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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미소
줄리앙 아란다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2월
평점 :
사람의 인생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다. 예를 들어 태양처럼 모두의 선망과 아름다움을 독
점하며 살아온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달처럼 작지만 아름다운 형태를 유지하며 누군가의 마
음속에 남은 사람도 있을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 하는 것은 물론
나 자신의 의지와 능력도 중요하지만, 마주하는 상대와 그 환경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환경과 사람의 인연을 부각시키면서, 이것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
러한 (인생의) 아름다움도 있다. 라는 하나의 예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여진다.
소설 속의 '폴' 은 한명의 인간으로서 태어나, 시대라는 환경과 운명 이라는 자신의 몫을 감내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허나 그 시대와 운명이라는 것은 폴에게 있어 결코 우
호적이진 못했다. 자식을 그저 '일꾼'으로 치부한 아버지, 그리고 고향 뿐 만이 아니라 프랑스
라는 국가를 위기에 빠뜨린 전쟁의 그림자는 분명히 감수성이 풍부한 폴에게 있어서 상상 이상
의 고통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것들은 '폴'을 형성하는데 있어 절대적인 영향력
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잔인한 아버지가 있었기에, 자비로운 어머니의 사랑을 알았고, 전쟁에
서 만난 한 독일장교의 부탁이 있었기에, 그는 정해진 운명을 뛰어넘어 자신이 추구하는 자유
와 선택의 감미로움을 실감하게 된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세상 속에서, 안정된 삶을 떠나, 자유를 추구한다는 것은 어떤 것
일까? 이에 폴은 다양한 사람들 만나고, 도움을 주고, 메시지를 남기면서, 점점 나이를 먹어가
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드넓은 땅에 씨를 흩뿌리듯이 선행과 선택의 흔적을 남긴 폴,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폴에게 있어 가장 의미있는 기적이란 형태로 다시 찾아오게 하는
밑거름이 되어준다. 허나 그 기적을 마주하게 되었을때 주인공은 이미 인생의 황혼을 맞이
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렇기에 기적은 반대로 과거 폴이 살아온 인생의 이미지를 그대로 떠올
리게 하는데, 물론 주인공 또한 그것을 마주하며, 스스로의 감동과 추억을 곱씹었겠지만, 독자
로서 가장 감동했던 것은 폴과 그 가족들이 모두 그 결과에 동참하여 폴을 축복했다는 것에 있
다.
이와같이 소설은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추구하고 또 가지고 싶어하는 것을 드러낸다. 훌륭한
삶을 살았던 폴을 보면서, 그를 자랑스러워한 딸과 손녀, 그를 기억하는 친구... 그것은 오랜세
월을 거치며 만들어낸 '모두의 사랑' 의 결실이다. 인간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불로불사 같은 터무니없는 욕망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에서, 모두의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
는 인생은 그야말로 모두가 바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 '국제시장'같은 영화가 사랑받았
던 것이 아닐까? 모두들 삶을 살면서 잃어버린다 하지만, 이 책처럼 결코 잃어버리지 않는 '
가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