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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 ㅣ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평점 :
이 책을 읽어야겠다 생각한 건 ‘수련을 해보자.’는 결심보다 팬심이 앞 서 있었다. 배철현 교수님의 정확히는 배철현 교수님의 글이 좋아서 책이 나오면 빼놓지 않고 챙겨 읽고 있는데 시작은 《심연》이었다.
《심연》은 당시 나를 괴롭히고 있던 트라우마와 불안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수용 혹은)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순전히 이 책 덕분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이 책 덕분에 감정을 추스르고 이성적으로 나를 볼 수 있게 중심을 잡아준건 이 책이 분명하다.
당시 난 내 생애를 통틀어 가장 아프고 힘들고 괴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 어떻게든 이를 털고 일어나야만 하는 절박함 또한 아주 컸기에 이 영향도 컸으리라 생각된다. 어쨌든 타이밍이 딱 맞아 떨어졌고, 난 그 힘든 시간을 털어내고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와 잘 지내고 있다.

《심연》의 뒤를 잇는 《수련》은 또 내게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다. 《심연》이 나를 온전히 들여다보고 반성하게 하는 책이라면, 《수련》은 성찰을 몸소 실천하도록, 그러니까 나를 다듬고, 나아가 다듬어진 모습이 진짜 나가 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실천. 바로 행동을 내게 요구하고 있다.

5월에 트라우마가 있는 난 4월부터 아주 다른 내가 된다. 가족 중 넷이 태어난 경사스런 5월이지만 재작년 겪은 일이 자꾸 떠올라 우울한 채로 시간을 허비하는 날이 많아진다. 한 해 중 가장 예민하고 힘든 시기에 난 왜 이 책을 덜컥 읽겠다고 다짐했던걸까. 그냥 쉬어갈 껄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하루 하루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가족과 이웃을 보고 있노라면 코너로 몰려있던 의지가 쿵쾅거리며 마음을 뜨겁게 한다.
"이 불쌍한 영혼들은 불쌍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았다. 그들은 오명도 없고 명성도 없는 미지근한 영혼들이다."
《단테》<지옥> 제3편 34-36행
고대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참전해 승리를 거둔 뒤 고향으로 돌아가는 데 꼬박 10년이란 세월이 걸린다. 그에게 귀향은 전쟁보다 어려운 여정이었는데 우리 삶 또한 이와 비슷하다. 힘든 시련은 누구나 겪는다. 이를 이겨낼건지, 좌절하고 주저않아 있을건지, 수용하고 다시 살아볼건지, 이후의 삶은 내 의지로 결정된다. 괴물은 무섭지만 그렇다고 귀향길을 포기할 순 없지 않나.

부디 이 결심이 흔들리지 않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