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수첩] 서평단 알림
커피수첩 - 사랑하기 전에 먼저 만나고, 즐기고 음미하라, 한국 커피계의 숨은 고수들을 만나다
김정열 지음 / 대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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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남미여행을 했다. 8개월을 돌아다녔으니 짧은 시간은 아니다. 대개의 여행자들은 각지의 맥주를 찾아마시며 추억거리를 늘려가지만, 술을 즐기지 않는 나는 그 자리를 커피로 대신했다. 아르헨티나 유서 깊은 까페의 에스프레소부터 볼리비아 버스터미널의 틀니 할머니가 머그잔 하나 가득 타 준 액상커피, 이스터섬 캠핑촌에서 남태평양의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홀짝였던 인스턴트 네스까페까지. 여행의 행복했던 기억은 커피향에 그렇게 스며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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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름 앞에 붙은 ‘커피 여행자’라는 말이 좋았다.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개성 있는 커피집들에 관한 이야기라니, 혹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거대체인점보다는 동네 작은 찻집의 소박함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정보를 수집하기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이 선배 ‘커피여행자’를 따라 나도 커피여행을 해야지, 여기에 내 리스트도 추가하면 멋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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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군데가 넘는 커피집들이 legend와 trend, 두 가지 테마로 소개되는데, 대부분이 서울과 경상도 소재다. 그리고 legend 섹션에는 커피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미 입소문이 많이 난 곳들을 다루고 있어서 약간 식상했다. 꼭꼭 숨어 있는 보석이길 너무 바랐던 모양이다. 요즘 많이 나오는 여행에세이들처럼 예쁘고 감성적인 사진과 무겁지 않은 에세이가 엮여진 책이라 보면 되겠다. 하지만 조금은 진중한 이야기들을 기대했던 탓에, 두어 군데를 제외하면 다만 한 번 다녀간 감상을 늘어놓은 정도에 불과해 실망스럽기도 했다. 나처럼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보다는, 주인장들과 얘기도 잘 통했을 것 같은데.. 머리말에 소개된 커피친구들도 소개만이 아니라 실제 내용에 등장하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고..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게 늘어나서 더 아쉬운 것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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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면, 커피수첩 2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강원도와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물론 경상도도!~)의 숨은 커피집들을 책 한 권 빼곡하게 소개하는. 그 책을 보면 팔도커피여행을 알차게 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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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쯤 '다동커피집'이나 계동의 '커피한잔'에 들러야겠다. 아니면 부암동의 '클럽 에스프레소'? 저자의 충고처럼 2층에 올라가서 로스팅 하는 것도 보면서 커피 한 잔을. 오랜만에 집 건너 편의 '학림'에 가는 것도 좋겠다. 2층의 천장 낮은 자리를 좋아하지만, 전혜린이 죽기 전에 앉았다는 창가 자리에 앉아보는 것도 괜찮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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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표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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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없는 청춘, 실패 없는 청춘을 청춘이라 부를 수 있얼까? 청춘은 세월이 흘러 그 시기를 벗어나봐야, 그때가 바로 자신의 청춘이었음을 깨닫는다. (4)

젊은이들에게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때 '모든 가능성'에는 모든 실패의 가능성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6)

벌써 20년 전 책이지만,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사회의 통념보다 주관으로 자기 인생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늘 있을 것이므로..... 그닥 오래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물론 소믈리에나 레코딩 엔지니어가 희귀한 직업이라는 뉘앙스로 기술되는 부분에서야...)

20대에서 30대에 목수, 수제 칼 제작자, 원숭이 조련사, 정육 기술자, 동물 생태 사진작가, 자전거 프레임 빌더, 매사냥꾼, 소믈리에, 요리사, 염직가, 레코딩 엔지니어 등으로 일가를 이룬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책인데,
하나 같이 중고등학교 때 소위 '공부'에는 소질이 없어 무시당하고 따돌림 당하다가, 어떤 계기에서든 자기 길을 찾아 남들보다 먼저 궤도에 오른 경우들이다.

다들 멋지고 멋지고 또 멋지다. 그래서 아쉬웠다.

문제아에서 각 분야의 달인이 된 이런 류의 성공담 말고,
정말로, 청춘을 표류하는 평범한 이야기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를 위로할 수 있는 타인의 이야기를 찾고 싶었는데, 이 책은 아쉽게도 아니었다.

어릴 때 문제아도 아니었고, 이들처럼 뭔가 특별한 진로로 나갈 생각도 없는, 대다수의 청춘들도 표류한다.
이들의 고민도 존중받아 마땅하건만, 책도 또하나의 매체일 때문일까.
책으로 엮여 나오는 이야기란 이토록 화려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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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닌 1
아사노 이니오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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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생, 사회초년생... 그 무렵의 방황을 다루는 작품이라면... 위노나 라이더와 에단 호크가 그지없이 사랑스러웠던 <청춘 스케치>가 있겠고.. 츠마부키 사토시와 시바사키 코우가 나오는 그 유명한 일드 <오렌지 데이즈>도 있겠고.. <소라닌>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꿈을 향해 나아갈까, 성실하게 대도시의 톱니바퀴로 남아 있을까.
그런데 말이다. 나는 둘다 소중한 일일 거라고 믿는다. 둘다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
내가 선택한 삶을 사랑하고, 남이 선택한 삶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방황보다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메이코는 스물넷. 2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지금은 때려치우고 놀고 있다.
기껏해야 1년을 버틸 수 있을까 싶은 잔고는 매일매일 줄어가고,
일을 그만두면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저 지루하고 나른할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동거한 지 1년, 사귄 지 6년 된 남자친구 다네다에게 - 다네다는 일러스트일을 하는데 기껏해야 알바 수준이고 음악을 하고 싶어한다 -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 봐야지 않느냐, 이런저런 핑계대며 피해다니느니 한 번 해 보고 안 되면 그 때 가서 접으면 되지 않느냐고...

