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지음, 손정아 그림 / 일리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아프리카에서 두번째로 높은 키리냐가산 주변은 물 많고 농사가 잘되는 비옥한 지역으로 오랜 옛날부터 키쿠유족과 엠부족, 메루족 등이 자리 잡아 살고 있었다. 키리냐가산은 인근 부족들의 창세 설화와 전설을 품은 영산이었다. 그들은 대대로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고 노인을 공경하며 공동체 생활을 이어갔다."

내가 아는 아프리카의 풍경이다. 내가 아는 아프리카는 TV를 통해 본 게 전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큐멘터리나 유니세프 같은 국제구호단체의 광고에서 본 아프리카가 전부이다. 책의 첫 장을 읽고 흠칫했다.

 

"아프리카에 사신다고요? 봉사활동하시나 보네요."

"헐, 어쩌다 그 더운 나라까지 가셨어요?"

"거기 좀 위험하지 않나요?"

《아프리카, 좋으니까! 》는 구제가 필요한 나라, 더운 나라, 위험한 나라로만 인식되고 있는 아프리카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스무 살 적 꿈이 아프리카의 농장주였고, 에디오피아 커피를 가장 좋아하고, 부룬디 원두에 눈을 뜬 나이지만 원산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 없다.

"밤이면 전기장판을 켠다고? 아프리카 애들이 드론을 날리며 논다고?"

있는 그대로의 아프리카는 낯설었다. 덥기만 할 것 같은 케냐는 1년 중 가장 더운 날이 27도 정도이고, 모바일뱅킹으로 모든 거래를 처리한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신선했다. 지난 여름만해도 '대프리카', '대프리카' 했을만큼 아프리카를 무더위가 기승인 나라로 우리 모두 인식하고 있지 않는가! 내가 그동안 CF로 본 아이들은 뭐지?

 

"유니세프에서 2015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에서 594만명의 어린이가 5살이 되기 전에 죽는데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선 294만명이 5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 이 곳에서 죽은 아이들의 숫자가 다른 대륙의 수치를 합한 것과 맞먹는다. 하루에 8,054명, 1시간에 335명의 아프리카 어린이가 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 모습이 아프리카의 전부는 아니다. 《아프리카, 좋으니까!》는 아프리카의 여러 얼굴을 그러니까 민낯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손,발이 없는 아이들, 길거리에 주저앉아 구걸해 번 돈으로 가스를 사 흡입하는 아이들, 돈이 없어 죽어가는 아이들.. 구호단체를 통해 본 '빈곤 포르노' 속 아이들이 실제로 존재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우린 구호단체가 만든 편견에 갇혀 있었다. 그럼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어떻게 교육받고 자라고 있을까?

 

다큐나 구호단체의 광고를 보면서 궁금했던건 아프리카 사람들이 영어를 쓴다는 점이었다. 비밀은 조기교육에 있었다. 아프리카에 조기교육이라니!

어려서부터 영어를 얼마나 타이트하게 가르치는지 유치원부터 학교까지 주 1-2일을 '영어의 날'로 정해 영어만 쓰도록 하고 있다. 이 날 모국어를 쓰면 칠판 목걸이에 "Teach me english, I need to learn English"를 쓴 칠판을 달고 종일 다녀야 한다. ㅡ.ㅜ 덕분에 중학생 이상 되면 영어로 말하고, 영어로 된 영화나 드라마를 자막 없이 시청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p.100)

득이 있으면 실이 있는 법, 그들은 영어를 얻고 문화감각을 잃었다. 그런 탓에 서점에 케냐인이 쓴 책을 찾기 어렵다. 전 국민이 영어에 능숙하니 외국 서적으로도 충분한 게 번역 없이 빠르게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단 게 참 부럽지만(책 어디선가 봤는데 위키피디아에 등록된 영단어(?)는 20만 개가 훌쩍 넘는데 한글은 4만여 개가 다였다.) '문화 비극'을 보고 있노라니 좋다 나쁘다 가를 수만은 없겠다.

 

책을 읽은 나의 소감을 한 문장으로 써 본다면 '아프리카가 생각만큼 먼 나라는 아니었구나.' 정도가 적합할 것 같다. 르완다-부룬디(내가 넘나 좋아하는 부룬디 스머프 원두!!는 이름 그대로 작고 똥그란 게 야무지고 귀엽게 생겼다.)를 보며 남-북이 생각났고, 부족 간의 여러 갈등을 보면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우리네 지역 갈등과 동네는 물론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에도 숨어 기생하는 지역 이기주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디든, 어느 나라든 사람 많은 곳은 .. 반갑지 않은 공통점이 있나보다.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한 지인에게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시간 개념이 아~주 없단 이야길 들은 기억이 있다. 거짓말도 아주 쉽게 한다고 들었다. 저자 또한 아프리카 사람들은 오랫동안 지속된 침략과 약탈로 의심이 많아 거짓말을 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편견은 아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 민족도 거짓말쟁이다. 밥 한번 먹자는 빗말을 쉽게 내뱉지 않는가! 내 눈에 들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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