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현하는 연습 - 남들 앞에서도 나답게
전훈 지음 / 여름오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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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줌마가 되면 얼굴에 철판이 깔린다던데 왜 난 애 둘을 낳고도 이리 쫄보인지. 난 내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전달할 줄 아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1인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런 것도 유전인지 아이들이 그런 날 쏙 빼닮아 친구들에게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할말도 못하고 울거나 상황을 회피하고 만다. ㅜ

 

도움이 될 것 같아 첫째 아이를 연기공연 수업을 시켜봤는데 결과적으론 도움이 되다 말았다. 내가 원한건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연습, 생각을 말로 구체적으로 해 보는걸 비록 대본 암기일지라도 읽다보면 깨우치는게 있지 않을까 했는데.. 방향이 달랐다.

 

 


《나를 표현하는 연습》 저자도 연기 훈련이 '진짜 내 감정을 내 몸으로 자유롭게 표현해가는, 나를 되찾는 과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저자는 팁을 전수하는 사이사이에 자신을 되찾은 배우들의 좋은 예를 넣어 두(어 이니셜이 누군지 너무너무 궁금..)었다.

 

책에서 다룬 훈련은 저자가 이십여년동안 배우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것 중 효과를 본 방법들을 실었는데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의 '메소드 연기' 이론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효과를 본 적 있는 '집중의 원'도 이 메소드 연기 창시자가 만든 방법이다. '집중의 원'은 집중해야 하는 구체적인 대상을 중심으로 하나의 원을 그려 그 영역에 집중하는 훈련이다. 처음엔 작은 원으로 시작했다 점점 영역을 넓혀나간다.

 

​바른 자세, 복식호흡 등 기초부터 시작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를 끈 건 "발성". 발성 훈련 전, 복식 호흡이 선행 되어야 한다. 음~~~. 음~~~. ㅎㅎ 노래는 아이들과 합창곡 부르고 있는데 성악곡도 찾아봐야겠다.

 

 

 

 


 "배우들의 연기를 어떻게 '되고 싶은 나'를 표현하는데 써먹을 수 있을까?"


기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면 이제 다음 단계, 집중력과 상상력을 깨우고 확장시켜가는 과정이다.

'매직 이프'는 상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내 안의 다양한 나를 이끌어 낼 수 있고, '롤 플레이'는 실제로 연극 치료법으로 많이 쓰이고 나는 물론 남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자유로운 표현을 방해하는 트라우마를 해소해줄 '셀프 힐링 메소드'도 책에 있다.

 

 

방법이 여러가지니 각자의 사정과 상황에 맞춰 골라서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난 아이가 좋아하는 롤 플레이!로 저녁을 보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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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베를린 - 분단의 상징에서 문화의 중심으로
이은정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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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후 독일은 서독과 동독으로 나뉘었다. 독일 땅을 네 나라가 나누어 통치했는데 수도 베를린도 네 나라가 나누어 관리(?)했다. 동독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재를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영양실조 문제가 대두될 정도로 경제가 악화되었다. 

동서로 나뉘었지만 완전히 동독체제에 속해 있지 않았던 동베를린의 거주민들은 동독의 경제가 나아지지 않자 서베를린으로 일을 나갔다. 

물리적인 장벽이 세워지기 전 그러니까 1961년까지도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의 주민들은 큰 어려움없이 왕래했다. 동독은 당연히 이를 마땅치 않아했고, 주민을 여러 방면으로 압박하고 제재를 가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이런 왕래 덕분에 독일은 정치적으로는 분단되었지만 삶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똑같은 분단의 아픔을 가진 한국 국민으로서 신기하다. 서로를 잔인하게 죽일 수 밖에 없었던 한국 전쟁의 원한이 계속 퇴적된 탓인지, 우린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편에서 생각하고 옹호하면 빨갱이라 욕먹는데. 남한과 북한은 연결고리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책을 읽을수록 우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막막함이 밀려왔다. 숙제가 산더미다. 



1961년 8월 13일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고 동서베를린 주민들은 경계를 넘을 수 없게 됐다. 사람들이 분단의 고통을 제대로 체감하기 시작했다. 동독은 서베를린으로 넘어가려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프롤레타리아 사회의 완성을 꿈꾸던 지식인들이 동독 체제에서 등을 돌리면서 동독체제는 정당성을 상실했다. 젊은 지식인들은 체제개혁운동을 확산시켜 나갔고 시민들의 체제개혁에 대한 요구가 날로 강해졌다. 


