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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llbilly Elegy : A Memoir of a Family and Culture in Crisis (Paperback) - 넷플릭스『힐빌리의 노래』 원서
J. D. Vance / HarperCollins Publishers / 2017년 6월
평점 :

미국은 계급사회이다. 미국 북동부에 거주하는 주류 지배 계급은 '와스프(WASP)'로 불리고,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백인 노동 계층은 힐빌리(hillbilly), 레드넥, 화이트 트래시로 불린다.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 백인 노동 계층은 다시 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류는 고지식하고 성실하며 독립적인 사람들로 저자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에 속한다. 두번째 부류는 저자의 엄마를 비롯한 대부분의 동네 주민이 속하는 부류로 땀흘리는 노동보다 정부가 지급하는 식료품 구매권인 푸드스탬프에 더 관심이 많고, 남들에게는 근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스스로에게는 부당한 대우 때문에 못해먹겠다고 합리화하며 핑계만 나불거린다.
힐빌리들이 사는 곳은 지역이름이 어떻든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말과 행동의 불일치가 가져다 주는 혼란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되는 환경이 주를 이루고, 미국 내에서 미래가 가장 어두운 곳, 저조한 사회적 신분 상승, 빈곤, 이혼 그리고 마약까지 오만 불행의 중심지에 늘 힐빌리가 있다. 힐빌리들을 궁지로 내몰린 원인은 무엇이며 주류가 되어버린 나쁜 환경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걸까?
저자 J. D. 벤스는 삼대째 이어진 힐빌리이며 네 살 때 부모가 이혼한 후로 엄마와 할머니를 오가며 지냈다. 엄마와 할머니집을 숱하게 오가는 양다리 생활로 혼란스럽고 방탕한 생활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자에겐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벤스의 엄마는 시즌별로 남자를 바꾼 것도 모자라 마약까지 손을 대고 만나는 남자들과 밥먹듯 혈투를 벌이기 일쑤였고, 급기야는 아들을 죽이겠다고 덤비다 교도소 문턱까지 가기도 했다. 그런 엄마를 ctrl+c, ctrl+v해 놓은 사람들로 빼곡한 거칠고 어두운 분위기의 동네. 벤스가 이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었던건 조부모님 덕분이었다.
젊은 시절 그들은 돈으로 사랑을 대신했고 여느 부모처럼 자녀들을 살뜰히 보살피지 못했다. 천만 다행으로 늦게나마 잘못을 깨달았고 이 업보를 속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벤스를 돌보고 사랑해주셨다.
그래도 같은 여자로서 저자의 엄마 입장을 변호해보자면 그녀는 올바른 가정이 무엇인지, 부모 역할이 무엇인지 배울 기회가 없었고 결정적으로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랐다.
"숱하게 많은 사회과학자가 안정적이고 다정한 가정환경의 긍정적 효과를 입증했다."
이 책이 내게 준 교훈은 쇼킹하다. '불우하고 어려운 중에도 나처럼 잘 자랄 수 있다' 그런 무책임한 소린 하지 않는다. 대신 거친 언행이나 폭력을 경험한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 통계를 이용해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불우한 환경을 겪어보지 않고 자란 아이도 아주 많다는 사실이 나를 더 놀라게 했다.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마음이 덜컹했다. 난 좋은 엄마도 다정하고 인자한 엄마도 아니다. 이론으로 아는 것과 실천 사이의 간극이 아주 넓고 깊은 게 나란 사람이기에.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말할 자신도 없기에 충격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힐빌리의 노래》에는 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이 가족과 공동체의 생활에 얼마나 큰 (심지어 대대손손 이어지는) 파문을 일으키는지, 정신적 학대가 가해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서로를 향한 미움과 분노가 극에 달한 부부는 서로의 감정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아이에게 미소 짓거나 상냥하게 말하지 못한다. 가정불화를 겪고 있는 아이들은 부모가 다투지 않을 때에도 불안해 하고 긴장해 있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이 어른은 원래 다 그렇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릇된 인식이 아이 마음 속에 뿌릴 내리면 아이의 삶은 송두리째 달라진다. 그렇지 않은 어른도 있단걸, 바른 어른과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어떤지 그리고 자신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단 걸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불우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은 학업 자체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다. 대학을 가든 취직을 하든 장래를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이 네게도 여러 선택지가 있음을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 가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미국도 한국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가정사에 끼어들기를 너무 꺼려해서 문제고 미국은 너무 혈육을 믿지 못하고 까다롭게 굴어 문제다.
저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과 가족의 삶을 아주 낱낱이 파헤쳐 놓았다. 힐빌리에 터를 잡은 조부모, 부모, 자신에게 이어진 힐빌리의 삶을 통해 미국 노동 계층에게 필요한 지원과 정책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제 발로 시험대 위에 올라간 개구리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자문을 구한다. 문제가 무엇이냐고.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래서 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달라고.
비록 나는 답을 내놓지 못했지만 '불우한 환경'이란 막연한 말을 설득력있게 논증하고 있는 저자의 글이 꼭 희망을 불러내 주는 노래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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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추천도서, 트럼프가 지지받은 백인 노동계층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 그들이 왜 트럼프를 지지했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 트럼프 대선 당시 이슈였던 베스트셀러 등...이러저러한 사연으로 굉장히 유명한 책.
"사회", "미래", "자녀" 이 세 키워드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정신이 번쩍 드는 교훈과 나은 세상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단 전투의지외 맑은 정신을 느끼실 수 있으실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