식들을 모두 대학에 보내는 등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인정했다. 엄마 나이가 되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효과가 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사노 요코는 시즈코, 엄마를 사랑했다는 것을 사랑한다.’라는 말을 쓰지 않고, 사랑을 보여줬다. 딸 사노 요코와 같은 딸들이 세상 곳곳에 얼마나 많을지 어림잡아 떠올려 보는데, 마음 아래서부터 물이 차오른다.

엄마를 떠올리면, ’애증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빈틈없이 꽉, 채운다. 사랑하면서 미워한다. 딸이 엄마한테 하지 못한 말이 있듯 엄마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을 할 나이가 되어보니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씩, 받아들여지기 시작한다.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있다. 엄마가 된다면 엄마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살아온 길과 속도, 조건이 모두 다르니까. 달라서 오히려 다행이다. 자신의 엄마를 이렇게밖에 쓸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기도 하면서 사노 요코와 같은 수많은 딸이 그녀 덕분에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고마운 것도 사실이다. 엄마, 가족에 대해 솔직하게 문장으로 적어낸 사노 요코는 쓰는 동안, 다 쓰고 나서, 이 책이 세상에 나오고 나서 마음이 가벼워졌을까? 사노 요코는 치매에 걸리고 나서 고맙습니다미안합니다국자로 퍼내듯이말하는 엄마와 어렸을 때 바랐을 모녀가 되었다. 엄마는 정신이 온전할 때 절대 하지 않았던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로 사노 요코를 의지하고, 고맙고 미안한 딸이라는 걸 정신이 온전하지 않을 때 인정하며 딸에게 용서를 구했는지 모른다. 딸은 그런 엄마의 용서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마음을 무겁게 누르고 있던 후회, 죄책감, 자책감을 바람에 실어 보내며 한결 편안한 숨을 쉬었을 것이다. 서로의 진심이 닿기까지,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만 돌아온 모녀가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시즈코와 요코는 극적인 화해를 했지만, 화해를 생각조차 하지 못한 모녀는 또 얼마나 많을까. 책장을 덮고 나서 시즈코가 요코를 질투했다는 사실이 맞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정하고 나니 요코가 겪었던 지난날에 대한 억울함이 아주 조금, 흐려졌다. 시즈코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요코와 보냈던 아주 짧고 달았던 시간은 요코의 아팠던 시간을 완전히 보듬을 수는 없지만, 흘러가는 시간 중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라고 말하며 엄마를 그리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늘에서 만난 모녀가 행복하길 바란다.

사노 요코 덕분에 나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엄마에게 쏟아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솔직히 엄마를 마주하고, 진지한 이야기할 용기가 없어서 늘 숨었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사소한 상처,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가 모여 빙산을 이룬 마음을 서로에게 숨기지 않고 보이기까지 먼 길을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간단한 길을 선택하기에는 쌓인 상처를 서로 바라보는 것은 잔인한 일이니까.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세상 모든 모녀에게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은 해결책이 되어줄지도 모른다(그러길 바란다). 사노 요코의 모녀 이야기는 아주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그녀 이야기도 하면서 내 이야기도 하니까.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길벗어린이에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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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선물 가게 꿀잠 선물 가게
박초은 지음, 모차 그림 / 토닥스토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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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선물 가게를 만나기까지,

박초은 장편소설, 꿀잠 선물 가게(토닥스토리)

 

이 책을 만나게 된 정말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닐 수 없다. 출근하기까지 시간이 남아 서점으로 향했고, 문학 코너에서 서성거리다 초록색 배경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 찬 꿀잠 선물 가게를 보게 되었다. 망설임 없이 바로 책을 집었다. 뭔가 이 책이 나를 끌어들였달까. 착각이어도 좋다. 이 책을 읽기를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니까.

꿀잠 선물 가게는 오슬로와 그의 조수 자자가 운영한다. 오슬로는 학창 시절 때부터 잠을 좋아하고, 잠자는 것이 가장 잘한 일이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이 부분에서는 오슬로가 정말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 단지 잠을 좋아하고 잠자는 것을 잘해서 이 가게를 연 것은 아니다. 오슬로라고 불면을 경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불면을 경험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걱정 고민 없이 편안한 잠을 잤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가게를 계획하고, 운영하게 된 것이다. 오슬로의 따뜻한 마음은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그와 자자의 배웅을 받으며 가게를 나서는 걸음과 뒷모습을 보면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솔직히 자기 챙기기도 급한 게 인생인데, 오슬로는 타인을 생각하고 위한다. 오슬로는 꿀잠 선물 가게를 운영할 운명으로 달님이 이라는 능력을 그에게 줬는지도 모르겠다. 자자와의 연도 달님의 계획에 포함된 것일 수도.

