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다이어리 - 자존감을 키우는 세 개의 쉼표
킹코 지음, 신동원 감수 / MY(흐름출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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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 벌써 한달 반밖에 남지 않았네요. 슬슬 다이어리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는걸 보니 연말이 오긴 오고 있나봐요.

한 해 마무리 잘 하고 계신가요?

 

 

보통 다이어리는 무언갈 계획할 때, 하루 혹은 한 주를 대비해 미리 계획을 짜고 이를 기억하기 위해 쓰는데, 쉼표 다이어리는 조금 달라요.

일정을 기록해두고 계획하는 페이지보다 나의 마음을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 글과 그림에 더 공을 많이 들였어요. 적고 보니 일기에 가깝단 생각이 드네요.

 

나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주문
1.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2. 나는 사랑받고 있다.
3. 일단 마음 먹으면 해내고 만다.
4.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5. 나에겐 든든한 가족이 있다.

 

>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많지, 얼마 전엔 차 옆구리 긁어서 남편 눈치도 엄청 봐야했고, 운전도 하기 싫어졌어. 정 떨어지더라. 그래도 해야하니 어쩌겠어. 파멸의 고리(트라우마, 머피의 법칙)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 지금 뭐 때문에 불안해?
오늘은 아이가 아픈 날. 그냥 지나가려나 했는데 별로 좋지 않네. 얜 꼭 내가 아프면 같이 아프더라. 같이 약먹고 누워있는데 마음이 .. 그렇네. 더는 큰 고비 없었으면 좋겠다.

 

남들 눈 시리게 번쩍 빛나는거 말고
나도, 가족도, 친구들도 모두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은은한 빛으로
곁을 밝혀주는 사람이 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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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모를 것이다 - 그토록 보잘것없는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정태규 지음, 김덕기 그림 / 마음서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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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국어 교사였던 이 책의 저자는 지금 루게릭병으로 7년째 투병 중이다. 루게릭병은 다른 말로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이라 부르며, 이 병은 근육이 사라지고 척수 신경 다발이 굳으면서 온몸이 마비되어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희귀병, 난치병이다. 처음에는 디스크와 협착증으로 오진되어 수술까지 받았지만 몸은 나아지지 않았고 1년을 그렇게 이병원 저 병원 떠도는 동안 루게릭병은 소리 없이 다가와 있었다.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이 곧 죽을 거라 생각하며 살진 않는다. 하지만 루게릭병은 의식도, 감정도, 지식도, 심지어 간지러움도 그대로 느끼는데 근육만 말썽이다. 근육이 사라져 몸을 움직이지 못해 죽어가는 병이다. 겉으로 보기엔 서서히 죽어가는 것 같지만 죽는 순간까지 또렷한 의식을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며 평정심을 유지해보려 애써보자. 그래야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다.


 

"감히 내 병을 완치시켜달라고 기도할 수는 없었다. 단지 내가 구상하고 있던 소설만큼은 완성하고 싶었다. 그만큼의 시간만 허락해달라고,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아침에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삶은 아니지만, 내 손으로 옷을 입고 밥을 떠먹는 삶은 아니지만, 새로운 질서 속에서 내 삶은 계속될 것이다. 그 삶은 이제 근육을 움직여 사는 삶은 아닐 것이다.
노루귀, 괭이눈, 복수초여! 근육이 없는 저 꽃들의 삶을 어찌 아름답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저자는 현재 호흡기에 의지한 채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눈꺼풀로 세상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당신은 모를 것이다》에는 투병 이야기(1부)를 비롯해 그의 단편 소설(2부)과 에세이(3부) 글 몇 편이 더 담겨 있는데, 다행인 건 뒷장으로 갈수록 마음의 부담이 덜하다. 투병 이야기가 직설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1부와 달리 2부에선 우회하고, 3부에선 다루지 않기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부가 가장 좋았던 건 역시 경험에서 우러난 진솔한 글이 가

진 힘이 아닐까.)

 

 

루게릭병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어느 정도 예상했겠지만- 이 책은 희망을 노래하고 있지 않다. 아내와 두 아이에게 남기는 유산이 될 책을 읽는 건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때문에 이 책을 덜컥 추천하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에겐 꼭 읽어보라 쥐여주고 싶다. 특히 "아내"인 여자에게. "남편"인 남자에게는.


