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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 7대 조선 가마 편 ㅣ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의 상식에 있어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중에 일어난 '조선 백성의 납치 노예화"는 그 시대
일본군의 가장 악독한 처사로 이해되고 있다. 그 중 특별한 기술을 지닌 자, 특히 도자기를 굽
는 '도공'들의 납치는 결과적으로 한반도(조선)의 예술,기술적 가능성을 강탈한 것, 그리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일본이 세계적인 도자기 산업을 부흥시킨 사실들을 근거로, 상당한 갈등과 마
찰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데, 실제로 나는 이러한 주제를 문학적주제로 사용한 소설 '백파선'과
같은 작품을 접하기도 했고,또 그 사건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단순한) 민족의 일
원으로 많은 안타까움과 분노의 감정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그것으로 끝이였다. 더욱이 이 책을 접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그 끝에서
더 나아가, 조금더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한 나의 호기심 덕분이기도 하였다.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 그리고 일본에서 어떠한 도자기가 구워지게 되었는가? 일본
의 지배층들은 그들에게 어떠한 도자기를 주문하였는가? 그리고 그 도자기들은 어떠한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그들의 생활에 있어서,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는가?
이처럼 이 많은 물음에 대하여 모든 해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물
음에 나름대로의 해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만족감을 제공했다. 이 책은 단순히 일본
으로 여행을 가, 그곳의 특산물을 보고, 만지고, 느낀 기행문이아니다. 이 책의 밑바탕에는 '일
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의 한'이 서려있는 것이다. 저자는 표현한다. 일본에서 도기를 굽고, 자
식을 낳고, 기술을 전수해도 그들이 바란 조선의 고향땅에 대한 미련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
다. 라고 말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아리타 도자기나, 지금까지도 명맥를 이어가고 있는 명망높은 도
공들의 집안, 그리고 일본특유의 정서상 '신'으로 받들어 모셔지고 있는 조선 도공의 단편적인
면면을 보면, 그들은 비교적 상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는 그 대우
의 이면에 숨겨진 '계산"에 있어서도 특유의 냉정한 평가를 잊지 않는다. 저자에게 있어서,
그 때의역사는 치욕을 넘어, 한탄스러운 것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도자기문화를 빼앗긴데
대한 분노가 아니다. 그들은 애써 빼앗고 강탈한 문화의 일부를 부흥시킨 이후 그 수혜를 침
략의 야욕을 위해 사용했다. 서양에서 인기를 얻은 도자기와 면사... 이 수출품을 바탕으로 일
본은 새롭게 메이지 시대를 열었고, 군비를 확충했으며, 그 총칼을 다시 조선으로 돌렸다.
조선,한반도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역사이다. 때문에 저
자는 일본에서 도자기를 보고,그 도자기에서 조선의 DNA를 발견하려 노력한다. 그 아름다움
속에 감추어진 한,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일본의 것'으로 독차지하려는 오늘날 일본의 모습...
과연 독자인 '나'는 그 아름다움을 보고 어떠한 마음을 품어야 하는가? 솔직히 비단 단순히 외
형에 빠져드는 어리석음은 범하진 않을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