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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 - 읽기는 싫은데 왜 읽는지는 궁금하고 다 읽을 시간은 없는 청소년을 위한 ㅣ 내 멋대로 읽고 십대 2
박균호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18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문학의 자본은 경험"이라고 외치며 "살아온 것"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 는 시대도 분야도 다양한 고전을 소개하고 있다. 기원전 50년에 쓰인 <갈리아 원정기>부터 <레미제라블>, <코스모스>, <로빈슨 크루소>, <레디메이드 인생>,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등... 이 모든 고전의 공통점은 바로 살아있는 경험이 작품에 녹아들어 있단 점이다. (소설일지라도!)
2년 내 완독을 목표로 두고 있는 <레미제라블>을 가장 먼저 펼쳐 읽었다. 저자가 왜 하수도에 집착하는지 <레미제라블>을 읽지 않은 나로썬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책을 읽으며 왜 하수도에 집착했는지는 물론 <레미제라블>의 양이 왜 그렇게 방대한지, 실제 역사를 얼마나 세세하게 다루고 있는지를 미리 맛볼 수 있어 좋았다.
역사가들은 흔히 "파리의 하수도는 나폴레옹 황제 시절 7년에 걸쳐 정비되었다."정도로 기술하는데, 빅토르 위고는 30여 쪽을 할애해서 브륀조의 업적을 자세히 설명해. '하수도 혁명'울 이뤄 낸 브륀조를 찬양하며 혁명가라고 칭송하기도 하지.
하수도 실태를 조사하는 초기 단계부터 많은 일꾼이 "무덤 속보다 고통스러운 작업 환경"을 못 버티고 그만뒀어. 브륀조도 "한겨울에 러시아를 정복하는 것보다 힘든 전투"라고 생각했지. 그러나 그는 온갖 난관을 극복하며 7년간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쳐... p.39
책의 절반에 해당하는 전반전은 저자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책을 재해석해 독자를 사로잡는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미국 남부 소년들의 모험담이 아닌 미국의 인종과 노예에 관한 역사서로, <로빈슨 크루소>는 경제학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고 있는데 관점도, 풀어내는 이야기도 몹시 재미있다. 축약본이나 동화로 각색된 작품에서 원작으로 넘어가는 중간 다리 역할을 충실히 잘 하고 있어 고전에 경기를 일으키던 아이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후반전엔 고전 해석의 정석(?)을 따르고 있다. <월든>, <카네기 처세술>, <말하는 보르헤스>, <노예의 길>, <구별짓기> 등 분야별로 필독서로 꼽히는 책들을 다루고 그 책이 전하고자하는 핵심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럴만도한게 워낙 주장이 또렷한 책들이라 샛길로 빠지기 어려운 탓도 있겠다.
이 책을 읽고 읽을 책 목록에 《방한림전》을 가장 상단에 추가했다. 동성애결혼을 다룬 19세기 작품! 조선 시대에 이런 작품이 있었다니! OMG! 읽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거린다. 책 표지에 '읽기는 싫은데 왜 읽는지는 궁금하고 다 읽을 시간은 없는 청소년을 위한'이라고 적혀 있는데 나처럼 이 책을 읽고 나면 없는 시간이라도 쪼개고 만들어 읽고 싶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