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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 - 다른 생명에게 배우기 ㅣ 반갑다 과학 5
이은희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5년 11월
평점 :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 걸까?
: 이은희 글•해랑 그림, 『어른이 된다는 것』 🌳 (사계절)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한 적 없다.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것’이라는 제목만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법적으로 정해진 숫자가 내게 주어지면 어른이 되는 거라고,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건 당연한 거라고만 생각했다. 이 책에 쓰여진 것처럼 공부에 관련해서 알려주는 것은 넘쳐나지만 어른이 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없다. 수학 공식을 정리해놓은 수학 바이블과 같은 교재가 없다.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른이 될 뿐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아프지 않으면 몸은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잘 자란다. 그렇게 ‘어른이’, 몸만 어른이 된다. ‘어른이‘가 세상 곳곳에 참 많다.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어른이 되지 못 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은 소란하다. 소란을 잠재울 방법조차 없다. 어른이가 아니라 진짜 어른으로 자라는 것 말고는.
자연으로부터의 배움이 매력적이다. 인간은 같은 존재니까 배울 점이 한정되어 있다(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한눈에 담을 수 없는 지연은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다. 아낌없이 준다. 주는 것을 안 받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게 좋은 거라면 더더욱. 자연이 주는 것들이 내게 아주 유익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알아차림 이후에는 자연과 더 가까워지고, 자연으로부터 얻은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 지금과 달라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재규어의 삶이 인상 깊었다.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이 기다림, 즉 인내심이다. 사냥을 다녀올 엄마를 얌전히 기다려야 하는 것은 어린 아이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내야 엄마가 물어온 사냥감으로 사냥 연습을 하고, 엄마와 같이 나가 사냥을 배우고, 엄마의 품을 떠나 자신의 영역을 찾을 수 있다. 시기에 따라 배우는 것이 다르다. 배우는 게 많을수록 나를 지켜주는 안전한 품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삶을 가꿔 나가는 것이다. 독립이라는 것이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영역인데, 그 영역에 첫 발을 잘 딛기 위해서는 시기마다 다른 과업을 잘 배우고 수행하며, 언제나 독립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독립할 때가 되더라도 독립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독립할 수 없다. 완벽한 준비는 없지만 아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독립을 안 하느니만 못 한다. 준비는 ‘어느‘ 정도라는 추상적인 기준이 반드시 존재한다. 추상적인 기준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건 자기 몫이다. 만들어 가는 과정에 어른의 역할도 중요하다. 자신의 곁에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 중 필요한 것들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어른들이 있다면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다.
자연은 아주 냉정하다. 기회가 한 번 뿐이라는 것이다. 그 기회를 잡지 못 하면 죽거나 쫓기는 삶을 살게 된다. 만약 재규어가 기다리지 못 하고 밖을 나가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쳤을 것이다. 기다림의 과제를 잘 수행하고 엄마가 알려주는 사냥법을 잘 터득하면 자신의 영역을 찾아 떠나야 하는 긴 여정의 과제만 남는다. 마지막 과제는 온전히 스스로 해야만 한다. 재규어의 성장 과정에 따른 과업을 보니 ‘독립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깨달았다. 독립을 위한 준비의 중요성 그리고, 삶의 최종 목표가 독립일지도 모른다는 것도. 독립이 삶의 또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재규어의 삶을 통해 배웠다. 재규어 뿐만 아니라 뱀장어, 코끼리, 연어, 꼬마선충, 해달, 비버, 카나리아, 생쥐, 황제펭귄, 탈바꿈하는 동물들, 아홀로틀의 삶에서 배운 것도 많았다. 생김새, 생활 방식 등 같은 게 하나도 없지만 ‘삶‘이라는 거대한 세계가 각자 있다는 공통점에서 각자의 삶에서 배울 점이 다양했다. 타인이 아니라 동물의 삶과 일생 과업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어른이 된다는 것』을 통해 처음 깨달았다. 인간의 삶만큼 복잡하고 치열한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인 나의 얕은 생각이었다. 어떤 삶이든 복잡하고 치열하기에 의미 있고 눈부시다는 것을, 고귀하지 않은 삶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삶이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존재해야 함을 배웠다.
