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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도도 - 사라져간 동물들의 슬픈 그림 동화 23
선푸위 지음, 허유영 옮김, 환경운동연합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사라져간 동물의 이야기를 통해 '있을 때 잘하자' 정도의 교훈을 주는 책인 줄 알고 덥석 물었다 "앗 뜨!"했다. "앗 뜨!"할 만큼 놀랐던 건 동물의 멸종과 함께 사라진 게 나무나 다른 동물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물에게 해를 입힌 인간에게 그 해가 고스란히 부메랑처럼 되돌아왔고 인간도 동물들처럼 별 수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를 더 무섭게 한 건 멸종되고 멸종되는 이 죽음의 고리가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내 이름은 도도》는 멸종된 동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소 섬뜩하게 들릴지 모를 이 진실을 저자는 무척 우아하고 차분하게 들려준다. 동물들이 어떤 상황에 놓이며 죽어가게 되었는지 시대적인 배경과 지극히도 원시적이었던 사람들의 모습 등을 아주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멸종된 동물이 주인공인 동화이야기도 몇 편 담겨있는데 이 동화도 정말 압권★★★이다. 나도 모르게 "그림책을 냈어야지!" 생각이 들었고, 난 며칠째 아이에게 들려주기 위해 달달 외우고 있다.(몇 년 만의 장문 암기인지..ㅎㅎ)

전 세계에서 하루에 75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다. 한 시간에 세 종씩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수많은 동물들이 과학자들에게 주목받지도 못한 채 지구 상에서 영영 사라지고 있다. 아름다워야 할 나비의 날갯짓이 아련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 모두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에 다시 태어난 이 나비가 날갯짓을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에게 독살당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장 아름다울 때, 온전해 보이는 모습을 간직한 채로 죽어 표본으로 만들어져 비싼 값에 팔려나갈 걸 알기 때문에 아련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유럽인들이 들이닥치며 많은 종의 동물 그리고 종족이 멸종했다.
여행 비둘기는 잔인한 고문을 당하며 멸종당했고, 가장 먼저 백인들을 환영해준 아메리카 원주민인 아라와크족은 수십만 명이나 됐지만 단 50년 만에 (사람에 의해 상상 이상으로 잔인하게) 사라졌다. 1498년, 탐험가 존 캐벗이 뉴펀들랜드섬에 영국 깃발을 꽂자마자 원주민들은 노예가 되었고(총독이 부임하자 학살됐다.) 섬 주변 바다는 붉게 물들었다. 파키스탄모래고양이 또한 영국인들의 사랑에 멸종했다.
콜럼버스와 선원들의 이야기가 영웅담처럼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아이러니하고 악한 것 투성이다. 콜럼버스 또한 소외받는 부족의 후손이었고, 죽거나 실종되는 일이 발생해도 아무 손해도 슬픔도 없을 목숨들이 배를 타고 항해를 떠났다. 그리고 자신들이 발견했다고 생각했던 땅에서 자신들의 잔인한 면을 마음껏 뽐내며 그들만의 지옥을 만들었다. 선원이 모두 범죄자들이었으니 예측 불가능한 일도 아닌데 여왕은 어째서 그들을 배에 태워 보냈던 걸까. (좀 더 자세히 다룬 책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습니다.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이 글을 읽고 혀를 차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우리도 공포와 맞닥뜨리면 그들처럼 어리석게 칼을 뽑아들기 때문이다."
'사스'가 유행하자 사향고양이를 몰살시키고, 집에서 기르던 개와 고양이들은 거리에 버려졌다. 조류독감이 번지자 잠시 도시에 발을 디뎠던 철새들은 죽임을 당해야 했다. 이런 식으로 세상 모든 동물들을 경계한다면 그로 인한 재앙의 피해자는 바로 자신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간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왜 인간은 스스로를 고립되게 만드는 걸까.

"2003년 1월 12일 아침 8시, 코끼리 루마이가 새끼를 낳았다. 하지만 1시간 뒤 아직 이름도 없는 아기 코끼리는 어미에게 밟혀 죽었다. 루마이의 새끼를 죽인 것은 누구인가?"
가장 인상 깊었던 동화 코끼리 루마이의 이야기는 정말 오랜만에 동물 이야기로 코 끝이 찡했다. 인간에 의해 자신들의 사회에서 강제로 고립되고, 새끼를 낳자마자 죽일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이야기는 정말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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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중국인이던데 중국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니 놀랍고 기특한 기분이 왜 드는 건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