꿀잠 선물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살면서 하는 걱정,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다. 특별하지 않아서, 누구라도 할 수 있고 했던 고민이라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손님의 고민마다 각각 다르게 추천하는-오슬로가 직접 재료를 골라 제작한-아이템은 현실에서 있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은 꿀잠 선물 가게에서 값을 지불하고 가져온 아이템 덕분에 뒤척거리다가 겨우 잠든 날이 잦아들었다고 할 수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아마 오슬로와 자자도 내 생각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손님들은 털어놓지 못할 고민-고민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을 들어줄 누군가와 시간,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오슬로와 자자, 꿀차를 마시다가 편안하게 잠드는 시간,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갖춘 꿀잠 선물 가게야말로 짓눌린 마음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여유와 함께 의지를 토닥여줄 수 있는 곳이다.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을 수밖에 없는 곳이지 않은가.

잠을 잘 자기 위해 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을 보니 살면서 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덜 자거나 밤을 새우더라도 턱이 빠질 만큼 입을 벌려 하품하거나 졸 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잠에 대한 나의 오만이었다. 몇 달간 우울한 채 하루하루를 살면서 잠이라도 푹-, 자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뒤척거리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들다가 깨기를 반복했다. 제대로 자지 않으니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되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나도 한때 오슬로처럼 잠을 좋아했고, 엄마 말을 빌리자면 누가 업고 가도 모를 만큼 잠을 잘 잤다. 잠을 잘 자는 것은 곧 하루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오슬로는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서 걱정이 고개를 내민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걱정과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의미기도 하니까. 오슬로는 손님들을 위해 아이템을 만들고, 손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이 가게를 방문한 용기를 단단한 확신으로 변화시킨다. 잠자는 것조차 일이 되는, 아니 잠이 사치가 된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아주 포근하고 아늑한 침대의 항해를 선물할 꿀잠 선물 가게가 뜬눈으로 긴 밤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다정하고 따스하게 닿길 바란다.

언제 어디서나 꿀잠 선물 가게를 만날 수 있기를, 나의 마음 한구석에 흩뿌려진 달빛의 줄기를 보고 조수 부엉이가 나를 향해 힘차게 날갯짓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잠들기 전에 창문을 살짝, 열어둘 테니 나의 꿈속으로 들어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의 밤을 환하게 수놓길.

 

이 책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다. 지금이 아니었더라도 돌고 돌아 만났을 책이다. 이 책이 긴 밤을 보내는 이, 걱정으로 얼굴에 그늘진 이, 잠을 잘 자고 싶은 이에게 추천한다. 준비할 건 가게를 방문할 시간과 용기뿐이다. 그 뒤는 오슬로와 자자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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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일 수 있다면 - 제1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임고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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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일 수만 있다면,

임고을 장편소설, 녹일 수 있다면(현대문학)

 

종말은 어릴 때 종종 떠올렸지만, 지구가 얼어버린다는 상상은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참신했고, 읽는 동안 또 읽고 나서도 여운이 짙게 남는다. 작가가 지구를 얼려버린 설정을 통해 이 이야기를 만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 임고을 작가가 앞으로도 태서진과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을, 아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을 그리는 이야기를 많이, 세상에 들려줬으면 좋겠다.

