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니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난 '奇'가 일본 문화에서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숨은 맛이라고 생각해요. 일그러진 것, 기분 나쁘고 섬뜩한 것을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감상하는 거예요. 아아, 기분 나빠, 불쾌해 하고 눈길을 돌리지 않고, 냉정하게 관찰하고 미의 하나로서 즐겨요. 재미있어해요. 흥미로운 심리죠. '기'라는 글자에는 괴이하다, 흔치 않다는 뜻이 있지만, 난 이 글자에서 그로테스크한 유머가 느껴지더군요. 자학적인 해학, 너무나도 싸늘하고 무관심한 시선 같은 것이. (24)

사실은 어떤 한 방향에서 본 주관에 불과합니다. (82)

어떤  부조리한 일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모두 이유를 구하게 마련이다. 커다란 음모, 사악한 계략. 약하디약한 우리들은 그런 것을 지어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자기들보다 훨씬 뛰어난 존재에게 설명을 구하고 책임을 전가하려 든다. (380)

(사건 이후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관계자들을 만나 다양한 시점의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완성된 소설이라는 점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와 비슷한 구성. 물론 약간 다르긴 하다. 이 작품은 어린 시절 겪은 끔찍한 사고에 대해 한 여대생이 책을 낸 한참 후, 그 여대생 남동생의 친구가 다시 관련자들을 만나면서 취재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어투도, 인터뷰어에게 대답하는 인터뷰이의 그것이다. 하지만 내내 그런 형식은 아니고 장을 바꿔갈 때마다 시점이 바뀌기도 하는데, 그것이 명백히 구별된다기 보다는, 약간 높이 약간 아래 약간 오른쪽 약간 왼쪽에서 보는 것처럼 - 사실 약간 뒷편 오른쪽의 중간 아래, 뭐 이런 느낌이랄까 - 미묘하게 겹쳐있으되 틀어져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게 이 소설이 풍기는 묘한 매력인 듯.
책 표지를 보고 '유지니아'가 예쁜 소녀의 이름일까, 했다가..
책을 다 읽은 지금, 그게 아니라는 걸 알긴 알겠는데 그렇다고 명백히 부정할 수는 없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난 '妙(묘할 묘)'가 온다 리쿠의 소설에서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숨은 맛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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