독일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남한에선 북한 내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나마 가늘게 이어져 있던 여행,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을 통한 교류마저 끊어진 상태다. 반면, 독일은 장벽을 세운 뒤에도 통행증과 체류허가증을 받으면 동서를 오갈 수 있었다. 우편이 계속 오고 갔고, 철도와 상하수가 이어져 있어 자연스레 협력할 수 밖에 없었다. 브란트 시장의 말대로 동독과 서독의 "공존"은 "대안이 아닌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기회"였다.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빌미(?)로 공존해볼 기회를 얻어볼 순 없을까? 
사십여년을 떨어져 지낸 독일도 행정, 교육, 사고방식 등 모든 게 갈등거리였는데 두배 더 오랜 세월 떨어져있었던 남한과 북한은 몇배나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걸까? 

노력이야 하면 된다. 동서, 남북, 사람은 어딜가나 다 다르지 않던가. 나라를 건너가지 않아도, 한두시간 거리만 떨어져도 말투와 성격, 식습관... 다 다르다. 동독과 서독도 통일 전이나 후나 당연히 갈등이 잦았다. 하지만 협상 때마다 둘 모두 '다름을 인정하는 합의' 원칙을 고수했다. ('다름을 인정하는 합의'는 책의 앞부분에서 잠시 언급되지만 자세한건 중반부 넘어서 설명하고 있다.) 우리도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북한은 이렇더라, 저렇더라 이야기하기보다 틀린게 아니라 다르게 봐주는 것.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숙제 아닐까. 

 동독 대변인의 착각과 실수가 독일 통일에 큰 촉매제가 되어주긴 했지만 그 이면엔 수많은 이야기들이 감춰져 있다. 《베를린, 베를린》에는 장벽이 세워지기 전, 2차대전 직후부터 - 통일 이후 현재의 모습까지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통일 이후 사람들이 갈등하는 모습, 서로 다른 행정체재를 합쳐가는 과정, 교육과정이 달라 생겼던 문제들, 통일 이후에도 지속된 서독과 동독의 임금격차... 수많은 문제 앞에 조금 겁이 나기도 하지만, 독일의 사례를 본보기삼아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면 우리도 할 수 있겠다. 

통일하면 막연히 걱정부터 했다면 일독을 
관심만 있었다면 이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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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과 아름다운 궁에서 살고 싶었을 뿐이다 시보 시인선 1
김사람 지음 / 시인보호구역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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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를 기억해 줄 때 존재한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 남기위해 시인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애쓴다. 김사람 시인은 비밀을 생존법으로 택한 듯 하다.

 

토탈 이클립스 오브 더 헬

...

시간은 화합물이야

과거 현재 미래

후회 증오 사랑

누가 나를 분리하는가

동물은 세 개의 눈을 가졌어

나를 보는 눈

너를 보는 눈 그리고

인간의 과거를 보는 눈

...

인간이 인간을 먹고 살아요

먹을 것이 사라지면

인간은 멸종할 겁니다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 순간이

자기 시를 볼 수 있는 때야

...

남에게 보이기 싫은 순간, 숨기고 싶은 속내를 수면 위로 살살 띄우는데 어쩐지 요령이 탁월하다 느껴진다. 왜일까? 티끌모아 태산이라더니 큰 거 한 방 없는 시집인데도 마음의 울림이 오래 간다.

좋다 ♥

시인의 다음 시집을 어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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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젊은 시인들 12
정훈교 외 지음 / 시인보호구역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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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열어야 할 때

입을 열고 있으면 저녁이다

한마디 한다는 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저녁이다

상투적 은유에

스스로 도취되면 저녁이다

작심하고 한 마디 했는데

말의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면 저녁이다

...

강문출 시인의 <저녁의 발견> 중에서.

 

 

 

 

시는 은유적인 동시에 현실적이다.

시를 통해 별은 검은 비를 내리는 구름이 되고, 창문은 맞꼭점이 되어 안과 밖의 삶을 가른다. 가슴에 달린 노란 리본이 계속 눈을 찌르지만 뗄 수 없음은 우리가 계속 시를 쓰고 읽어야 하는 까닭과 닿아있다.

시는 은유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에는 반드시 현실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시는 어렵다.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박소원

죽음의 시대

...

나비가 되어 날아간 애벌레처럼

말은, 일찍이 본집을 떠난 게 아닐까

곤충의 빈 껍질같은 허울뿐인 말의 무늬를 입술에 걸치고

스스럼없이 속삭이는 너와 나는

지금, 보이지 않는 어떤 음모에 깊이 가담된 게 아닐까

...

