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레벨 - 상위 1% 투자자로 진화하기 위한 필수 스텝
스티븐 클래펌 지음, 안진환 옮김, 이현열 감수 / 알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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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레벨>은 주식 투자 중급자의 성장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밖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 정보를 얻고, 혼자만의 시간엔 책과 뉴스를 읽으며 세상 돌아가는 지식을 쌓아 둔다. 폭 넓게 쌓아 둔 지식 덕분에 저자는 어려운 분야의 정보도 빠른 시간안에 소화시킨다. 저자는 혜안이 밝은 사람이라 기업 전망을 내다보고 예측하고 투자하는데 유리하다. 



저자 스티븐 클래펌은 회사에 채무가 있다면 회계사로 변신해 평균 이자율을 두드려본다(윈도 드레싱:분식 회계가 여기서 생길 수 있다). 그는 현금 흐름과 대차대조표를 너머 장부조작을 찾아내고 가치 평가도 조목조목 따져본다. (책에 이 모든 걸 알려주는 설명과 방법이 나와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 가지 기법은 보고된 성과나 추세를 왜곡할 수 있는 특이한 회계연도 마감일이나 1년 53주 연도 또는 그와 유사한 유형을 이용하는 회사를 확인하는 것이다. ... 슈퍼마켓 기업들은 대차대조표에서 보다 유리한 현금 포지션을 보여주기 위해 테스코의 2월 23일, 세인즈버리의 3월 19일 처럼 특이한 회계연도 마감일을 선택한다. (이런 방법을 쓰면 매입처 지불 기한이 늘어난다.)"(p.210)


2019년 말에 파산한 여행사 토머스쿡은 회계연도 마감일을 9월 말로 정했다. 정상적인 분기말로 보이지만 여름 성수기 이후이면서 공급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기 전으로 현금을 보유하기 매우 유리한 시점이었다. 

마찬가지로 "부활절 시기는 엄청난 수요 폭발로 항공사에 중요한 시기"이다. 많은 항공사가 3월 말을 회계연도 마감일로 잡는다. 예측안을 짜거나 과거 실적 기록을 검토할 때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따져보아야 한다. 


인터넷이 변화의 속도를 가속화하며 갈수록 많은 탈중개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사업 모델의 장기적 퀄리티를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인구 증가, 신흥 시장의 GDP 증가, 부유한 중산층의 증가 등도 시장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p.99) 이럴 때일수록 정보가 힘이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라 저자의 얘기이다. 


기억에 남는건 저자가 움직이는 투자자, 행동하는 투자자, 끊임없이 질문하는 투자자라는 점이다. 저자의 행동요령(?)을 보자면 테마별로, 기업 분야 별로, 거시적으로, 트렌드를 따라 가리지 않고 정보를 수집한다. 저자는 식당을 다니며 '직원 구함'을 보고 구인난을 짐작했고, 버스운송사업 투자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필자가 구구절절 설명하는 건 맛보기일 뿐 솔직히 최근 읽은 주식 투자 책 중 가장 어려웠다. 낯선 분야의 생소한 단어들을 익혀가느라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설명이 어렵지 않아 초보자도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단박에 빨리 읽기보단 전문가에게 하루 몇 장 씩 수업받는 자세로 공부하여야 습득 가능할 듯 하다. 투자자로 '공부'를 하겠다면 무조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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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들의 비밀
문주용 지음 / 이지퍼블리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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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하면 동기부여를 펌프질하는 것 말곤 자세히 떠오르는 내용이 없다. 그저 "이 책을 누가 읽느냐가 더 중요하겠다. 크게 될 사람이라면 이런 막연한 이야기에도 엉덩이가 들썩이겠지."란 소감만 머릿 속에 남아 있다. <거인들의 비밀>은 저자가 12년 동안 <시크릿>을 분석하고 몸소 부딪치며 배운 것들을 담고 있다. 무수히 실패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그의 용기가 <시크릿>이란 책보다 크고 의미있게 느껴졌다.



1단계 : 구명 기법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목표를 정한다.

'벤츠를 산다.' 가 아니라 '3년 뒤인 2025년 11월 10일 벤츠S클래스를 산다.' 처럼 날짜와 목표를 정확하게 적어본다.

2단계 : 돋보기 기법

계획을 세분화 해 목표를 쪼갠다.

10년 뒤 집을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3년 뒤 지금 사는 집의 계약은 어떻게 할건지 5년뒤 내가 살고 싶은 동네 혹은 아파트에 전세로 살아 본다거나, 저축과 대출은 어떻게 계획해 꾸릴 건지 그려보는 것이다.

