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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 정치의 죽음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8월
평점 :
고등학생시절 전교회장 선거가 있었다. 최종투표를 앞두고 2명의 후보자가 마지막 연설을 했
는데, 한명은 상식적이면서도 모범적인 연설로 교직원들의 박수를 받은 반면, 다른 한명은 마
치 시장터에 등장한 광대(아니면 엿장수?) 처럼 실실대며 "급식에서 항상 돈까스가 나오게 하
겠다." "매점에 보다 다양한 음식을 진열하겠다..." "회장되면 한턱 쏜다!" 같은 실현시키기 힘
든 공약을 쏟아내며, 농담반 진담반 회장자릴 구걸했다.
과연 전교회장의 자리는 누구에게 돌아갔을까? 놀랍게도 학생들은 두번째 후보자를 회장으로
뽑았다. 그러나 '당연하게도'그 후 급식은 물론, 한턱에 이르기까지 회장의 공약은 단 한개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회장이나 학생 모두 앞으로의 학생 생활에 있어 특별한 접접없이 (서
로의)졸업을 맞이하게 된다.
그야말로 순간의 이벤트로 끝난 '선거' 그러나 내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당시 학생들
대부분이 '그의 말에는 실현성이 없다.' 라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많은 학생들은 '성실보다는 불성실을' '상식보다는 비상식을' '이상보다는 순간적인
선동'에 더욱더 친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째서? 물론 그것에는 3년이면 끝날 학교에
그다지 애정이 없었던 탓도 있을 것이고, 단순히 모범에 대한 반발심을 투표로 표현했을 가능
성도 있다. 물론 나 또한 그때의 순간 이후 그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오랜세월이 지난 '오늘날' 다시 한번 그때와 같은 현상이 나의 눈앞에 드러난다. 그것도 한
낮 학교나, 동대표 선거가 아닌 '미국의 대선에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그는 정말로 정의하기 힘든 인물이다. 물론 일부 언론을 통한 모습으로 판단
한 트럼프는 막말을 시작으로 비상식으로 끝을 보는 인물로 그려지며, 특히 그들 반대하는 이
들의 주장을 분석하면 '상식없는' '교양없는' '무식한' 등으로 그가 '정치인' '미국의 대표' 로
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수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기에 한국도 '처음엔' 트럼프 라
는 인물을 미국의 허00 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그가 '공화당'의 대세가 될 줄 누가 알
았겠는가?
정말로 미국인들은 멕시코장벽, 보호무역, 이슬람탄압, "위대한 미국" 을 외치는 그의 말에 열
광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이 책의 저자는 트럼프의 과거를 통해서 트럼프의 오늘을 진단
함은 물론, 오늘날 미국에 형태를 드러내고 있는 '트럼프 현상'의 참된 이유를 분석하
고자 했다.
이에 드러난 저자의 주장, 역시나... 트럼프현상은 그때의 우리의 모습이였다. 겉으로는 교양
있게, 상식있는 척하지만, 지금까지 실망만을 안겨준 미국의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감, '세계
를 위한 미국'에서 '미국을 위한 미국'이라는 구호에 열광하기 시작한 상식의 변화, 점점 트럼
프를 '오늘날 미국의 빈칸을 체워줄 인물'로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의 심정... 이것들이 트럼
프라는 구심점으로 모여들어, 거대한 지지도를 형성한다.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유형... 아
니 일부 사람들은 파시즘의 부활이라 주장하지만, 저자는 현대 미디어가 만들어낸 '익숙
한 인물'이 바로 트럼프 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책은 어디까지나, 여러팩트가 모여 형성된 저자의 주관된 정의이기 때문에, 독자'로
서 그 내용에 완전히 의지한다는 것은 나름 조심스러워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주관없
이 무분별하게 '정보'를 받아들인 결과는 언제나 '잘못'을 범하게 되어 있는 법이다. 그렇기
에 나는 개인적으로 트럼프라는 인물을 마주하기 위해서 나름의 주관을 가진다. 그는 분명 유
능하다. 그리고 남들보다 뛰어난 야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실현할 의지 또한 뚜렷한 인물
로 그려진다. 그러나 반대로 나는 그가 정치인이자, 대통령이라는 명함까지 지니는 욕심은
부디 거두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품고있다. 성공한 부동산 기업가, 유명한 버라이어티 기
획가, 베스트셀러 작가, 멘토, 카사노바?... 그가 "위대한 미국"을 위해서 헌신할 다른 길은 얼
마든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