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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 - 서울 하늘 아래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송기정 옮김 / 서울셀렉션 / 2017년 12월
평점 :
프랑스 작가가 표현한 '서울 속 이야기' 처음 이 소설을 접했을때는 "과연 외국인이 대한민국
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수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소
설은 대한민국의 이야기였다. 한국인인 '나'스스로가 읽고,공감하고, 감동까지 했으니 두 말
이 필요없지 않은가? 실제로 '나' 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빛나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 그리
고 그녀가 표현한 삶과 이야기에서 많은 공감대를 발견하게 된다.
'빛나' 소설 속의 그녀는 많은 부조리를 감내한다. 자신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고모와 '열정
페이'로 빛나를 착취하는 대학 교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빛나의 존재는 오늘날 힘든 삶을
감내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현실과는 다르게 빛나는 운이 좋을
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소위 '살로메'라고 불리우는 여성에게 고용되어, 그녀의 이야기 상대
가 된다. 살로메는 중병을 앓고 있기에 거동이 자유롭지 못할 뿐 만이 아니라, 점점 생명
력을 잃어가는 '시한부'의 인생을 사는 여인이다. 허나 그녀는 빛나를 '언니'라 부르며 따르
고, 빛나가 필사적을 쥐어짠 '가상의 이야기'를 믿는 순진함을 보여줄 뿐만이 아니라, 그 대가
로 빛나가 '서울에서 혼자 살아갈' 비용을 기꺼이 치른다.
생각해 보면 빛나에게 있어서, 살로메는 은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살로메가 '자주 와 달
라' 애원하고, 심지어 사람을 써서영향을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빛나는 살로메의 요구를 무조
건으로 따를 의사가 없다. 과연 빛나가 살로메에게 소원한 이유는무엇일까? 소설에선 그 이
유까지는 드러나지 않지만, 아마도 죽음을 앞둔 존재에 대한 꺼림직함이나, 저항감이 큰 이유
가 아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허나 결국 그 둘은 만나게 되어 있다. 어찌되었든 그녀는 (나름) 고용된 몸이 아닌가? 그렇기
에 그녀는 살로메를 위하여 어김없이 거짓과 사실을 뒤섞은 '기묘한 이야기'를 풀어 놓다.
그렇다! 결과적으로 빛나는 살로메에게 '살아있을 이유'를부여한다. 그것이 '아라비안 나이
트든' '마지막 잎새'이든 그 유사성은 따지지 말자, 중요한 것은 빛나가 표현하는 그 이야
기 보따리에, 한 프랑스인이 이해한 '대한민국의 모습' 그 모든것이 표현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실제로 빛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비둘기를 키우는 노인, 흔적없이 사라진 살인마, 외로워진
가수, 보이지 않는 용과 같은 수 많은 존재는 생각하기에 따라 한국의 과거와 오늘을 상징
한다. 점점 더 각박해지는 삶, 소원해지는 이웃간의 인연, 분단된 현실에서 드러나는 이산가족
의 아픔과 괴로움... 이렇게 빛나는 '삶'에 대하여 미숙한 살로메에게 이야기로 나마 '인생'이라
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 살로메가 마지막 숨을 내쉬는 그날까지 빛나
는 그야말로 그녀의 작디작은 빛이 되어 주었다. 이에 그것은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자비? 의무? 연민?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情 정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