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의 동반자 '개' 와의 인연은 문명사회 이전, 즉 선사시대부터 시작된 오래된 관계라고

한다.       두발로 걷는 동물과, 네발로 걷는 동물.. 언어도, 생활방식도, 모든것이 다른 이 두

동물의 관계는 도데체 어떻게 이루어 졌고, 오늘날에 이르고 있을까?   어째서 인간은 머리색도,

피부색도, 종교도, 문명의 분위기도 다르다고 서로 반목하고 싸우고 죽여왔는데, 어째서 인간과

전혀 다른 개라는 동물을 자신의 동반자이자, 생활을 도우는 일원중 하나로 받아 들일 수

있었을까?

 

이에 "사람과 짐승이 어찌 같을 수 있는가?"  "개는 인간이 사육한 짐승에 불과하다" 라고

단언하며, 위의 의문을 단칼에 잘라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인간은 개를 

사랑하고, 또 짐승 이상의 존재감을 부여한 것도 사실이다.    소고기와, 말고기는 먹어도 개고기는

용납 할수 없다는 사람이 괜히 등장했겠는가?      (특히 말은 역사적으로 인간과 함께 전장에서

피를 흘려온 존재가 아닌가.) 그 은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예로부터 개는 인간에게 절대적인

신뢰와 한단계 아래에서 인간에게 복종을 보이는 모습을 보여왔고, 인간이 개를 버려도 개는

인간을 버리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보여주어 왔다.        그러나 이 소설은 하나의 '재난'을

소재로 인간과 인간의 신뢰, 개와 인간의 신뢰가 무너진 사회를 그려내 독자들에게 하나의

재난소설을 읽는 흥미진진함을 던져주는 동시에, 한국의 정서에 맞게 무언가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생각할 꺼리를 제공하는데 성공했다.

 

소설에는 강력하고도, 그 치료법이 모호한 신종 전염병의 출몰함으로서, 한개의 '도시'가 무정부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전염병 때문에 국가는 도시를 버렸고,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저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 남겨진 사람들도, 28일에 이르는 짧은 시간동안 전염병의 원인으로

생각되는 개를 살처분하고, 개들 역시 인간의 친구라는 사슬을 스스로 끊어버리고 한마리의

짐승 즉 들개가 되어 사람들을 습격하거나, 자연의 방식에 따라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사람이 사람을 포기하고, 개가 인간의 보호를 떠나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는 도시, 모든 인연의

고리가 제거된 그 도시는 그야말로 세기말의 모습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주요한 이야기는 그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개와 인간의 우정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아니 이 책은 동물쉼터를 운영하는 주인공과 인간에 대한 정을 잃어버린 한마리 맹수의 이야기, 그리고 모든것이 파괴된 세상을 비추어 '인연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하나의

재난소설 이라고 평가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