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서 우리는 대화한다. 이 생기 가득한 대화에서는 어떤 언어 하나가 특권을 누리지 않는다. 모든 언어는 생명과 - 그것이 사람이든 아니든 - 관계를 맺을 힘을 가지고 있다. 정원에서의 교류는 모든 이의 언어로 이루어진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진정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인지도 모른다. (서문 - 질 클레망) - P7

생각해보면 간단한 원리란 말이야. 식물이 다양해지고 많아질수록, 더 많은 동물들이 돌아오면서 생태계에 다양성을 더하는 거지. - P35

내가 얻은 교훈이 있다. 우리집이 아닌 곳에서 생태다양성을 되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바깥 세상에서 땅을 가진 사람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 자연을 그들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몰아내러 가기 때문이다. - P90

자연은 그 혼잡함 속에서 행복해한다. 그것은 자연의 본성이고, 우리가 손을 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것은 걸레질할 수 있어야 하고, 청결하게 유지되어야 하고, 위생적이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생명은 관상용 도자기가 아니다. 생명은 더럽다. 우리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생명은 온갖 곳에 오물을 남길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생명과 거리를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자연은 공허를 혐오한다. 나도 그렇다. - P91

나에게 정원은 간섭과 방임, 길들임과 야생, 통제욕과 통제 불가능성, 인공과 자연... 그 사이에 영원히 존재하는 숙제여야 한다. 발이 두 개든지, 여섯 개든지, 여덟 개 혹은 그 이상이든지 아니면 아예 없든지, 깃털이 있든지 없든지, 털로 뒤덮였든지 모든 존재가 만나 조화를 이루는 이 정원에서 우리는 같은 것을 소망한다. 내 집 같은 공간에서 무탈히 지내는 것.. - P115

생명과 다양성을 창조하고 싶다고 해서 신이나 부자나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사실, 그저 손에 흙을 조금 묻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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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딩크 여성 18명의 고민과 관계, 그리고 행복
최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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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책을 읽었을 엄마표 택배가 도착했다. 무려 10가지 생활아이템 50 정도가 들어 있는 종합선물세트.  60대를 훌쩍 넘긴 엄마의 사랑을 여전히 받고 있는 나는, 40 초반의 지방 사는 무자녀 기혼 여성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결혼제도 안으로 들어가기를 선택한 나에게 아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었을 리는 없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여부와는 관계 없이,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디폴트값이니까. 그땐 마흔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마흔이 되면 이야기를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흔이 되자마자 생체 시계가 멈추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흔이 되면 더는 고민하지 않고 뒤돌아보지 않고도 말할 있을 같았다. 나는 엄마가 되지 않기로 했다고."

서문의 문장을 보면서 격하게 공감하는 한편, 외로웠던 시절을 떠올렸다. 책이 조금 빨리 나왔다면, 외로움이 했을 같다.  (엄마가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분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책을 접하시길 ^^) 명절 때마다 신경이 곤두설 필요도 없고, 시댁 친척들의 무례함을 좀더 여유있게 이겨낼 있었을 텐데. 지금의 나는 마음의 평정을 찾은 상태다. 감사하게도 부모님들로부터는 어떤 압력도 받지 않았고, 양가에 귀여운 조카들이 하나씩 있는 데다가, 나는 어느 , 마흔이 넘었으니까.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그래서, 시큰둥한 마음 , 궁금한 마음 반이었다. 그러다 시스터후드 팟캐스트를 듣고, 작가님이 인터뷰이들에게 했던 질문에 답해보고 싶어졌다. 같지는 않을 '동지'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었다. 책은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1장은 마음과 모성 서사에 관한 토크, 2장은 배우자, 부모, 친구들과의 관계와 '엄마 ' 대한 토크, 3장은 무자녀 여성의 커리어, 구직 사회 구조에 대한 토크로, 나로써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들도 있었고, 다양한 경험과 솔직한 생각들이 담겨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주제의 특성상 작가님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인터뷰를 해석하고 연결하는데, 그런 부분도 피식 혹은 아하하!하게 만드는 포인트였다.

너무나 근본적이면서 자신의 과거와 사회의 기대, 여성다움의 개념, 삶의 목적과 복잡하게 뒤얽힌 무언가를 선택하려면 자신이 가진 모든 의지를 하나도 빠짐없이 동원해야 한다. 순리라고 여겨지는 방향과 어긋나는 길을 선택할 때는 이런 각오가 없으면 된다.”

