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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과 어니스트 ㅣ 북극곰 그래픽노블 시리즈 7
레이먼드 브리그스 지음, 장미란 옮김 / 북극곰 / 2022년 3월
평점 :
에델과 어니스트 (레이먼드 브릭스, 북극곰)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 부모님의 실제 이야기에요
1928년 첫만남부터 1970년 이별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부부가 살아온 길을 보여주고 있어요
물론, 그들이 겪은 전쟁과 정치변화, 그리고 발명품은 결코 평범하지 않아요
"역사적으로 격변의 시대에 살았던 두 인물의 일상 이야기"
그 간극에서 오는 묘한 이질감과 긴장감이 이 책의 기저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책 속에는 다채로운 감정과 날카로운 사회비판이 담겨 있어요
-. 부부의 사랑과 새롭게 꾸리는 가정에 대한 설렘이 있어요
빚 갚는데 꼬박 25년 걸릴 집을 구해서 부부의 취향으로 하나둘 채워나가는 모습이
애틋하고 희망이 넘쳐요
-. 전쟁의 잔혹함과 처참함을 생생히 느낄 수 있어요
집은 폐허가 될 정도로 망가지지만 두 부부는 살아남아요
짧게 비추고 지나간 장면이지만, 죽음과 더 가까웠던 생존의 순간은
얼마나 급박하고 처절했을지 생각하게 만들고 여운을 남겨요
-. 노동자 부부의 가치관 대립을 재치있게 풀어냈어요
엄마 에델은 끝까지 자신과 어니스트가 노동자임을 부인했어요
아빠 어니스트는 본인의 노동을 자랑스러워 했고요
영국 정치 변화에 따른 두 사람의 티키타카 대화는 매우 흥미진진해요!
-. 입체적인 인물묘사로 등장인물의 매력이 더 돋보여요
엄마 에델은 정치와 전쟁에 문외한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만보면 아빠 어니스트보다 더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어요
한두마디로 어니스트를 제압하는 에델이 언제나 당당한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빠질 수 없는 감상평
-.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의 작품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눈사람 아저씨>, <산타 할아버지>, <곰> 작품들의 공통점은
허구 또는 상상이 실존하거나 실현된다는 거에요
판타지같은 극악무도한 전쟁을 겪은 작가이기 때문에
반대급부로 '허상과도 가까운 소망'을 이루는 판타지를 그린 것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 <에델과 어니스트>를 읽고 <바람이 불 때에>의 작가 의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어요
평범한 소시민이 겪은 전쟁이 더 사실적이고 비극적이듯,
레이먼드 브릭스 작가는 자신의 가족을 투영하여 노부부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였고
단순히 전쟁의 위험성을 알리기보다,
전쟁이 지닌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정부의 무책임함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시대 상황을 모두 제외하고서라도
두 부부의 일생은 한결같았고, 그렇기에 아름다웠어요
동반자이자 함께 전쟁을 이겨낸 동지 간의 끈끈한 사랑,
서로 다른 정치관을 가졌지만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여유,
자식에게 바라는 사실적인 욕망까지,
한편으론 대단하고, 한편으론 지금의 우리와 너무나 똑같아서 웃음이 나왔어요
그렇지만 42년의 부부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이유는
항상 마지막엔 '죽음'이 있기 때문이겠죠
전쟁도 피해간 사랑이지만, 결국 죽음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보고
오늘 하루도 전 '살았는지' 아니면 '살아졌는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많은 여운을 남겨주는 책, <에델과 어니스트> 추천합니다.
<북금곰 출판사의 제공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