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세트 - 전4권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과거 연애나, 사랑을 다루는 작품들에는 으레 두 연인의 열정적인 사랑이 그 밑바탕이 되어 주

었다.   때문에 중세의 사람들은 눈을 '심장의 창문'이라 부르며, 만남이란 행위에 대해서 진지

할 정도의 낭만을 품었고, 또 그러한 믿음은 불멸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에도 고스란히 드러

난다.    '단 한순간에 서로 사랑에 빠진다.' 이만큼 운명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이 어디 또 있

겠는가?    그러나 오늘날의 사람들은 그러한 사랑이 대부분 공상속에만 존재하는 미지의 것 이

라는 회의적 주장에 공감한다.   아니... 도리어 현실적이고, 육감적인 감각을 발전시켜, '결혼

은 미친 짓이다' 같은 지독히 일탈적인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있는 형편이다.    

 

"이제 오늘날의 사람들은 '낭만'과 '로멘스'에 질려버린 것일까?"   나는 새삼 100페이지 남짓

한 이 책의 내용을 읽으면서, 이책이 말하는 '지독한 현실'에 대한 메시지를 가만히 곱씹어 보

았다.     이 책이 말하는 사랑은 그야말로 오늘날의 '커플' 그것도 즉석커플이 만들어내는 하나

의 일과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 소설은 등장하는 인물들이, 속으로 어떠한 감정을 품고, 생

각하고, 원하는가? 하는 심적인 내용조차 적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그저 등장인물들의 행

동의 묘사일 뿐... 때문에 독자는 여성인 엘렌과 남성인 로엔이 서로 만나고, 헤어지고, 식사를

하고, 섹스를 하는 그 행위의 묘사 속에서, 그들의 심적욕구나, 감정에 대한 변화를 스스로 발

견하고 또 이해하여야 한다.   

 

연인의 집에서 '바람의 흔적'을 찾으려 하고, 상대를 다시 만나려고 일부로 옷가지를 가져가는

등의 '변명의 끈'을 만들어 놓고, 그것도 모자라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여러가지 치

밀한 함정을 마련함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론 (괘락의 유혹은 크다.) 마음가는 다른 상대와 합

의된 성행위를 즐긴다.    이것은 그야말로 오늘날 '썸을 타는 연인들' 의 현실을 그대로 글로

적어놓은 것이 아닌가?   분명 이들의 사랑에는 상대를 알고 싶어하는 순진함보다는, 상대에

대한 감시와, 눈치, 독점의 욕구,그리고 자유로운 쾌락에 대한 욕구를 분출하는 행위의 이중성

같은 지독히 개인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것이야 말로 사랑이야" 라며 당당히 주장하는 저자와 옮긴이 앞에서, 과연 어떠한 감

상을 품어야 할까?   그리고 만약 내가  "당신들은 꿈도 없소?" 라고 반문한다면, 어떠한 답변이

도착할까?  아마도 "당신은 아직도 숲속의 공주를 꿈꾸오?" 라는 냉정한 답변이 돌아오지 않

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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