뭐, 대개는 그런 식의 전개다. 그렇게 한 번, 내가 생각해도 멋지고, 남들이 봐도 멋진 결단력과 빛나는 시기를 경유해서 그 충만함을 안고 다시 어떤 일이든 시작하는 것.

이런 류의 청춘물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는, <소라닌>도 너무너무 좋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무슨 답을 주는 것도 아니고, 하다 못 해 무슨 깨우침을 주는 것도 아닌 데다가, 결국은 어떻게든 사회에 적응한다는 식의 뉘앙스로 끝나는데, 거기까지 가는 길에 이렇게 난관이 많더라, 정도인데도... 작은 위안은 된다.
이 녀석들 울고 웃을 때, 따라서 울고 웃다 보면. 그래도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방황은 청춘의 특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시기에 있더라도 사람들은 방황하니까.
그게 인간이라는 증거니까.

아무 것도, 두려워하거나 슬퍼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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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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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이력서의 사진으로만 등장하다 마지막 순간에도 뒷모습을 보여줄 뿐인 신조 교코..
나는 그녀가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존해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 여겨질만큼.
절벽까지 몰리는 동안 외롭고 힘들었던 그녀에게는 아무 것도 없었는데,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악행을 저지르고 나자, 그에 대한 응징은 처절하게 이뤄진다.
부모의 채무로 고통을 겪은 그녀가 살인을 저지르면서까지 가로챈 세키네 쇼코라는 여자의 정체성에, 개인파산이라는 내력이 숨겨져 있어 결국엔 다른 희생자를 찾아나서게 되었으니.

세상은 점점 교묘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리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그저 사회가 발전했다, 살기 편해졌다는 식으로 인정하고,
보이지 않는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개개인이 눈 크게 뜨고 있으면 된다는 건가.
덫에 빠지면 모두 그 자신의 책임이고.

"빌려 주고, 빌려 주고, 또 빌려 주는 거죠. 마지막 책임을 묻는 곳이 자기 회사만 아니면 됩니다. 사실 은행이나 사채시장이나 신용판매회사도 큰 곳은 별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말씀 드린 구조에서 피라미드 위쪽에 있는 업자는 당하지 않게 되어 있어요. 그 책임은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거죠. 그런 굴레 속에서 채무자는 점점 아래로 굴러 떨어져 다중채무자라는 이름으로 결박되어 두 번 다시 떠오를 수없도록 가라앉는 겁니다." (137)

"나비효과는 부실을 확대재생산하고, 부실의 진원지와 무관한 개인들의 일상까지 도미노처럼 쓰러뜨린다. 그 시작은 부자 나라의 욕망과 탐욕이었고, 그 끝은 가난한 나라 서민층의 고통이다." (한겨레 21 7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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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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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난 '奇'가 일본 문화에서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숨은 맛이라고 생각해요. 일그러진 것, 기분 나쁘고 섬뜩한 것을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감상하는 거예요. 아아, 기분 나빠, 불쾌해 하고 눈길을 돌리지 않고, 냉정하게 관찰하고 미의 하나로서 즐겨요. 재미있어해요. 흥미로운 심리죠. '기'라는 글자에는 괴이하다, 흔치 않다는 뜻이 있지만, 난 이 글자에서 그로테스크한 유머가 느껴지더군요. 자학적인 해학, 너무나도 싸늘하고 무관심한 시선 같은 것이. (24)

사실은 어떤 한 방향에서 본 주관에 불과합니다. (82)

어떤  부조리한 일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모두 이유를 구하게 마련이다. 커다란 음모, 사악한 계략. 약하디약한 우리들은 그런 것을 지어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자기들보다 훨씬 뛰어난 존재에게 설명을 구하고 책임을 전가하려 든다. (380)

(사건 이후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관계자들을 만나 다양한 시점의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완성된 소설이라는 점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와 비슷한 구성. 물론 약간 다르긴 하다. 이 작품은 어린 시절 겪은 끔찍한 사고에 대해 한 여대생이 책을 낸 한참 후, 그 여대생 남동생의 친구가 다시 관련자들을 만나면서 취재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어투도, 인터뷰어에게 대답하는 인터뷰이의 그것이다. 하지만 내내 그런 형식은 아니고 장을 바꿔갈 때마다 시점이 바뀌기도 하는데, 그것이 명백히 구별된다기 보다는, 약간 높이 약간 아래 약간 오른쪽 약간 왼쪽에서 보는 것처럼 - 사실 약간 뒷편 오른쪽의 중간 아래, 뭐 이런 느낌이랄까 - 미묘하게 겹쳐있으되 틀어져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게 이 소설이 풍기는 묘한 매력인 듯.
책 표지를 보고 '유지니아'가 예쁜 소녀의 이름일까, 했다가..
책을 다 읽은 지금, 그게 아니라는 걸 알긴 알겠는데 그렇다고 명백히 부정할 수는 없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난 '妙(묘할 묘)'가 온다 리쿠의 소설에서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숨은 맛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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