모든 게 얼어버리는 지구에서 살아남은 서진과 서리. 우주연구원인 할머니의 예언은 미치광이 할머니가 떠들어 대는 말로 무시당했고, 무시의 대가는 사납고 잔혹했다. 누군가에게는 언 지구가 얼기 전 지구보다 퍽이나, 다정한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얼어버린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몇 이나 될까? 이 물음에는 사는 게 무엇인가?’라는 심오한 질문이 숨어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살아볼 만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자발적으로 얼음 인간이 되거나 미쳐버리지 않을까. 참신한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머지않은 우리 미래라는 것을 읽는 동안 느꼈다. 계절에 맞지 않는 꽃이 피고 전에는 쉽게 볼 수 있던 곤충들이 자취를 감추는 등 지구에 문제가 생겼음을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손 놓고 보고만 있으니 말이다. 지구가 얼어붙는 건 시간문제이며, 서진의 할머니처럼 머지않은 미래(닥쳐올 재앙)를 준비하는 사람이 분명 세상 어딘가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동생 서리가 편지만 남겨 놓고 가장 안전한 집에서 떠난 것을 알아차리고, 서리를 찾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는 서진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서리를 찾으러 가는 길은 살을 에는 두려움이 함께 했다. 모두가 얼어버린 것처럼 서리가 얼어버렸을까봐. 서리가 왜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서진은 서리만 찾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고, 해동기로 녹이는 동안도 서리가 아니면 어쩌지, 하는 불안을 느껴야 했다. 불안은 항상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서진이 녹인 사람은 서리가 사랑을 두둔했던 혜성이었다. 서리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과 더불어 허무함과 불안감이 서진을 가득 채웠다. 얼어버린 지구를 예상하지 못했듯(가볍게 넘겼듯) 상황은 생각하던 대로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혜성을 집으로 들이게 되고, 혜성과 같이 서리를 찾기 위해 함께 집을 나선다. 혜성이 있어서 묘한 안도감을 느끼는 동시에 혜성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녹여달라고 부탁을 언젠가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거리를 두면서도 혜성을 챙겨야 하는 서진을 짓누르는 무게를 누가 감히 알 수 있을까. 서진과 혜성이 서리를 찾는 동안, 서리는 서진이 생각하지 못한 일을 한다. 물론 서진을 위해서 한 일이지만 서진의 생각을 전혀 안 한 것만 도 못한 일이다(서리가 나중에 후회하는 걸 보니). 서진의 삶을 파괴한 기유진을 녹인 것이다. 기유진을 녹인 이유는 서진이 여전히 과거에서 괴로워하는 것을 원치 않고, 직접 부딪쳐서 이겨내야 한다는 서리만의 생각 때문이다. 서진을 위한 일이었지만 결국, 서진은 고통스러웠다. 우여곡절 끝에 서진과 서리뿐이었던 집에는 혜성과 그의 형 태양, 기유진, 할머니가 한자리씩 자리 잡는다. 할머니가 준비한 집은 마치 그녀가 지구를 얼린 장본인인 것처럼 모든 게 갖춰져 있고, 어쩌다 녹여져 이 집에 들어오게 된 그들은 서진과 서리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서진은 지구가 얼기 전에 지옥에서 살았다. 자신의 삶을 파괴한 이를 한 공간에 받아들인 건 어쩔 수 없는 조건 때문이고, 서리의 바람대로 서진은 유진과 직접 부딪쳐 얼었던 자신의 일부가 녹는 걸 느낀다. 서리의 선택이 옳았다고 할 수 없지만-언 지구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을까?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말이 안 된다-, 서진은 원치 않은 상황을 마주하면서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혜성이를 녹이고 나서부터 서진의 마음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른들이 있어도 언 지구를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에서 서진은 자신이 갖고 있는 조건을 잘 활용하여 누군가를 녹이고, 스스로 지켰다. 끝에는 처음과 달리 사람들을 녹여 구하겠다고 말한다. 직접 얼음 인간이 되어 본 서진은 얼음 인간이 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경험했기에 얼어있는 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얼고 싶냐는 서진의 말에 혜성은 이미 경험한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부분이 있다. 꽁꽁, 얼어버렸다고 의식이 없는 것이 아니며,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하면서도 가장 잔혹한 형벌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이성적이고 현 상황에 개의치 않을 것 같던 태양이 노란 털실을 끌어안고 흐느끼며 한 말은 아무래도 언젠가 누군가 할 말 같다. 신을 녹이자. 어디 실수로 얼어 있나 본데.” 그렇다. 신도 실수로 얼어버려서 어쩌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게 무섭다는 것을 몇 달 우울증을 앓으면서 알게 되었다. 사는 이유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정말 모든 게 얼어버린 지구 땅덩어리에 혼자 남겨진 기분 아닐까. 이렇게 살 바엔 얼음 인간이 되고 싶다가도, 그렇다고 얼음 인간이 되기는 무서운 모순되는 마음이 매순간 충돌하며 살아내야 하는 건 인간에게 가혹하다. 정말 신의 실수가 아니고선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랄까.

녹일 수 있다면은 머지않은 우리의 미래를 미리보기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면서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심오한 질문을 던지고 잠깐이라도 고민하게 하는 이야기다. 작가가 지구를 얼려버리기까지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모든 게 얼어버린 지구를 보니 꼭 지금을, 지금을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을 보는 것 같다. 어쩌면 모든 게 얼어버린 지구보다 먼저 얼어버린 건 인간의 마음 아닐까? 하루빨리 꽁꽁, 얼어버린 수많은 마음이 녹았으면 좋겠다. 마음을 녹일 수 있는 해동기가 있다면, 해동기는 밤낮없이 열일할 것이다. 얼어버린 세상보다 적어도 따뜻한 세상에서 사는 게 나으니까. 올겨울에 이 책을 만난 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 것 같다. 올해 말이 되어서야 얼었던 나의 마음이 천천히, 녹는 중이니 말이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현대문학에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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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래빗홀 YA
추정경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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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가 되기까지, 집사를 고르기까지,

