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빈과 당쟁비사
윤승한 지음 / 다차원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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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장희빈은 그 논란의 여지가 없는 '악녀' 자체로 인식되고 있는 인물

이다.     그러한 인식 때문에 오늘날 까지의 소설, 드라마, 영상, 역사서 같은 많은 매체들은

그녀에 대한 역사적 인식변화나 그 인물의 변론(변호사)의 역활을 맡기 보다는 한결같이 "장희

빈은 악녀다" 라는 이와 같은 결론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완용 조차

도 나름대로의 역활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오늘날... 장희빈은 너무나 과거의 인물인 탓인지

, 아니면 단지 여성이라는 굴레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음탕하고, 교만한 조선중기 최

고의 악녀라는 인식속에서 자유롭게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책도 (본인또한) 그러한 역사적 인식의 굴레에 크게 벗어난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소설속의 장희빈 역시 본래의 바탕이 음탕하고, 교만하며, 사리사욕과 질투를 일삼는 위인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저자는 그 와중에서도, 장희빈이 왕의 눈을 가리는 악녀가 되기 까지의 책

임을 모두 그녀에게 돌리기 보다는, "당시 사회가 지니고 있던 정치적 흐름이 악녀 장희빈을 만

들었다" 라는 나름대로의 해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때문에 이 소설은 '장희빈이 어떻게 권력을 잡고 또 어떻게 그러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는가?' 

'당시 정치사회의 핵심을 이룬 서인과, 남인들의 싸움은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되어 가는가?' 하

는 2개의 독립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그렇기에 마치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매끄럽고 시원시

원한 이야기 전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지만, 그와 반대로 역사적으로 그 시대가 어떠

한 분위기 이였는가? 하는 사실적 묘사와 같은 면에서 살펴보면, 의외로 얻을 것이 많은 내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떠나서, 이 책이 거의 1940년대에 등장한 문학작품이라는 사실은, 2013년을 살아

가고 또 이 시대에 책을 읽는 독자로서 어느정도 그 벽이 느껴지는 이질감 같은 것이 있다.      

그 시대의 묘사법, 문체, 분위기 같은 것들은, 분명 나에게 있어서, 생소할 뿐 만이 아니라, 좀 오

버하면 "검은 것은 종이요 흰 것은 종이라" 와 같은 읽고도 그 내용을 모르는 무지의 당혹감을 느

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일면이 있고,   특히 예전의 문법은 그야말로 몇번이나 곱씹어 삼키지

않으면 그 맛을 모르는 음식과 같은 느낌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개인적으로, 내용보다는 이 책이 등장하게 된 '의의'(이유)에 더욱 공감을 가지

게 된 묘한? 책이라는 감상이 있다.     옛것의 부활, 그리고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운동의 투사였

으나, 6.25 전쟁으로 인하여 '정치적 이유'로 피살당한 한 문학작가를 기억하는 후손 나름대로의

공양... 이 책은 '유작' 이자, 그러한 공양의 의식이 만들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기에, 내용을 떠

나서 손에 쥔 것 만으로도 내심 겸허한 마음이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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