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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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배신당하고, 실망하고, 또 욕해도 결국에는 그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 이렇게 한

반도에 살았던 '민족'들은 그가 속해 있는 '국가'의 틀을 위해서, 희생하고 노력하는 결정을 멈

추지 않았다.      과거의 침탈, 위기는 물론이고, 현대의 1997년 금 모으기 운동이 보여주듯 고

위 공직자 들이 싸지른 뒷감당까지 자청해서 해결해준 그 '애국심'의 원동력, 그야말로 애국과

구국이라는 단어는 그 속의 사람들을 하나의 목표로 단결하게 하는 마법의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 '무조건 적인 애정(애국)'이 '아주 잘못되었다' 라고 정의 할 수

는 없다.    실제 과거 일제침략기가 보여주듯이 '나라가 없는 민족'의 미래는 그야말로 오늘날

의 '무 국적자'와 다를바가 없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끔찍한 차별과 희생을 강요당해도

나 자신 스스로도 지킬 수 없다는 면에선, 고대의 노예보다도 못한 존재로 추락한다고 말 할 수

도 있겠다.     때문에 민족들은 자신들의 '울타리'를 굳게 지키려고 한다.     그러나 그 울타리

가 결국 '나 자신이 납득 할 수 없을 정도로 썩어 문드러진다면' 과연 개인은 그 울타리를 스스

로 버릴 각오를 해야할까?  아니면 미우나 고우나 참고 사는 인내를 발휘 하여야 할까?   이처

럼 적어도 이 책의 저자는 위와 같은 문제를 두고 많은 갈등과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실제의 역사 속에서... 이 책의 주인공들은, 개인의 믿음과, 국가에 대한 실망을 이유로 '나라를

등지는 선택'을 했다.   그러나 소수의 부자들을 제외한 다수의 망명자들은 타국에서 안정된 삶

은 물론 '국민'으로서의 '권리'도 인정받지 못하는 삶을 살았는데,  물론 오늘날의 사람들도 때

때로  '국제화'의 인식을 바탕으로 '개인의 성공'을 위해서 나라를 등지고, '정치의 신념'을 이

유로 나라를 등지지만,  소설의 무대가 된 시대와, 오늘날의 이민은 '난민'과는 다르게 합법적

으로 다른나라의 '국민'이 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게 이해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야말로 그들은 타국에 있어, 오늘날의 북한 탈북자와 같은 존재...즉 '환영받지 못하는 탈출

자' 에 불과했던 것이다.
 
'다른 나라의 국민이 된다는 것' '자신이 스스로 살아갈 나라를 고른다는 것'  이는 그만큼의 복

잡한 절차와 시험을 통과할 자질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소설 '개선문'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등장 인물들은 그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했고, 또 역사의 부조리를 온몸 그대로 실감

해야 했다는 점에서, 매우 불운한 운명을 살았다.    과연 그들이 스스로 불운한 삶을 선택한 이

유는 무엇인가?  이제 슬슬 그 본질적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자. 
 
역사적으로 과거 독일제국의 시민들은 (새로운 형태의 정치신념)'나치즘'을 선택했고 또 그에

열광했다.   이에 나치는 자신의 나라(독일)을 일종의 경찰국가로 만들었고, 결국 '비상조치'를

이유로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축소하고야 말았는데,   때문에 '소수자'(많은 유대인들과 나치

즘에 동조하지 않는 국민) 들이 나라를 등지고 국외로 탈출했다.     프랑스, 스위스, 영국, 오스

트리아... 그야말로 독일에 국경을 둔 모든나라가 '탈출'의 대상이 되었는데,  그러나 그 타국은

몰려드는 '이민자'들이 그다지 달갑지 않았고,  또 그러한 분위기는 결국 주인공 라비크 에게도

적용되어, '의사 라비크' 라는 존재를 '불법이민자 라비크' 로 격하시키는 가장 큰 요소가 된다.  
 
그 누구가 나라를 버리고 싶겠는가?  '의사 라비크' 그는 독일을 사랑한다.  그러나 나치즘과,

위정자의 공포정치는 결국 개인(라비크)와 조국(독일)과의 끈을 무자비 하게 잘라냈다.    아무

리 고급호텔과 술집을 전전해도, 결국 그는 어디까지나 프랑스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불법 이민

자일 뿐이며,  그가 프랑스에서 발견한 '사랑' '목적' '목표' 또한 그의 삶에 그 어떤 활력을 불

어 넣어주지 못한다.      때문에 프랑스 에서의 라비크는 삶의 목표가 없다.     아니 더 정확하

게 말하면 과거 (비밀경찰)게슈타포가 앗아간 '미래' 를 저주하며, 개인적으로 죄 없이 그를 고

문한 '나치주의자' 하케에 대한 증오와 복수의 마음가짐 뿐이다.
 
이처럼 과거의 많은 사람들이 '라비크'와 비슷하거나, 더욱 끔찍한 삶을 살았다.   아무리 시대

의 요구였다고 하지만, 독일은 독재를 허용했고, 또 그 속에서 일어나는 소수자들의 핍박을 묵

인했다.     때문에 자유와 권리를 찾아서 피난을 떠한 사람들은 독일에서의 모든 지위를 포기

하는 용기와, 게슈타포에 체포되어 독일로 압송된다는 공포를 이겨내고 나라를 떠나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그 용기의 대가는 무엇인가?   독일은 결국 전쟁을 통한 확장주의를 천명했고

, 주인공 라비크가 머무는 프랑스와 같은 이웃나라를 침공해 그 땅에 나치즘을 심었다    '나치

즘을 피해 도망쳤지만, 결국 그에 흡수되고 만 역사의 아이러니..  에 실제로 독일인 이면

서, 독일인임을 포기했던 주인공과 같은 사람들은 더욱
'자신이 어디에 소속되어 있

가?'  하는 모순 속에서 고통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독일인도 아니고, 프랑스인도 아닌 '라비크'의 삶... 이 소설은 그야말로 시대의 이념과 불운의

운명 속에서, 오로지 역사의 폭풍에 휘말리고 희생된 연악한 개인에 바치는 진혼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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