 

 

+
<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 속 서문에 있는 글을 읽다 보니 저자가 떠올랐다. 이 책의 저자도 루게릭병을 앓았는데 같은 병을 앓았다는 것 말고 아래 내용이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은밀한 기적》에서는 한 작가가 나치에 의해 부당하게 감금당하고 사형 선고를 받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형 집행 전날 밤, 그는 신에게 기도를 올리면서 작업 중인 희곡을 마무리하기 위해 1년의 시간만 허락해 달라고 간절히 기원한다. 그날 밤 그는 기도가 이루어지는 꿈을 꾼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그는 음울하게 비가 내리는 가운데 총살 집행대 앞으로 끌려나간다. 그가 네 명의 병사 앞에 서자, "굵은 빗방울 하나가 그의 관자놀이를 타고 뺨으로 천천히 흘러내린다. 부사관이 큰 소리로 최종 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갑자기 기적과도 같이 세상이 멈춘다.

 

“총이 일제히 그를 향했으나, 총을 쏴야 할 병사들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부사관은 어정쩡한 자세로 영원히 얼어붙은 것처럼 보였다.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바람도 멎어버렸다. 그는 소리를 질러보려고 애썼다. 한마디라도 내뱉어보려고, 손이라도 틀어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도중에 멈춰버린 말 한 마디조차, 아주 자그마하게 웅얼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시간이 멈추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1년을 신에게 요청했다. 그리고 전능한 신은 그에게 1년을 허락했다. 신은 그에게 비밀스러운 기적을 베풀었다. 결국 그는 신이 예정한 시간에 독일 병사의 총알을 맞고 죽을 것이다. 그러나 발사 명령과 라이플총의 발사 사이에 1년의 세월이 그의 마음속에 흐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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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사로잡는 책쓰기 비밀 - 이야기로 배우는 책 쓰기의 모든 것
류대국.권병두 지음 / 북씽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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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했던 시절 나는 글만 잘 쓰면 작가가 되고, 글만 좋으면 책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를 의아하게 만드는 책을 만나면서 출간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 흐지부지하기가 나만큼은 되는 산만한 글이 책이라는 탈을 쓰고 시장에 나온 걸 볼 때마다 출판업계가 어떻게 돌아가기에 이런 책이 계속해서 나오는지 그 속내가 궁금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출판사를 사로잡는 책쓰기 비밀》을 통해 출판”산업”이 어떤 논리를 가지고 굴러가는지 현실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산업이란 결국 고객의 니즈에 맞춰 굴러가게 되어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독자들을 위한 글이란게 한편으론 맞다 싶으면서도 작가의 개성을 한풀 꺽어놓는 것 같아 씁쓸했다.

그래도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독자를 위한 글에 관해 좀 더 풀어놓자면, 내가 쓴 글을 읽을 독자의 입장이 되어 책을 읽는 이의 마음을 헤아려 보라는 뜻이다. 좀 더 쉬운 길로 가고자 한다면 내가 쓰는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비판하거나 척을 지지 말고(엄청난 네임밸류가 있으면 가능하단다.),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을 “추가”해 유사한 이야기를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독자들은 익숙한 것에 끌리고 안정감을 느낀다. 출판업계에도 유행이란게 있고 이 유행은 베스트셀러를 따라 흐르기 때문에 굳이 시류를 거스르며 위험을 자초할 출판사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저렇다 계산기를 많이 두들겨댄 탓에 몇 년 동안 국내 소설 분야는 거의 사장되는 분위기였는데 올해 반짝 활기를 띄고 있다. 도깨비시장이라더니 역시나 고객은 알다가도 모를 존재이다. 그러니 비록 출판사 계산기로는 답이 안나오는 글을 쓰고 있을지라도 그대로 포기하지 말기를. 출판사가 계산기를 두들기는 집중력으로 키보드를 두들기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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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시선 - 영화에 드러난 삶의 속살
윤창욱 지음 / 시그마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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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CA(특별활동) 영화감상부에 들어가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게 됐다. 어떤 영화를 봤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그 시간이 아주 좋았던 기억은 또렷하게 남아 있다. 그 뒤로도 매주 영화를 보며 지냈다. 첫째를 임신하기 전까지. ㅎㅎ

 

아이를 가지면서 입덧이 심하게 왔고 영화관만 가면 먼지 때문인지 두드러기가 나고 호흡이 곤란해 갈 수가 없었다. 전화위복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오락과 재미 위주로 영화를 보던 내가 그 뒤로는 개인적으로 감명 깊었던 영화를 다시 보거나 전문가가 추천하는 작품성이 좋은 영화 위주로 감상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감명 깊게 본 영화의 공통점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세상 혹은 타인에게 상처받고 괴로워한다. 노트북, 블러드 다이아몬드, 밀양, 동주, 이터널 선샤인, 도가니, 변호인, 이프 온리, 어톤먼트 등 장르가 다양한 것처럼 상처 또한 제각각이다. 모두가 행복을 꿈꿨지만 사랑이, 믿음이 상처가 되어 돌아왔다. 상처에 경중을 따질 수 있을까? 나는 마음 아프게 봤을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생각이 다를 수도 있을 터, 누가 더 아프다 견줄 수 없는 상처이기도 하다.

