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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트
로버트 레피노 지음, 권도희 옮김 / 제우미디어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과거 로마제국은 지중해를 '우리의 바다' 라고 칭했다. 지속적인 군사적 확장을 통해 유럽전
역을 자신의 문명권으로 흡수한 제국... 때문에 그 지칭은 그 자긍심을 표출하는 최고의 자화자
찬이였겠지만, 오늘날을 살아가는 '나'에게 있어선 왠지 오만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 그다지 좋
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허나 조금 더 시야를 넓히면 나 역시 '우리의 지구'라는 오만함을 당
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인간이다. 두발로 걷고, 생각하고, 각각의 사물을 쓰임새있게 사용
하는 능력을 지닌 존재. 때문에 스스로 '생태계의 정점에 올랐다' 주장하는 인류는 실질적으
로 지구의 모든것을 사유화 하는데 성공한다.
물론 오늘날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할' 다른 동물들은 없다. 몇몇의 공상과학소설이 묘사하
는 '괴물' 같은 것은 어디까지나 상상의 산물이며, 정작 두려워 해야 할 것은 각종 병원균이나,
미생물을 옮기는 작디 작은 동물들이나, 곤충들의 존재이다. 물론 인류는 이 모든것을 극복 할
수 있다 자만하지만, 저자는 이에 흔한 '괴물'의 존재에 의지하지 않은 새로운 계층을 통
해 그 오만에 대하여 강력한 일침을 날리는데 성공한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소설의 재미는 '모트'라 칭하는 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접하는 것 보다
는 '능력을 가지게 된' 동물들이일으키는 각각의 사건을 접하는 것이라 본다. 현실과 별반 다
를 것이 없는 세상... 그러나 사고(思考)하는 능력을 가진 여왕의 목적에 의하여 세상의 모든 동
물들이 변화의 길을 걷게되는데, 바로 그 변화가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
어버린다.
그 변화란 바로 '동물의 인간화'다. 심지어 생각하고, 말하고, 두발로 걷고, 손을 마음대로 사
용할 수 있게된 동물들은 곧바로 인간을 최고의 적으로 여기고 공격하기 까지에 이른다. 우
리 속에서 가두어져 식용으로 길러지던 동물, 투견과 같은 인간들의 오락거리로 거두어지고 길
러지던 동물, 사고팔기 위하여 번식용으로 길러지던 동물, 자연이 아닌 인간에 의해 기계화된
거리에서 살기위해 몸부림치던 길거리 동물들에 이르기까지... 이들 모두에게 있어 인간이란
한 없이 증오해야 할 존재일 뿐이다.
그렇게 인간은 짐승의 위치로 되돌아 갔다. 사냥당하고, 식용이되고, 자신들의 도시에서 밀려
나 여왕의 지식탐구에 이용되는 존재로의 퇴보. 이때까지 모트도 인간화가 되어버린 동물로
서 인간을 죽였다. 증오스러운 인간, 자신들을 노예화한 인간! 그러나 그러한 인간을 대신하
여 동물들의 세계가 구축되어가는 그 시점에 이르자, 모트의 눈에 들어온 세상은 반대로 동물
들 스스로가 이 점차 '인간'의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였다. 이에 저자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
에서 방황하는 모트의 모습을 그린다. 그저 사랑했지만, 헤어지게 된 여인을 되찿고 싶다는
동물적인 본능으로 살아온 모트에게 능력이 부여됨으로서, 어느덧 동물세계 일원으로서의 책
임과 의무가 생겨난다.
군대에 들어가 '전설의 존재'가 된 모트, 여왕이 부여한 기회를 '은혜'로 여겨 죽도록 충성하는
동물들, 반대로 사고하는 능력을 발판삼아 진정한 '독립'의 실을 걸으려는 동물들과 생존을 위
해 몸부림 치는 인류까지. 이 소설은 바로 그 혼란스러운 세상을 무엇보다 잘 묘사한 작품으로
서 나의 기억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