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별빛처럼 빛난 자들 - 20세기 한국사의 가장자리에 우뚝 선 이름들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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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윤복희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미국에서) 입국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속 사정이 있었고 소문에 소문이 더해진 이야기지만 자세한건 책에서 확인하시길.) 미니스커트가 (몇 년 동안) 엄청난 유행을 일으키자 경찰들은 자를 들고 길에 나와 치마 길이를 재며 여성들을 단속했다. 무릎 위 15cm 이상 노출 시 풍기문란으로 처벌되었다.

"1960년대는 여성의 옷차림마저 단속해 억압하려는 당국의 의지와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변화하려는 여성들의 저항 정신이 팽팽히 맞붙는 시기였다."(p.119)



이처럼 <역사에 별빛처럼 빛난 자들> 속 26인은 격변의 한국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춤 그 자체가 된 #최승희 와 한국 최고의 여성 화가로 꼽히는 #천경자 는 가부장적이었던 당시의 한국에 파격 그 자체였다. 그들을 가십거리로 씹는 온갖 말들이 먹구름처럼 몰려와도 자기만의 삶과 꿈, 직업을 고수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던 김동원감독은 <상계동 올림픽>을 통해 제24회 서울올림픽 개최 뒤에 감춰진 "'도시 빈민'들의 고통과 상처를 날것으로 보여"(p.126)주었다.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손을 꼭 붙잡아주는 이웃으로, 사회의 이면을 세상에 드러내는 도구로 "유무형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 박두성은 일제 치하 아래에서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말 점자를 만드는데 헌신했다. 평생 이 일에 몰두한 그는 말년에 시력을 잃어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조영래 변호사는 1세대 인권변호사로 꼽힌다. 그는 (서울대 법대에서 학생 운동을 이끌고 있던 시기에) 전태일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뤘다. 이후 6년동안 수배를 피해 숨어 지내며 ⟪전태일 평전⟫을 쓰고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아궁이에 땔감을 계속 넣어 불을 지폈다.

변호사가 된 뒤 그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출세와 성공, 부와 명예를 쌓는데 쓰지 않고 약자들의 소리를 대변하고, 억압된 자들의 자유와 해방을 위한 탈출구가 되어주었다. 전두환 정권이 언론을 통제했던 '보도 지침 사건'(기자들은 무죄를 받았다.), 여성은 결혼하면 조기퇴직시키거나 퇴직금을 적게 주던 관행(남자 60세, 여자 25세)에 막을 내린 '여성 조기 정년제 철폐 사건'(운동이라 부르고 싶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도 참여해 군사독재정권이 무너지는데 일조"(p.143)했다.

조영래 변호사는 인권변호사로 불리지만 또라이라고 평가받기도 했다. 1960-70년대의 미니스커트는 풍기문란인 동시에 매력을 드러내는 패션이었고, 사회적 금기에 대한 도전이었으며 독재 정권에 대한 저항이기도 했다. 시대에 따라,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아서, 대세를 따르지 않았단 이유로 비난과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뭇 다른 평가를 받는다. 지금을 살고있는 1인으로서, 지나온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재조명하는 사회, 책을 만날 수 있어 기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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