3단계 : 개잘 기법

개미보다 잘할 수 있다면 당장 시작한다.

목표와 관련된 일을 향해 매일 조금씩 개미처럼 움직여보자.




책 속에 있는 권유의 말, 동기부여보다 훨씬 강력하면서 우릴 지금 당장 일어나 움직이게 하는게 "강제버튼(p.203)"이다. 강제버튼은, 매 달 저축하고 싶은데 돈을 다 써버려 저축할 돈이 없다면 월급이 들어오는 날 돈이 저축 계좌로 빠지도록 자동이체를 걸어 놓는 것이다. 필자는 서평단이란 강제 버튼을 즐겨 누른다. 책을 받았으니 (보통은 2주 이내) 무조건 책을 읽고 글을 써야만 한다. 이 강제성 덕분에 어려워도, 내 취향이 아니어도 읽게 된다. 몰랐던 걸 알게 되는 것 이상의 수확이 있어 수 년 째 유지하고 있다.

시크릿에서 가장 강조하는 내용이 바로 꿈을 시각화 하는 것이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난해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자는 “우린 이미 모두 시각화의 달인이다.”라고 말한다. 수영이 두렵다면 물 속에서 헤엄을 치는 게 무서운게 아니라 “물을 먹는 것, 숨을 못 쉬는 것, 죽을 수도 있다는 것 등”이 두려운 것이다. “스스로 상상함으로써 생기는 감정과 생각이 두려움을 만들고 그렇게 수영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현실에서 만들어냈다.”

(p.57-58) <시크릿>도 똑같다. 목표에 적응하기만 하면 된다.

모두가 자신의 성공만 그럴싸하게 포장해 이야기하지 실패는 좀처럼 듣기 어렵다. 그런데 저자는 경험을 솔직히 말한다. 지금은 유명 블로거, 강사이자 작가가 되었지만 저자는 성공이 있기까지의 우여곡절을 숨기지 않고 터놓는다. (저자는 유튜브, 인스타, 블로그 안해본 게 없다. 블로그도 한번 실패했다 다시 꾸렸다.) 왜 시크릿을 읽고도 실패했는지, 목표가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 경험하며 배운 것들을 알려준다.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서 작지만 디테일한 계획과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많은 명사들이 강조하고 있다. 어쩌면 특별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중요한건 '오늘도 뻔한 이 말을 듣고 그대로 앉아 있는가?'이다. 이만큼 많이 들었으면 이제 도전해볼 때도 되지 않았나! (나는 다시 저축 목표를 정하고 영어를 시작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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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고도 사소한 기적
아프리카 윤 지음, 이정경 옮김 / 파람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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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없지 않았다. K-000이 정말 세계적으로 인기일까. 우리나라의 착각 혹은 오버가 아닐까. 그런데 K-푸드를 쓴 외국인이라니! 자화자찬이 아니라 기뻤다. 한식을 우리만 즐기는게 아니라니 괜히 (내가 음식을 대접한 것도 아닌데) 뿌듯했다. 그래. 국뽕이다 뭐다 놀려도 좋다. 난 이런거에 뭉클하고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런데 그녀의 삶은 더 감격스럽다!)

"자네에, 너어무너어무 뚱~뚱~해!"

내 앞의 할머니는 단도직입적으로, 내 몸은 빵을 먹으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할머니의 영어는 썩 유창하진 않았지만, 전달력은 확실했다.

p.69





그녀는 뚱뚱했다. 114kg에 만나는 지인들이 살이 왜이리 많이 쪘냐며 의아해 했을 정도였는데 본인만 심각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도끼같은 말 한마디가 날아와 꽂혔다. 


"한국의 나이든 여성들은 말도 못하게 직설적이다. ... 그 부분은 아프리카 부모님들과 똑같다.... "어른 앞에서는 공손할 것. 이상!" 한국 문화도 (아프리카 문화와) 똑같다."(p.69-70) 문화적 공통점이 이런데 있을 줄이야. 다소 무례한 말이었지만 그녀는 말 속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애정까지 느끼고 만다! 할머니와의 짧은 대화는 그녀가 한식에 대해 한발짝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어느 날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오즈 박사가 비건 생식 다이어트를 소개하고 있었다. 오즈 박사가 야채 바구니를 보여주며 누구든 이것을 다 먹으면 살이 빠진다고 말했는데, 할머니와 장을 봐 온 장바구니와 똑같았다고. 그 순간 그녀의 인생이 바뀌었다. (이후 오즈 박사를 만나고 그의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인연이 이어졌다.) 생채소로 음식을 싸먹고, 발효 음식, 한국 반찬을 먹는로 첫 달에 13kg(wow!), 1년만에 50kg이 빠졌다. 