재규어, 뱀장어, 코끼리 등 자연을 집터로 잡아 살아가는 동물들의 생애주기와 주기에 따른 과업을 통해 들여다 본 삶을 제법 ‘청춘’처럼 다가왔다. 치열하지만 그 안에 자신만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투명한 땀방울(새롭게 시작할 곳, 남은 생을 함께 할 짝, 사랑하는 이와 함께 만든 가족 등)과 같은 결과물을 얻어 내는 모습이 싱그러웠다. 제3자입장으로 보면서 ’새삼 내가 이렇게 멋진 삶을 살고 있는 존재구나.‘라고 벅찬 감동을 느꼈다. 잔잔하면서도 강한 울림이 있는 여운도 닿았다. 동물의 삶과 인간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을 타고 자라고, 시기에 맞게 과업을 수행하며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자신만의 삶을 가꿔나간다는 점에서 동물과 인간을 구분짓는 모든 것들이 의미없었다. 자연을 통해 ‘삶‘을 천천히 통찰하고 다가가면서 ‘어른이 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생각했다. 어떤 모습을 한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했지만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둠이 내려앉은 길 위에 서 있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동물의 이야기를 통해 먼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은 아이라서 두려운 것도 많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어른들의 보호와 도움이 절실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다. 현명한 어른 코끼리들이 천방지축인 어린 코끼리들에게 다른 코끼리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법, 사회 규범 등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처럼 내게도 어른이 되는 방법을 알려줄 존재가 필요하다.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잔소리로 들리고, 나를 위해서 쓴 소리를 하던 어른들이 꼰대 같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물론 어릴 때부터 어른스럽게 지낸 나는 잔소리를 자주 듣는 편은 아니었다. 어른이 된 지금 잔소리를 듣고 싶어질 줄 이야. 잔소리가 어둠이 내려앉은 길을 비춰줄 가로등이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내게 방향키가 되어줄 것 같다. 어른인 내가 이제와서 누구에게 조언을 구해야할까? 솔직히 조언해달라고 누구를 찾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부끄럽다. 무엇보다 그동안 내가 맞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시간을 스스로 부정하는 기분이 들어 불편하다. 매일 어떤 하루를 살아야 할지 고민해도 언제나 비슷한 하루를 산다. 반복되는 하루에 이렇게 비슷하게 살 거면 왜 고민하는 건지 답답함을 요즘 자주 느낀다.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걸 보면, 삶을 향한 나의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의지가 꺼지지만 않는다면 비슷한 하루하루에서 다른 점을 찾아낼 거고, 내 삶을 ‘나답게’ 색을 입혀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받더라도 결국엔 스스로 해야 한다. 곁에 좋은 어른이 있다고 해도 어른은 길을 제시하고 방법을 알려줄 뿐, 그 길을 선택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걷는 사람은 자신이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모르겠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어른? 누군가가 기댈 수 있는 어른? 좋은 것만 가진 어른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떤 사람과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 건 다른 걸까?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생각해뒀다. ‘타인으로부터 자유롭고, 스스로 믿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몸과 마음이 단단하고 건강한 어른으로 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스스로 미안하다. 어른으로 산지 약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준비는 아주 오래 걸릴 것이다. 이 준비의 끝은 없을지도 모른다. 어른이에서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가고 있는 길이 쉽지 않다. 모양과 크기가 제각기인 돌, 제멋대로 뿌리를 내린 잡초, 다듬어 지지 않아 방향 없이 줄기를 뻗어 햇빛을 가리는 나무, 먼저 가겠다고 나를 밀치고 가는 이들의 뒷모습. 어른이 되기 위해 당연히 경험해야 하는 일이라는데 상처와 눈물의 경험 없이는 어른이 되지 못 하는 걸까? 이 경험들이 없어도 어른은 되지만, 이 경험들이 훗날 내가 딛는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잘 넘겨야 하는 걸까? 어른이 되기 위해 겪는 통증이 웬만한 마음과 체력으로 버티기 어렵다. 그러면 나는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으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과 체력이 단단하고 건강한가 보다. 잘 버티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세상 곳곳에서 ‘독립’을 위해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고, 새로운 삶의 시작을 위해 떠날 준비를 하는 모든 존재에게 오늘도 당신의 하루는 눈부시다고, 눈부신 당신을 응원한다고 전한다. 내 응원이 닿아 잠시라도 가장 아름다운 세상의 장면을 보고 마음에 잘 간직하길, 보낸 응원이 내게 다시 돌아와서 나 또한 힘내어 주어진 삶을 부지런히 살아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쉽지 않은 어른이 되는 과정을 잘 버틴 어른이들, 진짜 어른의 세상이 조금은 다정하고 너그럽기를. 너무 힘들 때는 각자 삶을 바쁘게 살고 있을 어른이들과 진짜 어른들을 떠올리며 힘을 내보기를.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는 계속 생각하고, 바뀔 것 같다. 지금은 ‘누군가가 내게 도움을 청할 때 다정히 도와줄 수 있는 다정함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다. 실험용 생쥐의 다정함이 다음 세대에 전해지는 것처럼, 나의 다정함도 세상 곳곳에 전해진다면 좋갰다. 태어날 때부터 품고 있는 다정함이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세상이 다정해져야 한다. 세상을 다정하게 만드는 몫은 어른이다. 어른이 자신을 위해, 타인을 위해, 어른들의 보호와 사랑 그리고 도움으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다정함을 잃지 않고 세상을 다정하게 만드는 데 마음을 보태길 바란다. 작은 다정함이라도 보탤 수 있게 나 또한 다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내 농도에 맞게 노력할 것이다.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사계절‘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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