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수사학을 가르치던 교수님은 늘 '추리소설' 을 읽기를 권장하셨다. 그분은 언제나
한국에는 탐정이라는 직종이 인정받지는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워 했고, 또 다른 한편으론 어
른으로서, 또 자신이 추구하는 직장에서 얼마든지 발휘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데 있어
서, "자신은 추리소설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말하고는 했다.
그렇다. 추리소설 속에 녹아있는 장점, 그것은 관찰력과 직감력 그리고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사고력의 강화이다. 그러나 고전을 뛰어넘어 오늘날 '현역' 으로서 사랑받는 저자들이 속속
세상에 내놓는 오늘날의 '범죄' '추리' 즉 '하드보일드'는 과거의 가치를 뛰어넘는 또 하나의 문
제를 독자들에게 내놓는다. 그것은 인간 본질의 문제, 그리고 사람의 내면 속에 잠들어 있
는 짐승 이하의 본능에 대한 의문이다.
실제로 오늘날 문제가 되는 범죄의 형태는 잔혹하고 또 그 원인을 밝혀내는데 있어서, 많은 문
제점을 드러낸다. 일명 '사이코패스' 그리고 '묻지마 범죄' 에 대한 위험성은 오늘날의 과학
과 논리로도 명확한 설명과 예방에 많은 난점이 드러난다. 때문에 오늘날의 사람들은 '사람
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 대해서 다시 한번 물음을 던진다. '사람은 본래 선하다' 사
람은 본래 악하다' 라는 성(선.악)설의 의문은 물론, 무엇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가? 사회인가?
아니면 개인의 문제인가? 유전자인가? 하는 다양한 방면에 대해서 접근하고 또 그것에 대한
해답을 갈구한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많은 범죄와 사람에 대한 의문을 주제로 한 이 소설들 또한
그 각각의 작품마다 다양하고도 창조적인 접근법을 드러낸다. 일본의 추리소설, 북유럽의 범
죄소설, 북미의 음모론을 다룬 소설 등등... 이렇게 그들은 인간이 지닌 어둠과 폭력을 갈구
하는 병든 사람들에 대한 여러가지 의미를 드러냄은 물론, 그것을 이용해서 가장 잔혹하고도
공감되는 창의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이 책은 오늘날 잘 나가는 '범죄 소설'을 소개하는 서평북이다. 때문에 나도 이 책에 수록된
소설 중 일부정도는 실제로 읽어보았고, 또 내용 뿐만이 아니라, 그 작가의 작풍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 소설들이 표현하는 것은 엽기적이고 또 폭력적인 내면의 추악함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싶다. 책 속에 등장하는 가치들은 사람을 죽이며 쾌감을 얻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배제하며, 때론 사회의 정의를 세우려는 형사나 탐정, 그리고 범죄자가 대립하고
자신들의 '이상' 를 지닌체 대결하는 이 세상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의 이야기들이다. (그러
나 사람은 떄론 그 어둠에 매료되는 이상한 존재이기도 하다.)
이처럼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책을 읽으며, "사람들은 남을 제거하는데 있어서, 죄책감을 뛰
어넘는 쾌락을 느끼기도 할까?""사람이 범죄자가 되기 위해선 과연 어떠한 것이 그 원인이 되
는가?" 하는 다양한 의문을 가졌다. 과거 고전을 읽었을 때와는 다르게, 오늘날의 세상은 단
순한 '권선징악' 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것은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일까? 아니면 내가 이제와서, 본래 세상의 모습을 직면하게 된 것일까? 아니면 이 세상
에 이만큼이나 타락한 것일까? 나는 한번 그것에 대한 물음을 이 책의 저자들에게 던져보고
싶다. 그리고 한번 그 해답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 를 접하고 또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