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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므랑 이영민
배상국 지음 / 도모북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나라의 국권을 빼앗긴 일제강점기... 그 속에서, 졸지에 2등 국민이 되어버린 조선인들은 자신
들을 '열등민족'으로 치부하는 일본인들에 대해서, 분명 분노와 서러움의 감정을 품었을 것
이다. 이에 소설과 같은 가상의 세계라면 '조로'나 '각시탈' 같은 쾌걸들이 등장해, 불의에 저
항하고, 또 조선인들의 자존심 또한 보듬어 주었겠지만, 현실이란 역시 그렇게 낭만적으로 흘
러 가지는 않지 않은가? 그러나 그래도 역시 그때의 사람들은 '낭만' 이 필요했고, 또한 '영웅'
을 원했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 무엇보다 일본인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 수단
이 필요했는데, 이때 약속된 규칙 속에서, 차별없이 경쟁 할 수 있는 '스포츠'와 그 속의 '조선
선수들'의 존재는 그야말로 조선인들에게 해방감을 제공하는 존재로서, 말하자면 조선의 히어
로의 역활을 수행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처럼 (오늘날의 후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 대한민국은 실제로 마라
토너 '손기정'과 같은 선수들을 '위인'의 대열에 올려놓았다. 이는 분명 생각하기에 따라, 당
시 실적을 세운 선수 또한 한반도의 독립을 위해 싸운 독립운동가와 같이 대우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분명 그들의 업적은 일본의 핍박과 차별에 희해서 침체되어 있던 '민족의 혼' 을
불태우게 했다는 점, 그리고 한 민족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 '조선인은 열등민족이 아니다.!
!!' 라는 희망과 자존심을 세워 주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틀린 것만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처럼 이 책의 내용이나, 실제의 역사의 사실을 들여다 보면,
'스포츠는 단순한 오락이 아
니다. 때론 스포츠를 통해서 민족의 단합을 이룰 수 있다.' 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저자는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야구'의 역사를 들여다 보았고,
이내 그 속에서 조선의 '홈런왕' 이영민의 존재를 발견한다. 사진으로 보여지듯 (당시의 기
준으로) 통통한 얼굴에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이영민은 야구 뿐만이 아니라 육상, 농구를 아
우르는 만능 스포츠맨의 모습을 보여 주었으며, 심지어 일본 스포츠 구락부(클럽)의 선수들을
뛰어넘는 뛰어난 스테미너를 자랑했다.
때문에
소설에 드러난 이영민의 실적은 그야말로 비교를 불허하는 '전설'의 것이다. 조선 최
초로 '경성 운동장 야구장'(동대문 운동장) 의 담장을 넘친 호므랑(홈런)의 주인공도 그고, 일
본제국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대일본 프로야구 올 스타전' 에서, 상대인 미국... 특히 전설의
베이브 루스에게 인정받은 선수도 그였다. 그런 선수이기에, 그는 개인적으로 부와 명예를
얻었고, 또 그시대 최고의 재력가인 아내까지 얻는 행운을 누렸다. 게다가 이명민 본인 또한
술과 여자에 대해서 만큼은 사양을 모르는 쾌남아였다고 하니, 당시 조선인들이 그를 보고 무
엇을 느끼고 생각하였겠는가? 그야말로 그에게서 영웅의 면모를 보았을 것이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대단한 영웅도 '조센징' 이라는 당시 세상의 편견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 '조선인'
이라는 그 꼬리표 때문에 그가 얼마나 불이익을 당했는가? 이처럼 소설은 그 대부분의 분량
을 '이명민'이 일본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얼마나 핍박받았는가? 그리고 이영민이 그 속에서
어떻게 동양최고의 야구 선수가 될 수 있었는가? 하는 교훈적 메시지에 할애한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그 실적을 무기로 '일본인' 즉 일등국민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제
국의 선수로서, 좋은 장비와 휼륭한 시설에서 훈련하면서, 오로지 야구에만 전념하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영민은 그 유혹을 물리치고, 조선인으로서 야구장에 선다.
과연 그의 고집에는 어떠한 요소가 숨어 있을까? 애국심? 아니면 일본인에 대한 반발감?
뭐... 딱히 이거다! 라고 꼬집을 수는 없지만, 결국 그는 한국인으로서 살았고, 한국인으로서 죽
었으며, 바로 그점 때문에 그는 (적어도) 한국인에게, 아니... 야구팬들에게 있어서 불멸의 영
웅이 되었다.
전설의 야구선수...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흔히 류현진을 떠올리지만,
이 책을 읽으면 어느새 '가치관이 달라진 나' '전설' 하면 이영민의 이름을 부르는 나'
자신을 발견 할 수 있다. 영원한 영웅에게 바치는 책... 이처럼 이 책은 비록 소설이지만,
보기에 따라 저자가 영웅에게 바치는 러브레터와도 같은 가치를 지니기고 하는 것 같은 느낌
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