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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 고종 황제의 그림자 연인
문준성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조선의 국왕인 '고종황제와 한 미국 여인의 있을수 없는 스캔들'. 과거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단편적인 사건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이 책에 기록된 그대로, (작가의 뛰어난
창의력으로 인하여) 이 세상에 새롭게 다시 드러났을 뿐 만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궁금증과 새로운 진실 발견이라는 계기를 제공하게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또 주요한 등장 인물인 '에밀리 브라운'의 존재는, 실재로 존재했던 사람이라는
환경에 무색하게도 역사책에도, 사람들의 기억에도, 또 없는 정보가 없다는 인터넷에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기는 큰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이 이야기가 '사실'을 기초로 하였다는 저자의 주장조차도 반신반의 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 책을 일고 난후에는 "어째서 그들의 이야기를 접하기가 어려운
것인가?" "그야말로 모래성처럼 무너졌던 대한제국의 존재처럼, 그들에 대한 이야기도
한 순간의 가십 기사나, 싸구려 정보로 외면 받았던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그 어떠한 이유로 강제로 잊혀지도록 유도된 것일까?" 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은 '픽션' 으로서 내가 궁금해 했던 많은 생각들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보여주지
않는다. 게다가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중점으로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지향 하기
보다는 그저 이러한 소재를 이용하여, 그야말로 '있을 법 하고, 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할
'소설적인' 이야기를 창조하고 또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있어서 이 책의 이야기는 단순히 남.여 그리고 군주와, 이국적인 여성의 로멘스의
이야기를 뛰어넘어, 조선 그리고 대한제국이 결국에는 외국(특히 일본제국) 에게 넘어가는
그 순간까지.. 저항하고, 노력하고, 또 희생되었던 많은 인물들과 사건들을 떠올리게 하고,
또 결국에는 일본 낭인들에게 살해당한 '명성황후' 독을 먹고 숨을 거둔 '고종황제' 등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힘이 없는 설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나라가 기운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것 인지를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일면이 있다.
실제 역사가 그렇듯, 이 소설에 등장한 에밀리도, 고종(이회)도, 또 그들이 사랑했던 한반도의
아름다운 나라 조선의 존재도 모두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한 나라의 존재, 아니 한 인간의 사랑도 지키지 못한 불행한 왕의 이야기.. 소설 에밀리는
그러한 '불편했기에 잊혀진 한 시대의 조각을 세상에 끄집어 낸 작품이다.'