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에 대한 의심으로 시작되는 소설, 그리고 딱 잘라 무엇이라고 정리하기 어려운 괴상한 책.
허나 일본 추리소설의 최고로 인정받는 그 명성에 걸맞게, 독서후 마주한 감상은 정말로 충만했다.
어느 정신병원에서 깨어난 주인공. 그가 처음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나는 누구인가' 하는 가장 단순
하고도 철학적인 물음이다. 더불어 저자는 이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상식에 대하여,
의문과 혼란의 씨앗을 심고있기도 하다. 내가 누구인지조자 모르는 인물앞에, 불쑥 나타나 여럿 가능
성을 열거하는 정신과 의사. 그렇기에 의사가 내비치는 가능성을 어디부터 어디까지 신용하고 믿어
야 하는가? 하는 그 선택을 강요당하는 주인공은, 평소라면 접하지 않아도 되는 많은 자료들과 사례들
을 보면서 한층 더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마주하여야 하는 선택지는 두가지다. 하나는 여러 자료들이 가리키는 그대로 '
나 자신은 살인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것. 다른 하나는 의사가 제시하는 해답을 신용하여 그가 펼쳐
놓은 미래의 길을 걸어 나아가는 것이다. 이때 과연 주인공은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이처
럼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재미는 그 선택으로 향하는 중간점과 결과를 마주하는 것이다. 소설에서 보
여지는 수많은 엽기적이고 불편한 많은 이야기들, 그리고 언듯 접하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기괴한 이
야기까지. 소개글에 드러난 그대로, 독자스스로가 이 책을 모두 흡수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독자
는 분명히 정신이상에 걸릴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반대로 전체적인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기도 하다. 그 예로 의사는 개인이 절대로 인정하지
못할 가설을 게시하며 주인공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과거 어떤이가 만들어낸 '가장 엽기적이고 잔인
한 범죄'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우생학적 개념의 등장과 그것을 이유로 주인공에게 제시된 면죄
부 그리고 그 미래... "죄는 결고 그만의 탓이 아니다" 이에 대하여,그려지는 주인공의 이야기만으로
도, 이 소설의 전체적인 내용 대부분이 파악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에 드러나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독자는 참아내야 한다. 그 해답에 이르기까지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이 나타낸, 불편
한 많은 가설들을 참아내고, 인내하여 그 결과에 이르러야 한다. '바로 그것이 쉽지 않다.' 아니 어
느 누구가 쉽게 이해 할 수 있을까? 소설 속 모두가 제정신이 아닌 존재들인데, 그것이 이해가 된다면
나 자신도 미친사람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