저자는 음식을 통해 몸의 균형을 유지해가는데 한식이 적격이라며 "한식을 먹는 것은 몸의 언어를 듣는 것과 같"았다고 말한다.(p.104) 과체중이라면 살이 빠지는 것이 회복과 치유의 신호인 것처럼 음식으로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한식은 그녀의 몸 뿐만 아니라 마음, 삶까지 바꾸어 놓았다.

고추장을 흔히 '한국 케첩'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적절치 못한 호칭이다! 이 고추장은 한국식 고춧가루 에 '찹쌀'이라고 불리는 끈기 있는 쌀, 콩을 발효시킨 메주, '엿기름'이라 고 불리는 맥아, 거기에 소금을 더해 발효시킨 소스다. 항아리 속에서 수년간 숙성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거친 이 소스는 손에 닿는 음식들, 가 령 내가 들고 있는 평범한 버거마저도 천상의 맛으로 바꿔준다. 그러니 이 미각의 황홀을 자랑하는 고추장을 그냥 케첩이라고 부르는 건, 그 맛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모욕에 가깝다!

p.17




어느 외국인이 고추장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인 아프리카 윤은 UN대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타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었다. 찜질방에 맥반석 계란을 즐기고, 응급실에 실려가서도 한식 유튜브를 보는 그녀는 한국인인 나보다 더 우리 문화를 깊이 알고 즐길 줄 안다. 



그녀가 방송 관련 일(N잡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며 어쩐지 외국인이 한식 요리를 가르치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런 방송이 생긴다면 전통이나 정석을 따지기보다, 어설프고 정석이 아니어도 기껍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면 좋겠다.


한식이 붉은(매운) 음식, 흰(맵지 않은) 반찬이 조화를 이루고, 고기는 한 접시 소박하게 나물과 김치는 넉넉하게 담아 차리듯, 우리도 낯선 문화, 다른 사람들을 더 넓은 마음으로 수용하고 소화시킬 수 있는 한국문화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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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1 -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1
천위안 지음, 이정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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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시리즈 중 가장 먼저 주목된 인물은 조조이다.

삼국 역사의 기여도를 따지자면 삼국의 창시자인 조조, 손권, 유비의 기여도가 가장 크다. 이 세 사람이 세운 삼국의 영토 크기 역시 같은 순서이다. (하지만 역사적 영향력은 관우, 제갈량, 조조 순이다.) 조조를 먼저 다루지 않고 다른 인물들을 얘기할 수 없기에 가장 먼저 나온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삼국지>에서는 조조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지도자로 그린다. 군의 사기가 떨어지거나 갈등이 생길 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사기 진작을 도모했고, 보리가 무르익은 계절에 출정했을 땐 보리밭을 밟지 말고 백성들을 약탈하지 말라 명령했다. 이처럼 조조는 안으로는 내 사람들을 챙기고 밖으로는 백성을 위하는 이상적인 리더였다.




"아까 매실이 푸르게 열린 것을 보니 작년에 장수를 정벌하러 갔을 때의 일이 생각났소. 행군 중에 물이 모자라 다들 목이 말랐는데 내가 꾀를 내어 채찍으로 앞을 가리키며 '저 앞에 매실 숲이 있다'라고 말했죠. 그걸 들은 군사들의 입에 침이 괴어 갈증을 면할 수가 있었소. 그런데 오늘 매실을 보니 술 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겠소. 그래서 현덕공을 불렀소이다."

망매지갈(望梅止渴) 고사가 여기서 비롯되었다. 매실을 생각하고 침을 흘리는 것은 바로 조건반사원리이다. 러시아 생리학자 파블로프가 개를 이용한 실험으로 이 개념을 밝혀내 1904년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데 천오백년 전 인물인 조조는 일상적인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이미 조건반사의 원리를 터득한 것이다.

p.246




내가 <삼국지>를 처음 읽었던 이십년 전만해도 조조는 영웅이자 호걸이었다. 책을 읽으며 내가 듣던 소문과 너무 다른 인물에 혼란스러웠고 나는 결국 책을 읽다 말았다. 어른들의 영웅은 이런 사람이란 말인가.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 반항심이 추가되었..)

