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생활 - 너를 생각하고, 사랑을 배우면서
서효인 지음 / 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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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또다른 세계를 엿보는건 독서를 사랑하는 자들의 특권이다.
그 특권을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한 것이 그림책이다.

진득하게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은
오히려 “글”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았기에
그림만으로도 글 밖의 것을 느끼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그림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고뇌를 거듭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그림책은 글과 그림의 조화가 가장 돋보이는 고차원의 예술 집합체임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이 적기에 그림책에 적혀진 단어들은 모두 선별되었고 정제되었으며,
모든 페이지의 그림은 한장 한장 작품으로도 손색없을 정도이다.
종이와 책의 물성을 이용한 전달력은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까지 자극한다.
그렇게 그림책은 각 그림책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였고, 저자는 그 세계에 매번 감탄한다.

내가 몰랐던 세계가 그림책에서는 무엇이든지 현실이었다.
아니면 죽음과 같이 피부엔 와닿지 않았던 운명을 직접 마주친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읽으며
나의 내적 감수성은 더욱 단단해졌다.



저자가 읽은 그림책은 장르가 다양하지만, 저자는 매번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냈다.

동물과 환경을 향한 사랑
삶과 일상의 소중함
언어와 글의 아름다움

이 모든 갈래의 사랑은 두 딸에게로 귀결되어 완성되는 것을 보았다.
덕분에 어떠한 아름다움도 이를 함께 나누고픈 대상이 있어야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림책은 어쩌면 어른들이 놓친 시선을 잡아내는 보조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일상의 틈을 기어코 찾아내어 벌리고
현실과 공상 사이에 있는 무언가에 빠지게 만든다.
이러한 시간들이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편협한 생각의 틀이나 경계선을 없애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그 자체를 사랑하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저자만의 그림책 생활이다.

나도 저자처럼
아이가 몇 가지 단어만 돌려쓰며 표현하지 않기를 바란다.
본인의 감정과 상황에 꼭 들어맞는 어휘를 쓰고
글이라는 기호 너머의 실체 혹은 허상까지도 온몸으로 느꼈으면 좋겠다.
숨쉬는 것을 잊지 않는 것처럼
그림책과 함께하는 일상이 익숙해지기를 바란다.

<달 출판사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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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는 맨홀 2023-06-1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책이 있어서 잊고 있었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