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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지구 - 당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가장 작은 종말들
데이브 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2년 11월
평점 :
얼마 전 아파트 단지에 장수풍뎅이가 돌아다니는게 눈에 띄었어요. 이웃분이 누가 집에서 기르다 잃어버린게 아니냐며 주인을 찾으시더라고요. 당연히 자연에서 나고 자란게 아니라 생각하신거에요. 저도 '누가 기르다 놔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만큼 곤충을 밖에서 보는 일이 드물어졌습니다. 달팽이, 잠자리도 해마다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요.
곤충, 언제 마지막으로 보셨나요?
저희 동네는 근처에 실개천에 공원도 있어서 뱀도(?) 다니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고라니도 다닌다고 해요. 하지만 곤충은 참 보기 힘듭니다. 아이들이랑 채집통을 들고 나가도 빈통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는데 전 제가 재주(?)가 없어 그런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나봅니다. “그런가보다...”하고 무심코 지나친 일상 속에 지구의 무서운 경고가 숨어 있었습니다.
10대에 나는 주말과 휴일마다 포충망을 들고 나비를 뒤쫓고, "꿀"로 나방을 꾀고, 덫으로 딱정벌레를 잡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
내가 처음 학교 운동장에서 애벌레를 채집한 이래로 50년간 해마다 나비와 뒤영벌의 수가 감소했다.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거의 모든 작은 동물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p.10-11

<침묵의 지구>는 지구에 사는 생물 중 가장 작은 곤충을 통해 지구가 어떻게 망가져가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어요. 곤충은 먹이사슬 가장 아래 있어요. 쉽게 잡아먹히고, 가장 흔하단 이유로 하대받고 있지만 꼭대기에 있든 아래 있든 귀하지 않은, 중요하지 않은 생명은 없습니다. 피라미드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가장 아래 있는 곤충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곤충은 인류보다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약 5억년 전, 지구엔 기이한 절지동물들만 살고 있었습니다 . 그 중 모험심이 뛰어난 동물들이 땅 위로 기어올라왔는데 그게 약 4억 5천만년전입니다. "초기 거미류는 뭍으로 올라와서 거미, 전갈, 진드기로 진화했"(p.21)습니다. "동력 비행은 생명이 시작된 이래로 35억년 동안 단 4차례 진화했"습니다. "가장 먼저 하늘로 날아오른 것은 곤충"이었습니다.(약 3억 8천만 년 전 p.23)
하늘을 나는 초능력을 얻은 곤충은 석탄기(3억 5,900만-2억 9,900만년 전)에 부흥기를 맞아 사마귀, 바퀴, 메뚜기, 하루살이, 잠자리 등 새로운 곤충들이 다수 출현합니다. 그리고 2억 8천만년 전에 한 종이 탈바꿈(변태) 에 성공하면서 또 한번 곤충은 달라집니다. "탈바꿈을 통해 곤충은 애벌레에서 나비로, 구더기에서 파리로 변"합니다.(p.25)

영원히 번성할 것 같던 곤충은 "근대 이래로, 즉 대략 1500년 이래로 포유류 80종과 조류 182종이 사라졌"습니다.(p.66) 이스라엘의 과학자 이논 바르온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만년 전 인류 문명이 출현한 이래로 야생 포유류의 생물량이 83%가 줄었다고 추정했습니다.(p.66)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연구하는 곤충이 극소수에 불과하단 점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곤충들이 죽고 멸종되진 않았을까요. 곤충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종말이 가속화되는건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동물, 인류까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아직 생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고갈된 우리 생태계에 회복력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즉 넘어서는 순간 필연적으로 붕괴할 수밖에 없는 전환점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는지를 예측할 수가 없다.
p.265
『침묵의 봄』 에서 레이첼 카슨은 농약 사용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많은 그리고 더 다양한, 더 독한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고 있어요. (카슨이 살던 당시보다 수천배 더 독한 약도 있다고 해요.) 이런 상태라면 결국 식물도 버티지 못하는 날이 오게 될 거에요. 화학물질이 땅을 오염시키고 곤충(식물, 동물, 그리고 우리까지)을 해치고 있기 때문에 이 일부터 멈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름 밤 고속도로를 달렸을 때 라이트에 벌레들이 부딪쳐 잔뜩 죽어 있어도 기분나빠 하지 않아야 합니다. (🥹)
인류는 과학기술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벌 대신 비행 로봇을 날려 꽃가루를 옮겨보고, 화학물질을 대기에 뿌려 햇빛을 반사하고 구름을 만들기도 합니다.(이 일은 결국 오염을 촉진시켰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추출하는 기계도 만들고, 탄소를 포획해보기도 하고, 유전 공학으로 꿀벌을 새로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는 인간이 어떤 조치를 취하든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p.283)
기후 변화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지만 곤충은 지킬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어쩌면 여기에 열쇠가 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후 변화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름을 만들게 아니라 이 결과가 초래되기 까지의 과정을 리플레이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고쳐나가는 겁니다. 그 과정엔 곤충을 지키고, 땅을 건강하게 회복시키기 위한 일들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을거에요.
자연은 "회복력 resilience"이 있습니다. (회복력은 “스트레스나 교란을 겪은 뒤에 회복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p.264) 이 힘을 믿고 너무 늦기 전에 잘못을 바로잡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