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 어느 은둔자의 고백
리즈 무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을 보니 다른 소설 '결혼하지 못하는 남자' 가 생각이 난다.     그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

의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며, 주인공을 걱정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때 어머니는 자신이 죽으

면 진정으로 아들을 위할 사람이 없을 것을 우려하며 눈물을흘린다.     그러나 주인공은 세상이

알아주는 건축가이자, 준수한 외모를 가진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성공한 인생을 사는 사람...  그

는 조금 결벽증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친구도 있고, 노후걱정도 없을 만큼의 재산도

있다.     그러나 어머니는 진정으로 아들을 사랑해주고,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을 제공해줄 사람

이 그에게 없음을 간파하고, 또 그것을 안타까워 한 것이다.

 

아들은 결혼하지 않아도, 인간관계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좋다.   "나는 혼자가 좋다" 라고 떠벌

리고 다니지만,  인생을 오래 산 어머니는 인생에 단절된 인간관계가 얼마나 처절하고 외로운 것

인가?  하는 것을 안다.    그 때문에 그는 아들이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를 가지기를 바라고, 또

그것을 위해서 남모르게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소설의 주인공과 더불어, 그것을 읽는

나 조차도 "아직 젊고, 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았기에" 그들의 노력과 우려가 그다지 가슴

에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의 나의 어머니도 요즘 들어 '결혼'이니 배우자니 하면서

노래를 부르시는데, 그 마음은 알지만 귀찮기만 하다.)

 

때문에 상실과 소외감을 주제로, 인간의 고독을 그린 소설 이'무게'의 내용 또한 그다지 가슴속

에서 울리거나, 큰 공감을 주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아름답다고 느끼

지만, 눈물을 흘릴수는 없는 책... 나에게 있어서 무게는 그러한 애매한 감상을 남기는 소설인

것이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2명의 남성의 인생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내용이 진행되어 가는

데, 그들은 사실상 연관관계가 없는 남남에 불과하지만, 어느덧 유일한 연결점 (여성)샬

린에 의해서, 점점 상처를 보듬어줄 동반자의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소설의 초반 그들

은 각각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외로움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처법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 든

퇴직교수 '아서 오프'는 폭식을, 어린 샬린의 아들 '켈러'는 운동과 무관심을, 그렇게 그들은 나

름대로 인생의 고독을 극복하지만, 그 방법은 결국 비대한 몸과 더욱 극심한 대인기피증,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조차 단절되고 마는 부작용만을 낳았을 뿐이다. 

 

그렇기에, 어머니인 샬린을 병으로 잃어버린 켈러는 지끔껏 꿈꾸었던 야구에 대한 열망과, 여자

친구를 통해서 맛보았던 첫 사랑의 두근거림까지 모조리 상실하고, 허무함과 절망 그리움이 섞

인 복잡한 기분을 맛본다.    주변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애정도 모두 약이 되지 못하는 그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관심을 동하게 한 것은 마지막에 그에게 남긴 어머니의 '편지'  "너의 진짜 아

버지는 아서 오프라는 사람 이란다."  라는 그 내용만이 그에게 절망을 이기게 하는 큰 버팀목이

되어 준다.

 

물론 아서 오프도,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온 샬린의 편지에 흥분하기는 마찬가지, 샬린이 간절하

게 아들의 대학진학을 도와달라는 부탁에 그는 처음으로 그 뚱뚱한 몸을 이끌고 세상 밖으로 나

올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찾으려는 켈리, 제자이자 친구인 부탁을 들어

주려는 아서, 그렇게 그들이 가지는 목적은 다르지만, 그들은 분명 각자 나름대로

'목적'을 통해서, 세상을 살아나갈 용기를 얻었다.    엇갈린 의도, 엇갈인 추억, 그리고 엇

갈린 오해와 진실... 이는 일반적으로 생각해 보면, 도저히 하나가 될 수 없는 상극의 관계이지

만,   결국 그들은 거짓과 오해라는 그 상극의 요소 덕분에 로를 만날 수 있는 계기를

손에 넣는다.    이렇기에 이 소설은 인간이 진실과 속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정의와 정당한

이유 보다는, 욕망과 관심이 더욱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면이 큰 것 같은 느낌

이 든다.     

 

사람이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는데는 분명 '이유'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이유가 언제

나 '진실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거짓된 관심과 오해로 인해서, 두사람의 은둔자는 스스로

세상에 나와, 서로를 위하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을 상기하자. 세상사가 복잡하듯, 사랑의 형태

도 복잡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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