30
중반에서 후반으로 살짝 넘어가는 시점의 나는 무척 위험했다. 짝꿍은 아이들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아이들의 ' 되겠다며 영화제목을 인용해서 허풍을 정도로 아이들과 신나게 아는 사람이라 미안한 마음이 적도 있고, “하나 낳아주지 그래?” 하는 지나가는 이야기부터어디 보자, 씨가 들었나.”하면서 배를 만지는 친척어른까지 - 남자어른이었으면 진짜 가만 있었을텐데! - 겪으며, 정말 고민을 했던 거다. 문득, 내가 집안의 대를 끊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식겁했던 기억까지. 하필 장남의 짝꿍이 되어 이런 어이없는 생각까지 하냔 말이다. 아이 낳으려고 결혼한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된다는 내가 도저히 이해할 없는 존재와 마주치는 같아요. 그런다름' 삶에 얼마나 끼어들게 있을지 생각하면, 심지어 아이를 낳는 자기 선택일 있어도 아이가 어떤 사람인가는 선택 밖의 일이잖아요. “

책에 등장하는 열여덟 명의 여성들이 다양한 이유와 조건, 상황에서 엄마가 되지 않는 쪽을 선택했듯, 내게도 가지 이유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부담스러워 한다는 . 그랬던 내가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만났던 것은 가지 감정을 안겨주었는데, 하나는 아이들은 사랑스러운 존재구나( 단순한 문장에는 내가 겪은 많은 에피소드가 들어 있다. 생각하면 여전히 울컥한, 고마운 시절이었다.), 다른 하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는 일은 정말 어렵구나, 하는 . 마음을 보여주는 친구들과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무척 행복했지만, 어느 순간 돌아서거나 전혀 마음을 주지 않는 친구들을 때면, 안개 자욱한 길을 걷는 것만 같아 무척 당혹스러웠다. 아이들 관계에서 난감한 상황들이 벌어질 더했다. 어른으로써 개입할 여지에는 한계가 있고, 아이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넓고 복잡했으므로. 전에는 몰랐던 두려움이 덧대어진 셈이다. 거기에 원칙에 대한 나의 어떤 보수적인 성향을 생각한다면, 아이는 불행해질 것이었다. 남들은 과하다고 느낄 있겠지만, 짝꿍과 나의 관계도 틀어졌을 것이다. 우리 둘은 안다. 최근에 덧대어진 이유는 인간이 과연 지구에 보탬이 되는 종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연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만한 세상인가. 마지막으로는 경제적인 이유.

지금도 재밌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는데, 결혼식 새벽 택시 안에서였다. 5시부터 서둘러 택시를 타고 샵으로 향하는데 기사님이 문득 생활이 풍족하지 않으면 아이를 낳지 말라고 했던 거다. 당연히 2 계획이 있었다면 듣기에 어땠을지 모르겠는데, 나는 크게 공감하며 기사님에게 이런 얘길 듣는 무슨 계시처럼 느껴졌었다. 역시, 나는 아이를 낳을 운명이 아닌 거야, 이렇게. 심지어 결혼 이사 트럭기사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자녀 둘을 시집장가 보내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과한 노동에 내던져졌는지, 구체적인 숫자까지 나열하면서 토로했었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적 순간이나, 처음부터 단순 명쾌했던 결정은 없었다. 누군가는 여전히 변동 가능성을 안고 있었고, 누구보다 뚜렷하게 아이를 원하지 않는 여성이라 해도 고민의 과정은 생략되지 않았다. 각기 다른 이유가 삶의 복잡한 맥락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고민을 멈추었지만, 최소 3~4년은 외롭고 고통스러웠다.
누가 뭐라든 , 삶과 관계된 문제인만큼 최종 결정권자는 나여야 했으므로. 


여성의 인생 목표에 아이는 기본값이 아니다. 여성은 무엇이 되든무엇보다도 엄마여야 완성되거나 가치가 높아지는 존재가 아니다. 부부 여자만 아이를 가질 있다는 것은, 그러니까 여자가 아이를 가져야만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여자들의 인생에야말로 훨씬 무거운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인생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이런 것들 말이다."

이렇게 말해주는 이가 있어서 정말 고마웠다.
너무 개인의 차원에 매몰되어 이기적인 선택을 것은 아닌가 했던 시간들을 위로해 주어서.

나는 직장부터 최근 퇴사한 직장까지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해왔고, 지금도 나은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다. 재단을 만들어 소녀들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는 인터뷰이처럼 대단하지는 않지만,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괜찮은 어른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지금도, 앞으로도 엄마가 되지는 않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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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2 02: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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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틀랜드 -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쫄딱 망하는 삶에 관하여
세라 스마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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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라 스마시의 <하틀랜드>를 읽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쫄딱 망하는 삶에 관하여'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이 책은, 레드넥들의 땅에서 나고 자란 가난한 집안 여성인 저자가 비출산을 결심하며 집안의 내력과도 같은 빈곤의 고리를 끊고 자기 세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국 사회의 정치경제적인 변화와 함께 끝없이 몰락하는 가족의 미시사에 백인 빈곤층이라는 가려진 계급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렇게만 말하면 딱딱하게 느껴지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제도적인 언어나 건조한 뉴스에 갇혀 있는 우리 중 일부의 현실이 쉽게 이해되는 책.

