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노키오가 묻는 말
김미조 지음, 김은혜 그림 / 톡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랑 동화책을 읽다 당황스러울 때가 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헨젤과 그레텔이 마녀를 스프가 끓고 있는 아궁이에 밀어 던진 잔인한 장면을 읽을 때가 가장 충격적이었던거 같아요.
아이들은 마녀를 물리쳤단 것만 기억하겠지만, 전 마녀의 고통스런 모습이 상상됨과 동시에 나쁜 짓을 한 사람은 고통스럽게 죽는게 마땅한가란 쌩뚱맞은 철학적 고민까지,,,
그러고보니 아이랑 동화책을 읽다 혼자 삼천포로 빠질 때가 많은 거 같아요. ㅎㅎ
어렸을 땐 동화책이 마냥 재밌고 주인공이 부럽기만 했는데 어른이 되어 읽으니 새삼 짠하고, 찡하고, 가엽고, 부럽고, 대견스럽기도 하고,, 새롭게 와닿으면서 생각도 많아지는거 같아요.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고 가볍게 여겼다가 제 마음을 찡-하게 울리는 동화가 다들 한편쯤은 있지 않으실까 싶은데요.
전 순수하고 호기심이 많단 이유로 혹독한 인생수업을 받아야 했던 피노키오가 참 가여운거 같아요.
(그 다음으론 잭과 콩나무에서 남편(거인인데 하프를 찾으려 콩나무 내려오다 떨어져 죽죠.)을 잃은 아내가..... 가엽더라구요. 과한 감정이입일까요 ㅎㅎ.. )

어른을 위한 동화 『피노키오가 묻는 말』입니다.
분량은 분명 차한잔 하며 읽기 좋은 정도이고, 줄거리도 아는데 자꾸 멈칫- 멈칫- 하게 되더라구요.
아마도 자꾸 우리 둘째와 오버랩되서 그랬던게 아닐까 싶어요...
온통 사람 뿐인 세상에 둘러 싸인 채, 사람도, 나무도 아닌 삶을 사는 짠한 모습이 우리 아이의 앞날같이 보여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구요.
생긴 것도 딱 둘째처럼 생겨서.. 지금도 제 마음을 자꾸 콕콕 쪼네요.

피노키오는 나무였어요.
말하는 나무가 신기해 제페토 할아버진 사람 모양으로 깎아 인형을 만들었어요.
할아버진 같이 지낼 아이가 생겨 혼자 외롭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피노키오는 얼른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었어요. 걸음을 제법 걷게 되자 피노키오는 할아버지의 부름도 무시한 채 집 밖으로 뛰쳐 나갔어요.
피노키오는 한 아이의 꾐에 넘어가 인형극장에 가 인형을 구하려 했어요.
남에게 조종당하며 사는 인형이 가여워보였거든요.
하지만 곧 인형 조종사에게 잡히고 말았죠.
그는 말했어요.
"모든 인형이 너와 같고, 모든 인간은 너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세상에 완전히 똑같거나 다른 것은 없어. 저마다 가진 게 다르고, 저마다 생각하는게 다르지. 그런데 넌 겉만 보고 판단하는구나."
피노키오는 인형 조종사의 겉모습을 보고 '괴물, 거인, 잔인한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어서 마음이 뜨끔했어요.

어느 날, 피노키오는 자신을 지켜주고 도와주는 요정을 만나게 되었어요.
하지만, 피노키오는 요정에게 거짓말을 했고, 코가 길어지는 벌을 받게 되었어요. 거짓말은 나쁜거니 벌을 받는게 당연하겠죠?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란 요정의 말에 피노키오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피노키오는 천천히 입을 열었어요.
"그거 알아요? 코가 늘어나는 길이만큼 내 마음도 상처를 입었어요."
요정은 변명했어요.
"아, 난 단지, 네 버릇을 고쳐주려고."
"이렇게 가혹한 벌을 받으면 제 버릇이 고쳐지나요?"
피노키오는 정말 궁금했어요. 거짓말이 나쁘단 것도, 자신이 먼저 잘못했단것도 알지만 피노키오는 마음이 아려 요정을 쳐다볼 수 없었어요.
요정은 분명 피노키오에게 많은걸 해주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벌을 줄 권한까지 있는건 아니에요.
내가 낳았고, 내 보호 아래 있단 이유로, 그간 잘못을 바로잡겠단 이유로 아이의 마음에 상채기를 너무 낸건 아닌지- 그 상처가 아파 아이가 화를 냈던거구나 미안한 마음이 불쑥 들었어요.

피노키오는 먼 길을 돌고 돌아 어렵게 제페토 할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왔어요.
돌아온 집에는 협박하는 인형조종사도, 도둑도, 거짓말로 자신을 꾀던 여우도, 고양이도, 마부도 없었지만, 자신을 도와주던 요정과 비둘기, 다랑어도 없었어요. 사람 뿐인 이 마을에서 피노키오는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시름시름 앓던 피노키오에게 요정이 다시 찾아왔어요.
요정은 피노키오를 사람으로 만들어 줄까요?
정답은- 땡! 아니에요. ㅎㅎㅎ
그럼 피노키오는 어떻게 사림이 되었을까요?...
좀 더 자세한 이야기와 결말은 책과 함께 하시길- ;)

"성숙이란, 무언가에 대해 내 마음의 눈금이 촘촘해진 것과 같습니다. ...
우리가 어떤 행동들에 이름붙인 거짓말, 믿음과 배신, 선과 악이 단순한 꼬리표가 아니었는지, 우리가 내린 결론이 섣부른 판단은 아니었을까요."
촘촘해진 마음의 눈금으로 책을 읽고, 세상을 바라보듯 -
아이를 대하는데 있어서도 좀 더 성숙한 눈금을 갖게 해 준 책 『피노키오가 묻는 말』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