추정경 장편소설, 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래빗홀)

 

표지와 제목만 보고, 무작정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주 가볍게 읽을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고, 나는 보기 좋게 스스로 망신당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특별하고 묘하게 빠져 들었다. 우리는 고양이가 강아지와 다르게 도도하기 때문에 길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사실 고양이를 길들인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고양이를 선택하여 길들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얼굴에 들이밀고 싶다. 고양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리하며, 그들만의 확고한 세계가 존재하는 것을 알려주고 싶으니까. 아무래도 이 책을 읽고 나니 본가에서 제 구역인 방과 마루를 소리 없는 걸음으로 다닐 고양이를 떠올리니 사뭇 형용할 수 없는 분위기가 주변을 감싸는 것 같다.

완벽한 개체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많은 장애를 가진 호랑이들이 태어나 버려지고, 수많은 근친 호랑이를 교배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돌연변이들이 부산물로 취급되어 연구소 한편에서 안락사당하는 것을 서준은 괴로워했다. 그중,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른다. 그것은 바로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다. 티그리스. 서준에게는 배다른 남동생 테오가 있는데, 테오는 티그리스가 처참하고 잔인한 마지막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서준은 말도 안 하고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 테오를 데리고 한국으로 온다. 친하지 않은 대학 동기 길연주가 원장으로 있는 두썸띵 동물병원에서 일을 하며, 점차 테오의 삶은 다시 빛을 내기 시작한다. 연약한 생명체를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길연주는 테오가 길고양이라고 생각하며, 자기 방식대로 테오를 보살핀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 치유 받을 수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테오는 티그리스가 죽는 날, 티그리스로부터 받은 능력이 있다. 바로 고양이의 언어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다. 티그리스는 아마 테오가 천 년 집사혹은 천 년 집사의 조력자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고양이들을 구하고 평화를 가져올 특별한 집사의 탄생을 그 누구보다 바랐는지도 모를 일이다. 티그리스가 준 능력으로 고양이 언어를 알아듣고, 고덕이 운영하는 계정에서-남들은 고양이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이라고 하지만-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회색 고양이를 알아차린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서준과 테오가 고덕을 찾고, 경찰 고덕이 엄마의 죽음과 고양이의 죽음의 진실을 좇으면서 고양이들과 고덕 사이의 에피소드(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는 물론, 생명의 존엄성으로까지 세계관이 확장된다.

흥미로웠던 점은 테오와 고덕의 관계성이다. 둘은 티그리스와 째째로부터 능력을 얻었고, 천 년 집사의 길에 들어서고 말았다. 자의로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강제로 그 길로 밀어 넣은 것도 아니다. 어쩌면 천 년 집사의 운명을 타고 났는지도 모른다. 테오와 고덕 둘 중에 누가 천 년 집사가 될지(궁금하다면 책을 꼭 읽길 바란다!) 모르지만, 확실한 건 서로 조력자가 되어 고양이들을 구하고 평화를 가져올 천 년 집사의 탄생을 너무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천 년 집사의 탄생은 그 누구보다 고양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단 한 명의 집사만을, 제 한 목숨을 바쳐 택한다.’ 그러니 겁 없이 고양이 집사가 되겠다고 설치다가는 보은과 복수가 동급인 고양이에게 뼈도 못 추릴 만큼 당할 것이다. 고양이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간택 당하는 것이며, 스스로 격을 갖춘 뒤 고양이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또한 아홉 가지 중 그 하나의 목숨을 온전히 그대에게 건 만큼 고양이의 간택을 최선을 다해 거부하거나 최선을 다해 받아들여야 한다.

고양이 집사는 고양이의 목숨 하나를 온전히 받은 인간을 의미하는데, 그중 나도 하나라는 사실이 놀랍다. 어쩌다 우리집에 와서 살겠다고 정신없이 젖병을 빨며, 자신을 향하는 손길에 하악질을 하던 아이가 사실은 우리 가족이 자신의 간택을 받을 격을 갖출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것이며,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나름 우리 가족 생활에 적응한 것은 자신의 목숨 하나를 온전히 우리에게 건넸다는 사실에 새삼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엄청 무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선을 다해 거부하거나 최선을 다해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아이에게 묻고 싶다, 나에게 너의 목숨을 하나 주었냐고. 너의 목숨을 나에게 줘도 될 만큼 내가 격을 갖춘 사람이냐고 말이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래빗홀에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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