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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사회 선생님의 역사가 지리네요 - 10대를 위한 어마어마한 역사×지리 수업 ㅣ 우리학교 사회 읽는 시간
권재원 지음 / 우리학교 / 2022년 9월
평점 :
중학생들에게 가장 어려운 과목을 꼽으라면 사회를 꼽는다고 해요. 세계사와 지리가 너무 어렵다고 합니다. 수학, 영어가 아닌 사회라니 의외죠? 어려운 까닭은 다름아닌 '암기'때문이라고 해요. 이해하는 과정없이 외우기 급급한 교육이 참 안타깝죠.
여기, 또 한명의 발로 뛰는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
저자인 사회 선생님께선 "지리 공부와 역사 공부는 서로 돕는 관계다."(p.7)라고 말합니다. 역사와 지리를 따로 배우는 건 연극을 무대 없이 낭독만 듣는 것과 같다고, 꼭 역사적 사건과 지리적 사실을 함께 공부해야 한다고 해요. <별난 사회 선생님의 역사가 지리네요>는 역사와 지리를 어떻게 함께 보아야 하는지 한국, 러시아, 유럽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알려줍니다.

임진왜란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이순신 장군과 권율 장군을 가장 많이 꼽힐 것입니다. 그만큼 엄청난 업적을 세운 분들이죠. <별난 사회 선생님의 역사가 지리네요>에도 이 분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리적 이점을 어떻게 전쟁에 활용해 승리했는지 들여다보면 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이순신 장군과 권율 장군의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으니 오늘은 잊혀진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신립입니다. 낯선 이름이지요.
신립은 "문경새재 험한 산길 안 막고 자기 부하들인 기병에게 공 세울 기회를 주려고 굳이 탄금대 평지에서 배수진 치고 싸우다가 나라를 망친 어리석은 장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본 선봉장 고니시조차 세재를 지나면서 "이런 천하의 요새를 버린 조선의 장수는 분명 바보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해요.(ㅠㅠp.89)
“조선군이 궤멸된 탄금대전투를 장군의 어리석은 판단의 결과로만 보지 말고 지리의 눈을 뜨고 다시 바라보자. 신립은 여진족과의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장수다. 여진족이 누군가? 그 무시무시한 거란을 멸망시킨 동아시아 최강의 전투 종족이다. ... 전투 경험 없는 유성룡이나 정약용 같은 유학자들도 아는 것을 신립이 몰랐을 리 없다.”
p.92
선비들은 그가 좁고 높은 산새를 가진 새재를 이용해 적들을 모아놓고 공격하지 않아 패했다 평가합니다. 맞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자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를 조명해 봅니다.
일본의 산은 대체로 우리나라보다 두 배 정도 높고 험해 고산준령이라 적군이 넘기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우리나라 지리만 아는 좁은 소견(p.94)입니다. 또 산은 샛길이 만들어질 수 있어 고갯마루만 막는다고 해결되는게 아닙니다. 열받지만 현실적으로 군인들의 실력이나 무기, 전술, 머릿수만 보아도 이미 일본에게 유리한 전투였습니다.

신립은 새재를 넘어 충주 벌판으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는 단월역에서 공격하려 했지만 성이나 방어 시설이 없어 결국 충주성으로 빠집니다. 그런데 왠걸, "명색이 조선의 중심이라 불리던 충주마저 성곽 상태가 엉망"(p.97)이었습니다. 그 사이 상인, 승려, 사신으로 가장한 첩자들을 통해 조선의 지리를 낱낱이 알고 있었던 일본은 신속하게 중추성을 세 방향에서 공격합니다.
도망갈 길까지 차단된 신립은 결국 최후의 결전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신립은 탄금대가 죽을 땅인줄 모르고 결전을 벌인게 아니었습니다. 개인의 잘못으로만 덮고 말면 우린 역사에서 배울 것이 없습니다. 일본이 지리를 이용해 압승을 거둔 것을 보고 배워야 합니다. 몰살된 기병들의 핏값이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바다와 인접하고 땅이 험하지 않아 무역하기(물건을 옮기기) 좋은 특성이 있습니다. 이런 위치적 특성 때문에 주변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고려와 신라가 당나라의 눈치를 보아야 했고, 조선시대엔 왜나라의 침략으로 모진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지금도 중국과 일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눈치게임을 알게 모르게 하고 있죠.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는 #이어도 가 그 예입니다. 암초에 불과한 이 섬을 중국과 일본이 탐내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책에서...) 이어도를 지키려면 지리적 특성과 각 국의 사정을 잘 살펴야겠습니다. 신립처럼 우리 땅인데 남이 더 잘 알아서 당하는 일이 다신 반복되어선 안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