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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 언젠가 어디선가 당신과 마주친 사랑
남미영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평점 :
수많은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연인들도, 그리고 실제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언제나 이성과 지성을 뛰어넘는 제일의 가치관을 가질 때가 있다. 나
의 어린시절 남.녀와의 사랑이란 그야말로 플라토닉 러브라는 단어에 걸맞는 순진함과 두근거림
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점차 세상이 개방되고, 습득하는 정보가 풍부해 지
면서 이제 사랑이라는 단어에 포함된 '사랑의 방식'은 사람 각각의 가치관과 믿음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는데, 불행히도 근래의 드라마나 자본주의적 현실에 대한 필요성 때
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란 '믿음'보다는 '조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또한 과거 플라
토닉에 대한 이미지도 그야말로 가상의 이야기, '환상의 범주'로 밀려난지 오래이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오늘의 세상은 '소나기'를 읽은 감상에 대해서 "앞으로는 좀더 건강한 여자를 사
귀어야 겠다" 라는 답변 따위가 등장하는 시대인 것이다. 로멘스도 환상도 없는 현실적인 세
상... 그야말로 암울하지 않는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서 누구에게도 배운 적이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
고, 남.녀가 만나면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사랑을 이어간다. 그것을 생각하면, 사람들의 D.N.
A속에는 이미 사랑에 대한 프로그램이 깔여있다고 생각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사랑이란 자
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인간의 감정이라고도 생각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많은 작가들
과 이야기꾼들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회제로 삼고, 또 역사적으로 아름다운 세기의 명작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책의 세상에는
사랑을 위해서 자신을 버리고 가문을 버리고 부귀영화를 버리는 로멘티즘과, 강
철의 전함처럼 자신의 믿음을 밀고 나가는 에고이즘, 암사마귀처럼 타인을 파멸시키면서 까지
자신만의 사랑을 고집하는 나르시즘과 마지막으로 자신을 희생하면서 까지 남을 사랑하고 헌신
하는 것을 기쁨으로 삼는 마조히즘에 이르는 수많은 사랑의 방식이 등장한다. 때문에 사람들
은 로미오와 줄리엣, 소나기, 오만과 편견, 춘양전, 웨대한 개츠비, 안나 카레리나 같은 수많은
작품들과 그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는 사랑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그에 감동하고,
증오하고 동경하게 되면서, 어느덧 자신의 인생에서의 사랑의 요소가 무엇인가? 하는 정의를 내
리게 되는 것이다.
꿈꾸고, 동경하고, 분노하는 도중에 어느덧 사람들은 그 사랑에 대해서 자신만의 주관을 가진다.
그렇기에 사랑에 대한 책을 접한다는 것은 본격적인 사랑을 이루기 전 행하는 연습이자, 보다 매
끄럽고 아름다운 사랑을 이루기 위한 나침반을 가지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저자가 우려한 바 그
대로 현대의 사람들은 그러한 문학의 세계보다 보다 현실적이고, 스마트하다는 거짓의 가면을
쓴 대중매체에 더욱 더 관심을 가진다. 이제 우리들은 사랑을 하기 위해서, 사람의 조건을
본다. 1등급부터, 3등급까지의 계급을 나누는 결혼 정보회사와 같이, 사람들은 이제 상대방의
재산, 직업, 외모에 이르는 다양한 조건을 종합해서 타인에 대한 점수를 매기고 사랑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 뿐인가? 과학자들 또한 '사랑의 효과는 최고 3년' 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또 사랑의 감
정이란 인체에 분비되는 흥분제의 영향이라며, 과학이라는 첨단 지식을 바탕으로 그에 대한 정
의를 내리기에 열심히다. 때문에 이제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가치관은 더이상 과거처럼 아름
다운 낭만과 환상의 이미지를 지니지 않는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에 대해서 일종의 분노와 한
탄과 같은 그의 느낌을 매우 적나라 하게 써내려 간다. "스스로 사랑의 감정을 가상과 문학의
세계로 밀어낸 인간이 얼마나 아깝고 어리석은 일을 벌였는가?" 하는 주장과 함께 말이다.
열정은 시험과 승부에만 사용되는 가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