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전쟁을 그리다 - 화가들이 기록한 6.25
정준모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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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 한반도에서 발발한 한국전쟁은 결국 남.북한 모든 영토를 잿더미로 만든 사상

최악의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때문에 그 전쟁속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사람들

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 배고픔, 사상주의로 인한 차별과 같은 부조리의 환경속에 놓

여져, 결국 자신의 운명을 시험받았는데, 그중 '예술'에 뜻을 둔 사람들은 그 능력을 '정책에 사

용하려는 '(원하는) 정부와 군부에 의해서, 나름대로 이용되거나 버려지는 기구한 삶을 살았으며, 이후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북한' '남한' 에 협력했다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님으로서, 도중

에 숙청당하거나, 이후 순수한 창의력을 펼칠 기회조차도 박탈당한 예술가들도 많다.   
 
그렇기에 한국미술은 전쟁의 삐라를 제작하고, 사상주의의 영향(강요)를 받아 제작된 당시의

미술작품을 그리 크게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의 작품은 역사적 사건을 대변하고, 당시

의 사건을 기록한 '기록물'로선 큰 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예술성... 특히 자유로운 창의성에

대한 부분이 크게 부족하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미술계가 정의한 당시 '전쟁화'에 대한 정

의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당시의 미술작품들이 우리들의 뇌리 속에서 녹아 없어

지는 것은 너무나도 아깝다.    그들은 종이도 물감도 없는 극한의 상황속에서도, 구리판에 못

을 긁어 그림을 그리거나, 미군이나 인민군의 도움으로 재료를 제공받아 못다한 미술에 대한

한을 푸는데 최선을 다했다.    물론 그중 미군을 선택한 예술가는 대북삐라, '공산주의는 망한

다'  같은 당시 인민군을 욕하는 선전용 미술품을 만드는데 동원되었고, 인민군도 김일성, 스탈

린의 초상화를 그리거나 '원쑤를 몰아내자' 같은 미군(연합군)의 정 반대의 작품을 그리는데 동

원되었으니, 진실된 한국미술의 부흥을 이루어낸 활동이라고는 말하기 곤란한 이유가 산더미

같지만, 그래도 '일본' '소련' 과 같은 외국의 틀에서 벗어난 예술가들 즉... 스스로의

힘으
로 자수성가한 예술가들이 하나하나 두각을 나타냄으로서, 훗날 미래의 한국미술

에 독특한 멋을 선사한 초석이 되
었다는 사실은 심히 주목받아야 마땅하다고 본다.
 
'예술은 시대상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때문에 이 같은 잣대로 '전쟁 미술'을 들여다 보면,

한국전쟁 당시 등장한 미술품의 대부분은 당시의 이념과 사상이 충만된 가식적인 작품들이 많

다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다.      쉽게 생각하면 우리들은 당시의 시대를 그린 예술이라 하면

'피카소'의 '게르니카' '한국에서의 학살' 과 같은 전쟁의 슬픔과 파괴를 소재로 한 '반전 예술

을 쉽게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그린 예술가들은 외국의 예술가들이 대부분이고, 정작 한

국의 예술가들은 서울 진격, 군인의 초상화, 전쟁만화, 그리고 마치 사진과 같은 풍경화를 많이 그렸다.    그렇기에 후손들은 '창의력과 순수한 이념이 없
는 당시의 미술을 비난한다.   그러나 그것이 비단 예술가들의 책임일까?    이처럼 이 책은 한

국전쟁 발발부터, 그 이후 한국미술의 발전상에 이르는 기나긴 역사의 흐름을 진단하는 책으

로서,  나름대로 당시 미술가들을 위로하고 변호하는 글들이 많다.  
 
그렇기에 그 내용중에는 필연적으로 '당시 예술가들이 가졌던 사상이 미술에 어떻게 반영되는가?' '당시의 미술가들은 어떠한 한계에 봉착하였는가?  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보다, 심도있는

전문성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에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단지 살기 위해서 예술을 한' 사람들, 예를 들어 총살보다 당국에 협력을 선택한 예술가들이

나,  당시 '가난 속에는 예술도 없다' 라며 북한행을 선택한 예술가들, 그리고 군인의 용감성과

자국의 정의를 부각시키는 정부의 요구에 순응해 작품을 만든 예술가들 모두가 비록 '독립

성' 이라는 순수한 창조 동력을 잃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나,
적어도 '공산주의'

'민주주의' 로 나누어진 이념에 대한 '비겁자' '변절자' 라는 비난은 받지 말아야 한다

는 결론을
얻었다. 
 
앞서 설명하였지만, 전쟁 당시 '예술가' '학자' 와 같은 지식층은 그 필요성에 이용되고, 그 필

요성 때문에 숙청되는 비구한 운명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야말로 그들은 당시 시

대의 '카메라' 였고, 또 정부의 '메가폰' 에 불과한 도구의 삶을 살았을 뿐이다.  세상에 누가 도

구를 욕하는 어리석음을 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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