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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아파트
엘렌 그레미용 지음, 장소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은 나라, 그리고 민족에게 있어서 가장 비참한 기억을 불러 일으킨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사람들은 '국가의 문제점'을 군부의 단순성과 추진력으로 극복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국 군부는 자신들의 독재를 위해서, 여러 로비를 벌이고, 또
필요하다 생각하면 비밀경찰이나, 군대의 힘을 빌어 '인권탄압'을 주도, 국민들의 권리를 짖밟
는 행위를 반복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1982년 그런 아르헨티나도 결국 민주화를 진행시켰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과거의 지배세력
이였던 군부와 협상을 통해 1989년 소위 사면법을 공표함으로서, 결국 민주화의 의무이기도
한 '과거의 청산'을 이루지 못하였는데, 이런 피해자, 가해자 모두를 하나로 묶어버린 이 비상
식적인 법은 결국, 국가의 횡포에 의해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한'을 호소할 최소한
의 수단까지 모두 막아버림으로서,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각각 하나의 감정 '
분노'의 씨앗을 남기게 했다.(최근 2005년 위헌판결로 인하여, 작게나마 역사의 청산작업이 이
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이 소설에도 표현하였지만, 아르헨티나에는 정신과 의사들이 많고, 또 정신과
를 찾는 환자들도 많은 편이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 이처럼 정신을 공유하고 치유하
는 관계와 행위속에서, 저자는 하나의 미스터리적 사건을 집어넣어, 그들이 자신의 내
면 뿐만이 아니라, 무엇때문에 병으로 고통을 받는가? 하는 그 본질에 대한 메시지를
담는다.
소설의 주인공이기도 한 비토리오는 정신과 의사이며, 또 그의 환자이자 사건해결의 중심에
선 여성 '에바 마리아'또한 그 와의 정신상담을 진심으로 필요로 하는 환자로서, 살인누명을
쓴 비토리오를 구하기 위해, 그녀 나름대로 수사활동을 개시한다. '아내의 죽음' 이러한 사실
아래, 먼저 비토리오와 마리아는 그녀를 죽일만한 '범인'을 추려내기 위해서, 비토리오와 만난
환자, 즉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는 정신질환자의 면면을 들여다 본다.
환자와의 대화를 담은 테이프 속에서 드러난 많은 아픔, 콤플렉스, 자신감 결여, 우울증... 이
렇게 정신적으로 약해진 환자들 속에서, 그들은 아르헨티나의 비극이 낳은 '괴물'의 존재를
본다. 누가 아내를 죽였는가? 전직 비밀경찰? 군인? 혹시 과거 사람들을 고문하고, 죽인 스
트레스와 욕망이 아름다운 아내앞에서 드러나게 된 것일까? 아니면 정부에 의해서 가족을 잃
은 환자 중 누군가가 어떤 히스테리를 일으킨 것인가? 아니면 아내가 어떠한 사건에 휘말린 것
인가? 불륜? 강도? 아니면 자살? 이렇게 한 여인의 죽음은 무수한 의심과 의문을 불러 일으킨
다.
그러나 결론은 사뭇 허무 할 수도 있는 것이였다. 그러나 그 도중에 그러난 그들의 '의심'
속에 드러난 아르헨티나의 과거는 그 허무를 떠나, 많은 생각거리를 가져다 준다. 사
면법으로 인해서, 과거 많은 사람을 죽인 사람과, 죽임을 당한 사람이 강제적으로 공존하게 되
었고, 또 그들은 보이지 않는 증오와, 모순 속에서 살게 되었다. 아무도 과거의 책임을 지지않
게 된 나라, 모든 사람이 면죄부를 받은 그 사회속에서, 아르헨티나는 거리를 걸으면, 과
거 정치범 형무소에서 고문을 당한 피해자와, 고문을 가한 고문관이 서로 만날수도 있는 사회
가 되어 버렸다. 과연 그러한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인가? 사람이 미쳐 버린 사람들의 집합
소, 이렇듯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결국 아르헨티나의 정의가 죽은 사건의 축소판
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