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꿀잠 선물 가게 ㅣ 꿀잠 선물 가게
박초은 지음, 모차 그림 / 토닥스토리 / 2024년 11월
평점 :
‘꿀잠 선물 가게’를 만나기까지,
박초은 장편소설, 『꿀잠 선물 가게』(토닥스토리)
이 책을 만나게 된 정말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아닐 수 없다. 출근하기까지 시간이 남아 서점으로 향했고, 문학 코너에서 서성거리다 초록색 배경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 찬 『꿀잠 선물 가게』를 보게 되었다. 망설임 없이 바로 책을 집었다. 뭔가 이 책이 나를 끌어들였달까. 착각이어도 좋다. 이 책을 읽기를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니까.
‘꿀잠 선물 가게’는 오슬로와 그의 조수 자자가 운영한다. 오슬로는 학창 시절 때부터 잠을 좋아하고, 잠자는 것이 가장 잘한 일이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이 부분에서는 오슬로가 정말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 단지 잠을 좋아하고 잠자는 것을 잘해서 이 가게를 연 것은 아니다. 오슬로라고 불면을 경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불면을 경험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걱정 고민 없이 편안한 잠을 잤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가게를 계획하고, 운영하게 된 것이다. 오슬로의 따뜻한 마음은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그와 자자의 배웅을 받으며 가게를 나서는 걸음과 뒷모습을 보면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솔직히 자기 챙기기도 급한 게 인생인데, 오슬로는 타인을 생각하고 위한다. 오슬로는 꿀잠 선물 가게를 운영할 운명으로 달님이 ‘잠’이라는 능력을 그에게 줬는지도 모르겠다. 자자와의 연도 달님의 계획에 포함된 것일 수도.
꿀잠 선물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살면서 하는 걱정,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다. 특별하지 않아서, 누구라도 할 수 있고 했던 고민이라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손님의 고민마다 각각 다르게 추천하는-오슬로가 직접 재료를 골라 제작한-아이템은 현실에서 있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은 꿀잠 선물 가게에서 값을 지불하고 가져온 아이템 덕분에 뒤척거리다가 겨우 잠든 날이 잦아들었다고 할 수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아마 오슬로와 자자도 내 생각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손님들은 털어놓지 못할 고민-고민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에-을 들어줄 누군가와 시간,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오슬로와 자자, 꿀차를 마시다가 편안하게 잠드는 시간,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갖춘 ‘꿀잠 선물 가게’야말로 짓눌린 마음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여유와 함께 의지를 토닥여줄 수 있는 곳이다.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을 수밖에 없는 곳이지 않은가.
잠을 잘 자기 위해 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을 보니 살면서 ‘잠’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덜 자거나 밤을 새우더라도 턱이 빠질 만큼 입을 벌려 하품하거나 졸 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잠에 대한 나의 오만이었다. 몇 달간 우울한 채 하루하루를 살면서 잠이라도 푹-, 자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뒤척거리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들다가 깨기를 반복했다. 제대로 자지 않으니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되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나도 한때 오슬로처럼 잠을 좋아했고, 엄마 말을 빌리자면 누가 업고 가도 모를 만큼 잠을 잘 잤다. 잠을 잘 자는 것은 곧 하루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오슬로는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서 걱정이 고개를 내민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걱정과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의미기도 하니까. 오슬로는 손님들을 위해 아이템을 만들고, 손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이 가게를 방문한 용기를 단단한 확신으로 변화시킨다. 잠자는 것조차 일이 되는, 아니 잠이 사치가 된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아주 포근하고 아늑한 침대의 항해를 선물할 『꿀잠 선물 가게』가 뜬눈으로 긴 밤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다정하고 따스하게 닿길 바란다.
언제 어디서나 꿀잠 선물 가게를 만날 수 있기를, 나의 마음 한구석에 흩뿌려진 달빛의 줄기를 보고 조수 부엉이가 나를 향해 힘차게 날갯짓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잠들기 전에 창문을 살짝, 열어둘 테니 나의 꿈속으로 들어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의 밤을 환하게 수놓길.
◎ 이 책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다. 지금이 아니었더라도 돌고 돌아 만났을 책이다. 이 책이 긴 밤을 보내는 이, 걱정으로 얼굴에 그늘진 이, 잠을 잘 자고 싶은 이에게 추천한다. 준비할 건 가게를 방문할 시간과 용기뿐이다. 그 뒤는 오슬로와 자자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꿀잠선물가게 #박초은 #모차_그림 #토닥스토리 #잠 #꿈 #걱정 #불안 #불면 #편안한 #포근히 #달 #달빛시장 #오슬로 #자자 #부엉이 #마음 #꿀차 #안락한_소파 #내돈내산 #책로그 #24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