지금은 조조를 간웅(간사한 꾀가 많은 영웅)이며 역신으로도 평가한다. 나는 이런 솔직한 평이 좋다. 그리고 공감한다. <삼국지>가 포장해 놓은 인물에 딴지를 걸고 솔직히 까놓고 얘기한다는 면에서 책을 읽을수록 구미가 당겼다. 저자 천위안은 역사를 고증하고 당대를 이해하는데 심리학을 이용한다. 인물을 심리학으로 분석해 내용이 참신하다.

"경이 한번 쏘아보시오."

그러자 조조는 헌제에게 보궁과 금촉 화살을 달라고 했다.(헌제는 왕이며 보궁과 금촉 화살은 왕만 쓰는 것이었다.) 헌제가 거절하지 못하고 활과 화살을 주자 조조는 단번에 사슴의 등을 꿰뚫어버렸다. 신하들은 기뻐하며 '황제 폐하 만세'를 외쳤다. 이 때 조조가 말을 몰아 헌제 앞으로 치고 나가더니 손을 들어 신하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러고는 천자의 보궁을 허리에 차고 돌려주지 않았다. 주위에 있던 모두가 이 모습을 보았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p.220-223 축약

조조는 왕을 수하에 두고 호랑이(유비)를 묶어둘만큼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 거기다 그 권력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드러냈다. 무례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침묵하는 다수'를 만들어 낸 것은 일종의 심리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방관자효과bystander effect'라고 정의했다."(p.222) 방관자 효과는 지켜보는 이가 많을수록 아무도 행동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조조의 이런 행동은 사실 권력에 도취되어 즉흥적으로 벌인 게 아니었다. 반대로 치밀하게 계획된 일이었다. 누구를 경계해야할지, 누가 내게 충복한지 가려내려한 것이었다. 결국 이 일로 왕도 정신을 차리고(? 결국 밀리지만..) 다른 신하들도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 이 일이 눈덩이처럼 커져 결국 조조의 목을 조른다.



사실 조조에게 이런 위기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방 훌훌 털고 일어나 큰 일을 도모한다. 아끼던 수하의 목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쳐내는 조조를 보며 너무 많은 죽음을 겪으며 남의 목숨을 하찮게 생각는데 그치지 않고 그게 자신을 대하고, 일을 결정하는데까지 영향을 끼친게 아닐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조조는 매우 강한 심리면역력을 타고 났다." 한편으로는 '심리면역 망각'으로 볼 수도 있는데 "좌절을 겪었을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빨리 적응하고 잘 극복해내"려는 것은 인성이 부족하거나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의 본능이다. 조조는 "이 같은 선천적인 특질 덕분에 그는 유형과 강도를 막론하고 모든 종류의 충격에서 쉽게 벗어났고 아무리 나쁜 일이 벌어져도 오랫동안 끙끙 앓지 않았다."(p.87)

아버지를 잃고도 천하를 도모하는데 집중했을 정도이니 가히 대단한 인물이긴 하다. 일생을 통틀어 수많은 실패를 겪고, 죽을 고비를 수도없이 넘지만 용기를 잃지 않았던 그의 모습은 어떤 논란이 있든, 좋든 싫든 후대에도 계속 화자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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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 1 - 왕의 목소리
임정원 지음 / 비욘드오리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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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금(中禁)은 어성을 대신하고 왕명을 통갈하는 것이 주 업무이나 왕을 가까이 모시는 자로서 비상시에는 호위 무사 역할까지 해야 한다. 왕을 대신해 소리를 내기에 목소리가 좋아야 하며 어심을 흐리지 않도록 외모가 준수해야 한다. 또 왕을 지킬만큼 충심도 무술 실력도 특출나야 한다. 중금이 되면 죽는 날까지 오직 왕만을 위해 살아야 한다. 때문에 용안을 마주할 수 있는 직급 높은 신분에도 불구하고 그리 탐내는 자리는 아니다.





중금 효명은 서고에서 서찰 한 편을 발견한다. 그 서찰에 중금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거기에서 국금이라는 단어를 보았네. 나라 국(國), 금할 금(禁). 그러니까 책에는 기록할 수 없는 중요한 기록을 중금을 통해 남긴다는 것이야."(p.45)


중금으로 뽑힌 사람 중 딱 한 사람만이 국금이 될 수 있다. 국금은 왕이 남긴 비밀을 목숨을 걸고 지키는 자이다. 재운은 국금이 되고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효명의 말에 눈물이 앞을 가리고 정신이 아득해지지만 절대 들켜선 안된다.



재운은 놀란 눈으로 어둠 속에서 용안을 올려다보았다.

