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이 모닝스
산제이 굽타 지음, 최필원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수많은 의학 드라마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테마는 '감성적인 의사'의 모습이다.    환자를 생

각하고, 문제를 지혜로 해결하고 상대를 자애와 사랑의 감정으로 대하는 의사, 그야말로 모두

의 귀감이 되는 의사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의사들은 그렇게

감정이 깊은 인물들이 되지 못한다.    그야말로 실제의 의사들은 자신의 직업에서 감당하기

힘든 '무거운 짐'을 짊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에모리 대학병원의 의사

로서, 인간의 신경이라는 보기 힘들고 치유하기 어려운 '신경외과'를 담당한다.     그래서 그런

지는 몰라도, 이 책의 의사들의 생활은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들은 완벽한 치료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안다.   그리고 손을 쓸수 없을 정도로 악화

된 환자들을 마주하거나, 그의 실력과 지식이 실험대에 오를 때면, 그들은 자신앞에 닥쳐올 책

임에 대해서 두려움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오진으로 인한 환자의 사망' '고소,고발이 난무하

는 책임론' '의사경력의 단절'... 그렇게 의사들은 단 한번의 실수와 착각으로 오랫동안 쌓아 온

의사로서의 경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질까 노심초사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이 책 속의 의사들은 스스로의 모임을 가진다.   자신의 호출기에 울려퍼지는 311.6의

숫자, 그 숫자가 뜨면 전문의 라는 명찰을 단 신경외과 의사들은, 낡고 어두운 사무실 한켠에

모여, 그들끼리의 고해성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알게 모르게 환자의 상태를 오진한 자신, 때

문에 합법적으로 사람을 죽여버린 자신, 피해자 가족들의 법적고발이 두려워서, 그리고 병원의

지침상 냉정한 의사가 될 수 밖에 없는 나 자신... 그렇게 그들은 자신 속에 삭힌 많은 말 못할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에 대해서 비난과 칭찬을 쏟아내며, 자신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려고 한다.

 

때문에 나는 이 소설의 많은 의사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들의 고충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

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등장인물 중 (그가 한국인이라는 설정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신경외과 의사인 '박성' 의 이야기는 의학적인 지식이 없어도 상당히 공감이 가는 가족

적인 이야기였다.     그야말로 의사들은 끝 없는 의무와 더불어, 그 이름에 걸맞는 지식을 계속

해서 축척해야만 하는 직업이다.    때문에 그들은 높은 봉급, 높은 사회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와 심적 압박을 받는다.   그리고 박성처럼 가족을 외면한 체, 의사로서의

삶에만 몰두하는 비정한 인간이 될 우려도 있다.    과연 의사란 어떠한 직업일까? 과연 그 화려

한 이미지에, 어울리는 인생을 살아가기에 적합한 직업인가?  먼데이 모닝스는 그러한 의사

들의 가장 은밀한 이야기를 들추어낸 장르의 소설로서 기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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