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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네츠
김빛누리 지음 / 마인드레인 / 2020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고의 밴드 BoM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말리
매혹의 바이올린 공작 제인
중후한 첼로 돼지 로빈
성스러운 비올라 백조 린다
그리고
캐스터네츠 고양이 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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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들 사이에서 작고 단조로운 딱딱 소리만 내는 캐스터네츠는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리더이자 형이었던 말리의 권유로 다른 악기를 배워보려 애써봤지만 현악기는 손톱 때문에, 첼로는 덩치가 작아서 배울 수 없었다.
"연극에 지오가 주인공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캐스터네츠 소리를 듣고 재능을 인정해준 악단장 모리의 말에 집을 나와 악단에 들어갔지만, 지오가 막상 악단에 들어오자 이용하기만 했고, 오해와 사고가 겹쳐 미오와 함께 극단에서 쫓겨나고 만다.
혹독한 인생수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길고양이 신세가 된 둘은 떠돌이 신세가 되고 전쟁터에서 아군에게 이용당해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길 위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고 배운 둘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간다. 인형극에 애착이 쌓여갈수록 실력도 쌓여갔다. 고비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세상은 두 고양이에게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기도 했다.
성당 고아원에서, 전쟁터 한 복판에서, 우연히 들어가게 된 성에서, 시장에서, 왕이 여는 페스티벌에서 연 공연들 모두 기억에 남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건 고아원 아이들을 위해 열었던 인형극 <하루의 꿈>이다.
<하루의 꿈>은 어른이 되기 싫은 어린 하루살이의 생애 즉 하루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하루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어른이 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 길을 떠난다. 여행길에 귀뚜라미, 새싹, 연꽃을 만나 조언을 구한다.
"혼자 있어서 외롭기도 했지만, 싹을 틔우는 게 정말 두려웠어. 싹을 틔우면 우리도 시들어 버리고 말거든. 그래서 내가 싹을 틔우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말 싹을 틔우는게 맞는 걸까? 하고 고민을 했단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생겼지. ..."
연꽃이 연꽃을 피우기를 주저하고 싹을 틔우는게 맞는 일인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어불성설이다. 나 또한 생각만 너무 앞서 일을 벌이지 못하는 성격이라 글을 보며 마음이 찔렸다. 땅 위의 사람, 동물들은 연꽃씨가 싹을 틔우는지 마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십년동안 씨앗으로만 지내던 연꽃이 왜 꽃을 피웠는지 이야기를 듣고서야 하루는 달라진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 하루와 달리 지오는 용감하고 과감하게 꿈을 선택했다. 하지만 어느 길이든 주인공들은 인내와 시련이라는 훈련을 맞딱드려야 했다.
시련을 겪고 어려움에 좌절해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의문이 드는 때가 있다. 그럴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심을 빨리 끊어내고, 꿈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주문을 걸어보는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