"이재운 중금, 국금이 되어라."

p.51




죽을 운명이었던 재운은 어렵게 목숨을 부지한다. 하나뿐이었던 벗인 효명이 대신 목숨을 내놓았던 덕이었다. 재운은 국금을 지키려는 이들의 도움으로 심마니 이용술이 되어 반도의 남쪽 끄트머리 독골이란 곳에 터를 잡고 살게 된다. 딱 십년 만 버티면 된다. 왕이 승하하고 십년이 지나면 선왕의 말을 세상에 전하고 국금으로서의 역할도 끝이 난다.


재운은 아내, 아들과 평범하고 조용히 지냈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이미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눈치 채고 있었다. 사고가 터지고 재운이 위험해지자 마을 사람들이 나서 도우려 하지만 재운은 결국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아들 지견은 아버지의 유지를 따라 궁으로 간다. 아무것도 모른채. 선대 임금이 국금에게 남긴 말이 무엇이었기에 이토록 많은 이들이 죽어야 하는걸까. 이 질문에 소설은 쉽게 답을 내어주지 않는다.




지견은 일곱살에 혼자가 되었지만 사리분별이 빠르고 부지런하며 적극적이었다. 먼 길을 가는데 걸음이 느린 아이기 때문에 새벽 일찍 먼저 출발할만큼. 그의 영특함을 일찍 눈치 챈 도경술은 한 달에 한 번 책 읽는 모임에 아들이 아닌 지견을 데리고 간다. 복면을 써 서로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책을 읽는 모임에서 지견은 한 여인에게 반한다. 모임을 주최하는 음 선생의 권유로 지견과 재인은 <춘향전>(1권 후반)을 함께 읽는다.


지견이 궐에 뜻을 품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즈음엔 허균의 <호민론>과 <유재론>을 읽는다. 역모로 고변되어 거열형(=능지처참)을 당한 허균은 <호민론>을 통해 백성을 두려워해야한다 말하였고 <유재론>은 인재 등용에 신분 차별이 없어야 한다며 기득권에 맞서 적이 많았다.(2권 p.11-13) 소설은 임금의 목소리인 중금을 이용해 역으로 임금에게 묻는다. 군주란 무엇인가. 누가 이 땅의 주인인가.




<중금 1,2>는 조선시대 제20대 왕 경종이 임금으로 있던 1720~1724년 즈음을 시작으로 이복동생인 연잉군이 영조가 되고 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이던 순간(1762년)을 지나 이산이 임금이 되기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연잉군이던 시절 영조는 역모로 몰려 죽기 직전까지 문초를 당했다. 경종이 죽고 임금이 되었지만 경종에게 게와 감을 먹여 죽였다는 소문에 평생 시달려야 했다. (아들도 뒤주에 가둬 죽인 사람이 형은 못죽일까.)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끊임없이 나오는 건 사람들이 그만큼 진실을 알고 싶어하기 때문이란 생각도 든다. 그 호기심에 보답하듯 작품이 쏟아지는데 <중금>은 지금까지 나온 작품들과는 또 다른 상상을 펼쳐낸다. 말많고 탈많은 시대의 임금을 고른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2권 382쪽



<중금 1>은 인물을 조명하는게 강점이다. 소설은 드라마와 달리 인물 하나하나를 조명할 수 있단 점이 큰 매력인데 <중금 1>은 그 매력을 십분 발휘한다. 서사가 막 시작되는 시점이라 클라이막스만큼 놀라운 이야기들이 펼쳐지지만 허투로 흘려 보내는 인물이 없다. 덕분에 모두가 주연이자 조연이었다. (이 점 때문에 드라마가 소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서사만 놓고 보자면 1권은 '재밌네!'정도인데 <중금 2>는 서사가 휘몰아친다. '이게 끝이겠지?', '이제 진짜 끝이겠지?', '설마 끝이겠지.'싶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드라마로 어떻게 제작될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어떤 취향인지는 중요치않다. 남모를 사연을 품은 인물들의 가슴아픈 삶으로 가득한 1권도, 역동적인 이야기가 숨쉴 틈 없이 쏟아지는 2권도 순식간에 읽게 될 테니까.


⭐️⭐️⭐️⭐️⭐️




+

중금은 고려의 7대 왕 목종 때 처음 역사에 기록되었고 ... 「세종실록」에 이르면 중금에 대해 어전에서 왕의 음성(어성)을 대신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특별히 용모가 단정하고 목소리가 좋은 자를 선발했다고 자격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비욘드오리진 으로부터 #중금 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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