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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스터 타이거 ㅣ 창비청소년문학 148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평점 :
서로에게 특별한 세상이 되어준 둘, 언어는 달라도 같은 것을 보는 중이었다.
: 나혜림 장편소설, 『안녕, 미스터 타이거』 🐅 (창비)
나혜림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두번째다. 첫 만남이 특별했기에 작가님 신작 소식을 듣고 신청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나 두번째 만남도 아주 빠른 속도로 작품으로 작가님이 이끄는대로 끌려갔다.
계손향과 노월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조선시대에 실제 있을 법한 인물로 현실감을 제대로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 계손향과 같은 인물이 있기에는 여러 측면에서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희망과 바람을 품은 인물처럼 다가온다. 계손향과 같은 인물이 있기에는 위험하고 강압적이고 억압된 시대였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같은 하늘 아래 인간은 평등하다고 했는데, 신분이 존재하고 신분에 따른 삶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계손향이라는 인물을 더 깊이 알수록 계손향이 조선시대에 태어나 살게 된 것이 짠하고 답답하고, 억울하게까지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속이거나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그 시대를, 자신에게 불리하고 강압적인 시대를 살아낸 계손향이 대단했다. 계손향 자체로 매력적이고 대단한 인물이지만, 푸른눈 노월과의 만남이 그녀를 더 돋보이게 만든다. 계손향과 함께 하는 푸른눈은 계손향만큼이나 매력적이다. 서로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드는 과정이 계손향이 노월의 푸른눈을 보고 느낀 감정을 닮았다. 그대로 베껴 놓은 듯 하다. 계손향과 노월 사이에 흐르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물결이 잔잔하게 흘러 스토리의 흐름을 이끈다.
그 시대에 계손향과 같은 인물이 얼마나 있었을까, 상상한다. 그리고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떤 인물이었을지 상상한다. 변화가 무섭고 두려운 나는 계손향은 아니었을 것이다. 계손향을 부러워하며 속좁게 구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계손향을 친구로도 두지 못 하고 질투시기로 속좁게 군 탓에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조차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나중에야 계손향에게 속좁게 군 것을 미안해하고, 늦었지만 질투시기 대신 배움의 열정을 갖고 실천한다면 다행이다.
계손향에게 노월은 세계 그 자체이다. 한번이라도 경험하기 어려운 그런. 노월에게 당연한 것들이 계손향에게는 법과 도리에 어긋나는 것들이니까. 노월은 당연한 것들을 누리지 못 하는 계손향에게 틀에 가두는 것들에 의문을 가지라고, 맞서라고 그녀 안에 있는 숨죽이고 있는 것들을 툭툭, 깨운다. 계손향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제 안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당황스러워하고 불편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노월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안녕, 미스터 타이거>의 탄생은 물론, 그녀 안에 숨죽여 있는 것들은 세상 빛과 공기를 쐬지도 못하고 시들어 산산이 부서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노월이 그녀에게 해주는 말들(같은 세상을 보고 있다, 뭐든 할 수 있다, 맞서라 등등)은 그 시대에 사는 여자들 뿐만 아니라 편리함으로 무장한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도 필요하다. 세상은 아주 빠르게 돌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의 강요와 강압에 갇힌 채 사는 게 아니라, 버티는 이들이 많으니까. 혐오와 차별, 갈등이 세상 곳곳에서 차고 넘쳐 흐르니까. 푸른눈 노월은, 계손향보다 넓은 세상에 살던 그는 계손향이 숨기고자 한, 숨겨야 한다고 배워서 숨기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던 이야기를 눈만 보고 알아챘다. 언어는 알지 못해도 둘은 언어 이상의 것을 주고 받았다. 둘이 함께 할 때 나오는 에너지와 기운이 너무 좋다. 그 기운이 계손향이 더 넓고 깊은 세상을 경험하게 이끌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다.
계손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노월과 함께 있는 시간 동안에 느끼고 배운다. 배우고 느낀 것들이 그녀에게 낯설지만 분명 그녀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여자에게는 절대 내보여서도 가져서도 안 되는 불꽃을 키우고 있다. 노월 말대로 지지 않고, 끝까지 맞섰으면 좋겠다. 계손향을 붙잡는 것들이 많지만 그녀의 삶을 책임져주지 않을 것들에게 붙잡혀 한번 뿐인 인생을 자신이 아닌 이들을 위해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어릴 때 아버지 손에 끌려 포도청으로 팔아 넘겨지면서 자신의 삶을 한번 잔인하게 잃었으니까. 노월이 계손향을 자신의 눈을 담은 푸른 바다 너머의 세상으로 이끌었으면 좋겠다. 계손향에게 노월이 기회이고, 좁은 세상을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갈 수 있는 다리니까.
로맨스 소설인 줄로만 알았는데 많은 이야기가 살아 숨쉬고 있다. 사랑 이상의 것들을 담고 있다. 삶 그 자체다.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둘을 따라 걷는 시간 동안 내게 주어진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잠깐이나마 생각했다. 나는 노월의 삶, 계손향의 삶 중 어떤 삶에 가까운지, 내가 계손향이라면 노월의 같이 가자는 말에 어떻게 답할 것인지, 노월에 대한 낯선 설레는 감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내가 노월이라면 계손향에게 무엇을 주고 싶은 건지 등등 생각할 것들이 아주 많다. 내가 질문을 생각하고 답한 말들로 소설 한 편은 만들 수 있을 만큼 『안녕, 미스터 타이거』가 품고 있는 것들이 많다.
계손향 본인의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녀는 조선의 기녀로만 삶을 살기에는 너무 아깝고 훌륭한 여자다. 여자라는 이유로 귀한 삶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지 못 하는 건 진짜 말도 안 되고 억울하다. 계손향이라면 자신의 삶을 멋지고 찬란하게 꾸밀 수 있다. 계손향은 자신에게 필요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계손향은 더 넓고 깊은 세상에서 자유롭고 유영하듯 살아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 계손향에게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이라는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잊지 않고, 노월의 말을 빌려 끝까지 맞섰으면 좋겠다. 그녀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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