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아버지가 탈옥한 이야기 - 중국 문화대혁명을 헤처온 한 남자의 일생
옌거링 지음, 김남희 옮김 / 51BOOKS(오일북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대지같은 여인' 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인 '완위'의 이미지를 그렇게 그린다.   솔직히 그

녀는 미련하다, 그리고 한결같이 남편을 위한 헌신의 삶을 살았다.    물론 오늘날의 사고방식

에 있어서, 그녀의 삶은 그저 희생에 불과 할지도 모르겠지만,그래도 과거 어머니들의 삶이 이

러했다는 어련한 기억과, 이미지는 그러한 미련이 도리어 아름답고 또 숭고해 보이기까지 하

는 일종의 '콩깍지' 가 되어, 도리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그것을 감동으로 이해시키는 기

묘한 마법을 부린다.

 

본래 이 책의 제목처럼 모든 주제는 '완위' 가 아니라, 남편이자, 주인공인 '루옌스'를 중심으

로 흘러간다.   그는 과거 청나라 때부터 부호였던 루씨가문의 도련님으로서, 부족함 없는 삶

을 살았고, 또 보기 드물게 미국유학을 통해서 준교수 자격을 취득해 교육자이자 학자로서, 또

사회의 엘리트로서의 자긍심을 지닌 인물이자, 얼굴조차 미남인 가장 매력적인 등장인물로 인

식 되기 충분하다.   그러나 그는 전통적 사상에 의해서 지워진 가문과 어머니에 대한 의무감,

또 최초의 사랑없이 결혼한 완위에 대한 무심함에 질려 유학 (사실상 미국으로 도망가) 자유로

운 삶을 영유한다.

 

그야말로 루옌스는 사랑하는 여자, 하고싶은 공부, 누리고픈 자유 모두를 누리는 신 시대의 인

물이였다.   그러나 그가 돌아온 중국의 역사적 혼란와 격변기는 그러한 루옌스의 행보를 '철없

고 무책임한 도련님' 의 그것으로 낙인찍는 가장 잔인한 운명을 부여하게 된다.   한때 애지중

지 귀하신 아들로 떠받들던 어머니조차 훗날 그를 '백면서생' 이라 부르며 한탄했던 것처럼, 그

는 자신의 학문에 박식한 서생이였을 뿐,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주변머리는 부족한

인물이였던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지식에 대한 자존심을 지킨 결과,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반동분자' 가 되어 버

렸다.   미국의 자유, 학문의 정의,그러나 지금껏 쌓아온 그 가치관도 무색할 정도로, 세상의 상

식이 통하지 않게 된 중국의 (문화 대혁명)소용돌이에 희생된 루옌스.  때문에 소설전반에 그려

진 그의 수용소 생활은 그야말로 배고픔과 추위, 그리고 죽음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두려움이

지배하는 지옥과도 같다.     그래서일까?  결국 모든것을 잃어버린 루옌스는 과거의 자신이라

면 그다지 눈여겨 보지 않았을 가족이라는 가치관에 매달리는 연약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아내, 아들, 딸 그리고 손녀... 그렇게 핏줄에 이끌린 그는 한때 탈옥도 서슴치 않는 용

기를 내면서, 과거와는 다른 또 다른 루옌스, 즉 현실의 냉혹함에 길들여진 루옌스로서의 달라

진 모습을 독자에게 드러낸다.    그리고 나중에 그가 죽거나 자유를 찾게 된다면... 그는 한때

무심했던 아내 완위에게 사죄하고, 또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 그 나름대로의 속죄와 헌신을 할

생각을 한다. 

 

그러나 훗날 자유를 얻은 루옌스 앞에선 완위는 그야말로 과거의 완위가 아니였다.   한때 반동

분자라 불리우며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던 아들과 다른 가족들도 어느덧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

들였는데... 완위는 보이지 않는 과거의 틀에 갇혀 오늘날의 루옌스를 인식하지 못한다.   때문

에 점점 소설의 막장에 이르면 과거와는 다르게, 완위를 향한 루옌스의 헌신이 보다 두드러지

는 내용이 많이 보여지게 된다.   한때 못난 자신을 위해서 헌신한 아내를 향한 그의 나름의 

속죄... 그렇게 루옌스는 다시 완위 머릿속의 완전한 루옌스가 되기 위한 헌신의 족쇄를 그 스

스로 채운다.    기적과 사랑이라는 그 가치관을 믿고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