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보늬 라임 청소년 문학 69
설재인 지음 / 라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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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일어나는 일, 드러나는 일
: 설재인 장편소설, <진실과 보늬> (라임)


설재인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만남인 것 같다. 설재인 작가가 내는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안 읽을 수가 없었고, 꼭 읽고 싶은 마음으로 신청한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보늬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한 장 두 장 세 장, 넘기다 보니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보늬 이야기가 지어진 이야기가 아니며, 현재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관심 받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참교육>이 떠오른 건 왜일까?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 어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무섭고 무겁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행복하게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움의 즐거움을 알아야 할 공간이 언제부터 이렇게 무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왕따는 전부터 학교에서 끊임없이 나오던 문제지만 지금까지도 사라지거나 나아지지 않는다. 여전히 한 사람을 정해서 때리고 욕하는 등 괴롭힘을 멈추지 않는다.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럴 만한 했다는 이유, 촉법 소년이라서 솜방이 처벌일 거라는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 말들을 생각없이 떠들어 댄다. 가해자들의 부모를 보면 자식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자식들은 야단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감싸고 돌고,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 아니냐며 다음부터 이러지 않을 거라는 피해자를 여러 번 죽이는 말과 행동을 반복할 뿐이다.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것도 갖추지 못한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보면서 내 일이 아니지만 속을 가득 채운 분노에 여러 번 마음을 데이곤 했다. 피해자들만큼 상처가 깊지는 않지만, 피해자들을 돕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도와야 할지 모르는 사람으로서 말이다. 학교, 학창시절을 담은 소설을 읽을 때면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다. 보늬를 보고 나의 학창시절 몇몇 순간이 떠올랐다. 혼자 밥 먹을까봐 두려워하고 같이 어울리면서도 뭔가 겉도는 느낌을 받고, 언제라도 무리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일부러 반응을 크게 하면서 마음을 졸이며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냈다. 학창 시절을 보낼 때는 지금 하고 있는 걱정이 나중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모른다. 물론 청소년 시기에 받은 상처와 트라우마가 어른이 되어도 쫓아와 선명하지만 말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참 속 편한 사람들이 아무렇게 지껄이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틀린말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학교에서, 학창 시절로부터 멀어지고 그렇게 받았던 상처와 생긴 트라우마로부터 멀어질 수 있기도 한다. 하지만, 놓을 수 없는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보늬에게는 보늬의 지금이 그러지 않을까 싶다.

어디서나 계급은 존재한다. 계급이 눈에 잘 보인다. 학교에서 학생들 안에서도 계급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무리가 지어지면 그 안에 우두머리가 생긴다. 무리도 많지만 무리에도 급이 정해진다. 학교, 반이라는 공동체에 속하기 위해서는 힘 있는 무리에 속해야 함을 <진실과 보늬>를 통해 새삼 깨달았다. 나의 학창시절에도 무리는 있었지만 무리가 고만고만 했고, 계급일 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빠르게 변한 만큼 계급 차이가 명확해졌고, 다양한 조건으로 무리가 만들어지는데 무리 밖, 안으로 계급이 없는 게 이상할 정도다. 보늬가 민서정이 우두머리인 무리에 속하기 전까지는 왕따였다. 왕따로 사는 삶이 얼마나 괴롭고 외롭고 아픈지 어느 정도 안다. 함께 있어도 느끼는 외로움이 혼자 있을 때는 얼마나 크게 다가오는지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함께 있어도 외롭지만 무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벗어나면 정말 혼자니까, 그림자로라도 한 자리 잡고 있으면 무리의 시선을 받고 아주 잠깐이지만 내가 존재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 보늬가 무리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불안감, 그리고 민서정 무리를 향한 불신 등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그렇게 해서라도 무리에 속해야 하는 보늬가 얼마나 힘들지. 그런데 보늬에게는 다른 문제가 있다. 박유리 죽음의 진실, 제물 그리고 재단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최보늬 자신이 살기 위해서.

‘용‘의 진실, 보늬가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보늬 이후에도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진실을 밝혀야만 했다. 밝혀진 진실 앞에서 맥이 풀렸다. 고작 이런 이유 때문에 용의 존재가 만들어졌고, 수많은 피해자가 생겼다는 것이 억울하기까지 했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득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자기 자식들을 위해 기꺼이 미친짓을 저지르고 주도하는 부모의 행동에 할말을 잃었다. 자기 자식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다른 아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구는 모습에 메스꺼움을 느꼈다.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야 하는 것들을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얻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혼자서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이끄는 세상은 얼마나 역한 냄새를 풍길 거란 말인가. 배움의 즐거움을 알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르고, 진짜 사회에 나가기 전에 준비할 수 있는 안전한 학교라는 공간이 어쩌다 진짜 사회보다 더 잔인한 곳이 되었을까. 무엇이 아이들을, 아이들의 부모를 괴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학교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서슴없이 일어나는 뉴스를 듣거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불편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갈수록 어두워지는 세상에서 아이를 낳고 길러 학교를 보내는 것이 맞는 것인지, 학교에서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을 수 있기는 한지, 학교가 세워진 근본적인 이유는 어디서부터 길을 잃었고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학교의 진정한 근본을 찾을 수나 있을지 등등. 아이들을 괴물로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쉽다. 그래서 어른들의 역할이 막중하다. 아이들이 삐뚤어지는 시기에 어른들이 제대로 잡아주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방향을 잃게 된다. 어른들의 역할과 아이들의 역할은 정해져 있는데, 정해진 역할대로 움직이는 이들이 몇 되지 않는다. 질서와 규칙을 가르치는 학교에서조차.

이 책을 읽고 나니 생각이 많아진다. 학교라는 공간이 많이 무너졌고 많은 것을 잃었구나, 하고. 학생이 해야 하는 일은 학업에 충실하는 것이지만 성적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어른들이 없다. 무조건 친구를 밟고 일어서야 하고, 쟤 보다 앞서야 한다고 쟤의 주춤거림과 방황이 너한테는 기회라고만 말한다. 그말을 듣고 크는 아이들은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안다. 어쩌면 아이들의 길을 잃게 만드는 건 어른들인지도 모른다. 어른들의 역할은 이래서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책임을 다하겠다는 말을 함부로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성적이 전부가 아니고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세상은 성적, 결과만을 본다. 아이들은 제 나이때 즐길 수 있는 것을 즐기는 대신 나중에 알았으면 하는 현실을 빠르게 알고 받아들인다. 어쩔 땐 회사에서 일하는 어른들보다 더 어른들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세상이 뒤집힌 기분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 같은 느낌에 불편하다. 학교에서는 공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공부 이외의 것들, 가장 중요한 것들을 가르친다. 사회성, 관계, 예의, 소통 등 삶을 살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말이다. 하지만 성적을 제외한 것들은 성적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성적만 좋으면 모든 것이 가볍게 넘겨지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성적 이외에 배우는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진실과 보늬>를 통해 학교가 잃은 게 무엇인지, 학교가 되찾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른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생각할수록 여러 색의 실이 뒤엉킨 것처럼 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가위로 싹뚝, 잘라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 시작을 열어줄 계기가 일어날까. 어떤 계기라도 좋으니 잃어버린 학교를 되찾아야 할 때다. 늦었다. 더 늦기 전에 찾아야 한다. 이상적이라고만 생각하는 학교를.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이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와 보내고 있는 학창시절에 대해 잘 생각했으면 좋겠다. 학부모들이 읽어도 좋을 이야기라서 꼭 추천하고 싶다.

★ 이 가제본은 비매품이고, 서평단 활동을 위해 ‘라임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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