이 책과 같이 언급되는 책 중 <쫓겨난 사람들>은 읽다 말았고, <제인스빌 이야기>는 안 읽었고... <힐빌리의 노래>는 재밌게 읽었지만 이 책이 더 정이 간다. 여성 저자가 '가난한 여성의 몸'에 대해서 얘기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듯...

겨우 2장까지 읽었지만 올해 최고의 책일 것 같다.
(로빈 월 키머러가 최고일 줄 알았는데!)
<사당동 더하기 33>이 계속 떠오르고,
에피소드마다 온갖 영화가 다 생각나는 책.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가난하고, 그리고 여자로 태어났지. 이것만 해도 이 세상에서 우리 몸은 투 스트라이크를 당한 거야. 게다가 엄마는 남자들이 소유하고 싶어하는 외모를 가졌고, 나는 원하지 않은 아이였으니, 안 그래도 위험한 세상에서 흔들리던 우리가 각각 원 스트라이크씩을 더 먹었지. 하지만 엄마는 자기가 쓰레기가 아니란 걸 알았어. 자기 딸도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도.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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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진짜 아이들
조 월튼 지음, 이주혜 옮김 / 아작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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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학생이 되면 우릴 생각해줘요." 스탠이 말했다. "우리도 학생을 생각할게. 그리고 마틴이 돌아오면 네 녀석이 멀리 떠나 있는 사이 어떤 소녀가 네 침대에서 자고 갔노라고 말해주겠어." - P47

세상은 정말이지 아름다우면서도 망가지기 쉬웠다. 이런 식으로 세상을 위험에 빠뜨리다니, 용납할 수가 없었다. - P160

마크는 요즘 늦도록 일하는 날이 잦았는데 트리샤로서는 미리 알려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녀는 어쩌다 관계가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며 걸어나가는 마크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상대를 불친절하게 대하고 가능하면 피해 다니는, 익숙하지만 냉소적인 타인이었다. 한때 그녀는 그를 사랑했었다. 그랬었다는 걸 안다. 이제 그녀는 아이들과 어머니를 사랑했고 마크는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방법을 아는 장애물에 불과했다. - P173

"네 경력을 위해서잖아" 팻이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니고 사실은 느릅나무 때문이야." 비가 말했다. "웃긴 말이라는 거 알아. 하지만 정말로 그래. 할 수 있는 한 느릅나무를 구하고 싶어." - P225

"좋아하는 일을 찾기 전에는 이 세상이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니퍼가 말했다. "IRA한테 납치를 당하지도 않고 길을 건너다가 자동차에 치이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
팻은 제니퍼를 끌어안고 등을 다독여 주었다.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일들이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야 해.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에 맞서 대응하고 다시 열정을 따르며 살 방법을 찾아내야겠지. 마마처럼 말이야." - P296

"아직도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니? 아니면 돈이 필요해? 비가 물었다.
"돈이 조금 필요해요. 하지만 갚을게요."
"앞을 향해 갚으렴." 비가 말했다. "나중에 아기가 생기면 그 아이가 열정을 따를 수 있도록 돈을 줘. 아니면 아는 친구 중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 P345

"... 우리가 살 수 있는 행성은 오직 하나 뿐이고 이곳은 이토록 깨지기 쉬운데 우린 핵무기를 떨어뜨리고 석유를 태우면서 계속 이 행성을 망쳐온 거야. 그래서 화가 나. 너의 병에 화가 난 게 아니야."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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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은 것을 이루고도 어쩜 저렇게 하나도 안 변했지? 당신은 궁금해할 것이다. 이룬 게 거의 없는데도 어쩜 난 이렇게 시계초침처럼 달라졌지? 어째서 너에겐 항상성이 허용되니 걸까, 변함없는 찰리 그린? 어째서 나는 변화무쌍한 아비바 그로스먼일까? 333

당신은 외할머니의 옷방에서 보낸 즐거운 오후를 기억한다. "가진 게 없을 때는, 나의 아비바,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워야지. 가진 게 많을 때는, 언젠가 빈털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지." 외할머니는 말씀하시곤 했다. "무언가를 귀하게 여긴다는 건, 사랑한다는 거야." 375

"어떻게 그 스캔들을 극복했어?"
그녀가 말했다. "수치스러워하기를 거부했어."
"어떻게?" 당신이 물었다.
"사람들이 덤벼들어도 난 가던 길을 계속 갔지."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가슴을 활짝 편다. 정장 재킷의 단추를 여민다. 머리칼을 단정히 쓸어넘긴다.
당신은 투표지에서 당신의 이름을 찾고, 선택한다.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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