 

《마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시선》이 궁금했던 건 좀 더 철이 들어 영화를 보면 어떤 느낌일지, 영화를 통해 타인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삶을 꿰뚫어볼 통찰력 같은 게 생기진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어땠냐고? 답을 이야기하기 전에 조금 더 수다를 떨어야겠다. ;)

 

우린 종종 타인의 상처에 관대하게 굴 때가 있다. “야 너 정도면 괜찮은 거야!”, “넌 남편에 애도 둘이나 있잖아. 일하는 것도 아니고 뭐가 힘들어?”, “으이그 시집 잘 간 년~ 역시 젊었을 때 논 애들이 시집 잘 간다더니 딱이라니까.” 친한 사이여도 굳이 이런 디스를 대놓고 하거나, 친구이기에 용기 내 고백한 고민을 두고 소금 어택을 즐겨 하는 친구가 꼭 무리 중 한둘 있다. (이 친구는 내 남편을 만나본 적도 없고 연락도 일 년에 한번 할까 말까 한 사이인데 이리 말한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이야기를 보니 영화 속 시가 그녀를 떠올리게 했다.


흠결 없는 처녀 사제는 얼마나 행복한가!
세상은 그녀를 잊고, 그녀는 세상을 잊어가네.
티끌 없는 마음의 햇살이여!
기도는 허락되지만, 소망은 내려놓는구나.
- 시 ‘이터널 선샤인(영원한 햇살)’

 


왜냐고?
그 친구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출산과 동시에 세상 모든 엄마를 존경하게 되고 그게 아주 많이 티가 난다. ㅎㅎ
난 지금 그 친구에게 신이다. 그러니 신과 같은 넓은 아량으로 받아줘야겠지.
영화도 좋지만 역시 경험만 한 게 없나 보다. 물론, 영화 덕분에 먼 길 돌아가지 않고 답을 얻은 셈이지만. ;)

 

책이 소개해 준 <오래된 정원>을 보며 내일은 좀 쉬어야겠다. 이 영화를 보면 아마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유일하게 ‘주인공이 미운데 좋은 영화’가 될 것 같다. 아내이자 엄마의 입장에 과하게 몰입한 나머지 책을 읽으면서도 속이 부글부글 끓다 못해 화가 났더랬다. 영화를 끝까지 잘 볼 수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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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기원 -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박병철 옮김 / 책세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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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과학자들은 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파고들고 이론적으로 생각하느라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많이 아는 것이 아름다움을 느끼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가?

 

난 반대로 생각한다. 무언갈 앎으로써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도 있다. 그래서 난 과학이 좋다. 물론 대체로 읽었던 페이지를 다시 읽어도 새롭고 “뭔 소리래?”싶은 부분이 많지만, 탄성을 자아내는 멋진 순간을 한번 포착하고 나면 과학이란 녀석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것의 기원》은 138억 년이나 되는 우주의 세월을 아주 빠르게 훑어보고 있다. 책은 우주의 기원, 별과 은하, 태양계, 지구, 생명체 순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138억 년이나 지난 일을 이제 와서 새삼스레 주목한다니 우주의 입장 혹은 조물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이가 없지 않을까. ㅎㅎ

 

 


"138억 년 전에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후 만물의 기본 단위인 입자들이 모여서 별과 은하가 생성되었고, 태양과 함께 탄생한 지구는 온갖 외홍과 내홍을 겪으면서도 기어이 생명을 잉태하여 36억 년 만에 호모 사피엔스로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리고 이제 호모 사피엔스가 지난 138억 년을 되돌아보며 뒤늦게나마 만물의 기원을 추적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느낀 건 우리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계 중에서 또 태양계는 우주 중에서 "골디락스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다. 골디락스 영역이란 전문용어로 "지속적 서식 가능 영역"의 다른 말로 어린이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 등장하는 여자아이의 이름에서 따온 '가장 적절한 조건'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골디락스는 곰 가족이 외출한 사이 빈 집에 들어가 가장 적절하게 식은 스프를 먹고, 가장 적절한 크기의 의자에 앉고, 적절한 크기의 침대에 누워 잠을 잔다.)

 

과학을 알면 알수록,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주 속 골디락스 영역이 극히 드문 운 좋은 케이스임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지식과 현재의 기술로는 밝혀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을 만큼 우주가 방대해 골디락스 영역인 지구에 사는 인간이 마치 분자보다 작은 청정에 가까운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장 적절한 조건을 (노력인지 운인지는 미스터리지만 어쨌든) 만나 이만큼 발전한 걸 보면, 어쩌면 우린 우주에 있는 모든 덩어리(?)들 중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탄생한 존재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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