연초까지만 해도 시의 어려운 부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답답하게 여겼다. 시집을 읽고 갈증을 느낄 때마다 누가 해답지 좀 내줬으면- 했는데 《정전》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삶의 모든 걸 우린 이해할 수 없다. 기어코 알아내려고 움켜쥐고 있는 것보다 그냥 흘려보내는게 어쩌면 더 이로울지도 모른다. 알게 모르게 흘려보낸 것들을 통해 얻은 득이 우리 생각보다 많을지도 모르겠다. 난 이 삶의 이치를 시에도 적응시키기로 했다.

재밌으면 웃고, 공감가는 대상을 함께 씹어대고, 고민하고 싶을 땐 고민하고, 도저히 모르겠을 땐 과감하게 넘겼더니 부담이 사라졌다.

안현심

연꽃무덤

어머니의 주검을 닦아드리다가 짓무른 생식기에 손이 닿았다

탄탄한 자신감으로 생명을 피워 올리던 황금빛 바다

휘파람이 피어나고 풀잎이 피어나고 사슴이 피어나던 연꽃생식기

생명의 바다를 사모하다, 사모하다 스러진 연꽃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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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후지사키 사오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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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를 사는 건 어렵다. 어느 정도 자랐단 이유로 어른과 비슷한 책임감을 요구받는 동시에 그리고 반대로 어리단 이유로 많은 제약을 받는다. 떠안겨진 책임감에 비해 결정하고 선택할 자유는 턱없이 모자란다. 남들이 깔아놓은 레일 위를 달리는 열차를 의문도 없이 타는 십대가 어디 있겠는가. 의구심을 떨쳐내고 입꾹하는 것만이 생존의 지름길이라니 그저 잊으려 노력하는 수 밖에.

​십대엔 붕어빵 반죽 마냥 물러야 살아남는다. 묽으면 묽을수록 어른이 정해놓은 틀에 잘 들어맞는다. 제 고집과 주장이 섞여 질어지면 버림만 받는다.

 

 


"어쨌든 쓰키시마는 스무 살이 되어서도 인생 게임의 시작점에 장기 말을 놓아둔 채였다."


여기 버림받은 아이가 있다. 싫은 건 싫다고, 재미없는 건 재미없다고 말하는 쓰키시마는 제 마음가는대로 행동하다 결국 정신병원에 갇히고 만다. 퇴원 후에도 위태위태하다. 버림받는 아이 곁을 지키는 친구가 있다. 나쓰코는 어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한다. 우울은 옮는다던데.. 옮겨다니기도 하나보다.


"밴드를 시작한 뒤, 나와 쓰키시마의 관계는 단숨에 변했다. 병을 극복하고 급격히 성장하는 쓰키시마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나 사이에 생긴 차이를 나는 좀처럼 소화하지 못했다."


나쓰코가 친구를 챙기는 데 정신이 팔려 자신은 돌보지 못했다. 그런 나쓰코를 언제부턴가 쓰키시마가 챙기고 있었다.


"나쓰코가 나랑 똑같은 경치를 봤으면 해."

 

밴드를 결성하고, 음악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지만 훈훈하지 않다. 답답하고, 불안하고, 걱정스러워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날 가장 우울하게 한 건 현대 소설이 던지는 질문, 십대들의 갈등, 고민이 수십년 전 내가 (십대일 때) 했던 고민과 똑같았단 점이다.

"규칙을 지키는 거. 중요한 건 규칙의 의미가 아니야. 규칙을 지키는 데 의미가 있을거야. 학교에서는 그걸 배우는 거겠지."


머리는 귀 밑 12cm. 교복 치마는 무릎 아래 3cm. 하복 안엔 이너를. 구두는 검은색, 굽과 장식없는 앞 코가 둥근 것이어야 한다. 지금은 학기 중에도 머리 염색이 가능할만큼 규칙이 줄어들었다. 그럼 학생들은 자유로워졌을까?


"왜 노력하지 못할까, 왜 금방 포기할까 의아해하면서, 노력하지 못하는 괴로움을 나는 어느새 잊고 말았다. 열심히 하는게 좋다고 그냥 정해져 있는 건 아닐까."


초등학교 졸업 후, 근 삼십년만에 초등학교를 다시 들락날락하고 있다. 처음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모습을 보고 추억에 잠겨 행복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학교를 보고 답답해하던 청소년기와 지금의 내 마음이 똑같다. 학교의 주체가 학생인데 주인은 교사다. 교무실은 내가 8살 때나, 내 아이가 8살인 지금이나 그대로 1층에 자리잡고 있다. 난 이게 가장 불만이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항의하지 않았고, 세상은 나같은 입꾹들 덕분에 여전히 그대로이다.

 


 "너는 스스로 선택한 인생을 살고 있어?"

나는 이런 질문을 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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