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은 락엽이 아니다 아시아 문학선 20
리희찬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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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책을 구해 읽던 사람들의 기분이 이랬을까?'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를 손에 쥐자 책을 마음 놓고 읽을 수 없던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 남몰래 금서를 읽는 기분이 밀려들어왔다.

제목과 표지에서 느낄 수 있듯 이 작품은 북한 소설이다. 북한에서 판매를 '허락'한 작품이라 더 호기심이 생겼다. 북한의 '진짜' 일상을 엿볼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역시나 힘든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나의 보람찬 청춘 시절
대를 이어 조국에 바치리
그날의 아버지처럼
그 나날의 어머니처럼
아 빛나게 살리"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는 지금 북한을 사는 20-30 싱글 세대와 부모 세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남자와 여자가 썸을 타고 밀당하고, 어른 세대는 자식을 어떻게든 좋은 대학에 보내 좋은 직업('사'자 들어가는 직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부모의 꿈인가 보다!)에 보내고, 좋은 짝을 맺어주고 싶어 한다. (북한에도 헬리콥터 부모가!!)

하지만 동시대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우리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러니까 20-30년 전쯤의 젊은 세대와 부모를 보는 것 같달까. 젊은이들의 썸은 드러내길 꺼려 하고 신중하다. 혼삿길 막힌다며 입조심하는 것도, 짝을 맺어준다는 사고도 이젠 낯설다. 소설 속 주인공인 두 가정은 이상적인 가정 기옥이네가 반대편에 있는 그러니까 사회주의 관점에서 봤을 때 문제가 많은 가정인 경식이네를 바른(?) 길로 인도한다. 두 가정이 자연스레 비교되고 하나 되어가는 과정 속에 사상을 깔아두어 자연스럽게 주입하고 있다.

"첫째는 부끄러워할 줄을 아는 것, 특히는 혼자서도 부끄러운 생각에 얼굴을 붉힐 수 있으리만큼... 둘째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할 줄 아는 주위감각... 셋째는 사랑을 고맙게 간직할 줄 아는 품성, 넷째는 무슨 일에서나 뒤끝과 후과를 미리 생각하는 습성... 이런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된 도리를 생각하는 사고는 같지만 그들의 기저엔 사회주의 사상이 깔려 있음을 소설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태여나서부터 오늘까지 받아 안은 혜택들"에 "보답하기 위하여 애"쓴다던가 "조국과 함께 오늘의 이 행군 길을 끝까지 걷겠다는 그 의지가 얼마나 좋습니까."(p.156),  "나도 오빠의 일기장을 다시 읽고서야 사람의 첫 스승이 저를 낳은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가르치신 분이 우리 장군님이시라는 것을 알았어요."(p.209)


이런 문장들은 자연스레 책을 읽다가도 문득문득 고구마처럼 목을 메이게 한다. 문학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는지, 사회주의를 어떻게 주입시키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현혹되는지 북한을 두루 느끼기에 이만한 작품이 없는 것 같다. 이 소설은 북한을 꼬집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개방되어 있는지 반증하고 있다. 개방된만큼 정보가 넘쳐나고 있기도 하다. 이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사고할 줄 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아니라면 신중히 접근하길. 책이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나는게 어려워진 요즘, 신작 중 작품을 만난게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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