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작가의 옮김 1
에두아르 르베 지음, 정영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만약에 내가 이 책을 출판하게 된 편집자였다면, 아마도 원고를 읽자마자 저자에게 달려갔을

것이다.   "돈 벌어먹기 그리 쉬운 줄 아쇼!" 라는 외침은 덤으로 퍼부어주고 말이다.    이처럼

이 소설은 나에게 있어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범위에 속하는 난해함을 지닌다.   그러나 내가

어려워 하는 것은 소설의 본문이 몽환적이거나, 아니면 심적표사가 많거나 하는 문법상의 어

려움이 아니라, '도데체 이 내용을 통해서 저자는 무얼 표현하고 싶은거지?' 하는 그 사람의 목

적 그 자체에 있는 것이다.

 

옮긴이는 저자인 '아두아르 르베'를 천재라 소개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저자란 나름 프

랑스의 조형예술가이자, 사진작가로서 유명한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의 검색엔

진을 통해 검색하여 보았다) 그다지 주목받는 인물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인물...  그

리고 종종 예술가들이 그러하듯 자살이라는 강제적이고, 자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한 사람의

괴짜? 라는 애매한 인식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결국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저자를 잘 알게 되었다.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일상을 어

떻게 보냈는지, 휴일에는 무엇을 하였었는지, 가족과는 어떠한 추억을 만들었는지, 종종 자신

을 집어먹는 우울함과, 자살충동을 어떻게 극복하며 살아왔었는지, 평소 그가 무엇을 타고 다

녔는지, 사고를 일으킨 적은 없었는지... 이처럼 시시콜콜한 그의 인생전반에 대한 모든 것을

책의 내용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자화상' 이라는 이 소설을 통해, 자

신이 표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내용에는 일관성이 없이, 그저 마구잡이

식 표현이 난무한다.      '즉흥성' 이 말 그대로 글을 쓰면서, 즉시 생각나거나, 자신이 쓰려고

한 내용을 그대로 종이에 옮겨 적은듯한 느낌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휘몰아치는 많은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다.   천재 사진가 '예술

가' 의 감성이 만들어낸 허무와, 욕망, 그리고 자살충동에 이르는 많은 감정의 범벅이

가리키는 죽음에 대한 열망에 대해서 그는 끝까지 저항하려고 했고, 또 이 책을 통해

서 표현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어렵다.  무엇보다, 저자 에두아르 르베 그의 본심을 파악하기 어렵다.  게다

가 나중에 천천히 그사람에 대한 인품을 알아보자 생각하여도, 그는 이미 고인이되어 버린지

오래이다.      "더이상의 그의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생각해 본다.   이 책은

그의 자서전이자, 유서이기도 한 위치를 지니고 있는 것인가?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기 이

전, 그는 이 저서를 통해서, 과연 무엇을 남기려고 했는가?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자만이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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