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자
너대니얼 호손 지음, 박계연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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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미국은 '사상의 자유'를 대표하는 선진국으로서 그 높은 이름을 드날리고 있지만,

과거의 미국은 예의  '모르몬교' 처럼 신비주의적이고, 비밀주의적인 단체생활을 지향했고,

그로 인한 영향으로 소규모적 단체들의 치밀한 관습법이 사람들의  삶을 옥죄었다.       이

소설의 제목인 주홍글자 (붉은A)도 그 당시 존재했던 많은 형벌중 하나로서, 그 낙인을 다는

것이란,  그가 속한 사회 공동체에서의 철저한 외면을 받는다는 것을 뜻했으며, 그 당시 사람

들에게 매우 치욕적이고 불명예스운 상징으로 인식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낙인을

받은 사람은, 독하게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지은 그 죄의 증거를 얼마든지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 낙인은 자신의 몸에 흔적이 남는 것이 아니고, 또 광범위적인 네드워크망에 기록이 남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면죄' 을 원한다는 마음만 먹으면, 옷을 바꾸어 입어도 되고 다른 마을로

떠나도 된다.       만약 지금의 현대인들이 그러한 처벌을 받았다면, 그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양심의 가책도) 마을을 떠나거나 고국을 등지는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과 그 주변사람들은, 그 형식적인 처벌을 진지하게 받아들임은 물론,

그로 인해서 받는 심리적, 사상적 부담 또한 달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헤스터 프린'은 살아있는 남편 대신 다른 남자를 사랑했고, 또 그 행위로

인해서 결국 아이(딸)을 낳았다.     당시 청교도적, 그리스도적인 관점으로 그녀를 보면, 그녀는

사회의 룰을 어겼을 뿐 만이 아니라, 신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부정한 여자이자, 이단자 이기

때문에, 공동체는 그녀를 처벌했고, 그 처벌로서 그녀의 옷에 부정한 여자라는 뜻을 지닌 붉은A

의 낙인을 달게 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세겨진 붉은 글씨보다, 오히려 그녀가

낳은 딸의 존재로 인해서, 더욱 번뇌하고,고통받는다.     그녀의 딸 '펄'은 분명히 부정한 행위로

인해서 세상에 등장한 존재이다.    물론 그 부정한 행위에 대한 그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처벌은

이미 종료되었지만,   자신의 딸이 받을 고통과 시련을 생각하면, 그녀는 '펄'이 어째서 이 세상에

존재하여야 하는 것인가? 하는 모순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펄'은 순진하고, 아름답고, 발랄하다.     그러나 그녀는 신의 축복을 받지 못했고, 사회적 교리에

대한 교육 또한 받지 못했다.       그야말로 사회 공동체 속에 녹아 들어가기 위한 '교육' 을 단지

어머니가 '마녀'라는 이유로 배제당한 것이다.       이것은 단지 아버지없는 자식,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불쌍한 아이라는 현대적 인식으로는 그 표현 할 길이 없다.    말하자면 '펄'은 문명인 이라는

공동체에 들어 갈수 있는 길을 차단 당한 셈이다. 

 

때문에 펄을 둘러싼 어른들..말 그대로 그녀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는 주변 인물들은 그 살아있는

죄의 낙인을 바라보면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과 갈등을 맛본다.    어머니인 헤스터

프린은 죄책감과 미안함을, 사회적 지위 때문에 아버지임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한 아버지 '존

월슨'목사는 신과 이웃을 속이고, 또 자신마저 속였다는 '양심의 가책을' 그리고 여자인 프린이

지닌 열정을 제대로 보듬어 주지 못한 그녀의 남편 '로저 칠링워스'는 증오와 분노의 감정을

각각  가슴에 품고, 연민을 위해, 자유를 위해, 구원을 위해, 그리고 복수를 위해서 각각 움직이며,

이 소설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그러나 결국 월슨 목사는 프린과 펄의 손을 꼭 부여잡고, 5년전 자신이 하지 못한 '자신의 죄'을

사람들에게 모두 털어 놓는다.       7년전 자신을 대신해서 모든 죄를 받아냈던 가련한 여인과,

그녀의 품에 안겨있던 자그마한 아기를 위해서, 그리고  이 세상에 그로 인해서 나타난 증오와

갈등의 씨앗을 스스로 거두기 위해서 그 3명은 7년전 그날 그대로 처형대 위에 서고야 말았다.

그들은 자유를 위한 도망이라는 비열한 수단을 쓰지 않음으로서 스스로의 고통을 덜었을 뿐 만이

아니라, 로저가 지니고 있던 증오의 원천도 거두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비록 죄를 지었

지만, 그들은 숭고한 정신으로 진실을 바로 세웠다.     이 소설에서 그것이 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이 고전 소설은 과연 어떠한 의미의 교훈을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전해주려고 하는

것일까?   목사의 가슴에, 그녀의 가슴에 박힌 붉은A의 정체는 분명히 추악한 행위를 표현하는

악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리스도의 '회개'와 '용서'의 가치를 발하여 그 죄를 뛰어

넘는 숭고한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도망감으로서 A의 낙인을 벗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야 말로 이 소설이 보여주는 진정한 '선'의 가치의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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